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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Mar 23. 2023

궁즉통(窮則通)!!

필요한 건 바로 OOO!

14년 2월, 임신 9개월 차에 담임업무를 마무리 지으며 학교를 떠났다. 그리고 3월 중순 출산. 정신없는 일상으로 인해 육아는커녕 출산에 대한 기본정보도 제대로 습득하지 못한 상태로 엄마가 되었다. 분만실에서 간호사선생님이 산모님 호흡하라고 외쳐대시는데 뭘 알아야 말이지. 어릴 적에 봤던 어느 외국영화에서 라마즈 호흡법을 들어본 기억이 났는데, 주인공이 간호사에게 혼나면서 땀을 흘리던 그 장면만 떠올라서 곤혹스럽기만 했다. 


집에 와서는 멘붕 그 자체였던 것이야 불 보듯 뻔한 일. 남들 다 본다는 노란 육아책을 아무리 읽고 또 읽어도 아이의 세세한 상태에 대한 정보를 얻기는 어려웠다. 종일 울어대는 아이와 둘이 온 세상이 막막하게 느껴질 때, 친구의 조언이 떠올랐다. 


“너희 동네 맘카페를 찾아봐. 도움이 될 거야.”


출산 전에도 친구가 맘카페에서 친구도 사귀고, 실제로 만나기도 한다고 이야기했었다. 그러나 천*안, 나*누리 시대의 막차를 타며 대학에 입학한 나에게 온라인상의 친구는 뭔가 과거로의 회귀로 느껴져 오글거리기만 했다. 아줌마가 되는 것도 서러운데, 아줌마들의 상징인 듯한 맘카페라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정말이지 그 무리에 속하기 싫었다. 


그러나 궁즉통. 다급한 마음으로 찾아들어간 지역 맘카페는 다양한 육아정보와 병원정보, 저렴한 중고판매가 있어 점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이가 목욕만 끝나면 떠나가라 우는데 도대체 왜 이러는 거냐고 글을 올렸더니 십여 개의 댓글에 각자의 해석과 대안이 담겨서 하나씩 실제로 해보기도 했다. 그렇게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달고 하는 동안 맘카페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나의 방앗간이 되었다. 모르는 누군가이지만 어딘가에 나처럼 아기를 데리고 씨름하는 동지가 있다는 생각에 위안이 되었다.


대학 새내기 시절, 마냥 신나는데 막상 놀자니 어떻게 어디서 놀지도 모르겠고 애매할 때면 과방에 갔었다. 가면 잘 모르는 선배들도 나서서 시간표 짜는 법, 점수 잘 주시는 교수님, 맛있고 싼 밥집 등등 다채로운 정보를 두서없이 툭툭 던져주었다. 전공교재 주는 감사한 선배도 있고. 나에게 맘카페는 그런 곳, '과방'같은 곳이었다.


사회에서 맘카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는 것을 안다. 나 역시 그래서 굳이 들어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니. 사람들이 모인 곳이기에 다툼이 생기기도 하고, 불미스러운 일들도 일어난다. 그럼에도 그곳에 왜 다들 모여드는 것일지 생각해 보면 답은 단순하다. 나와 유사한 경계선 안에서 정보를 얻고, 마음을 의지할 "공동체"가 필요한 것이다. 


인간의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엄마들의 "공동체", 그것이 맘카페가 아닐까? 요즘 나는 아는 동생들이 임신을 하고 이런저런 질문을 하면 내가 싫어했던 그 대답을 해준다. 


“너희 동네 맘카페 찾아 들어가. 거기 가면 다 있어.”


분명 그들도 처음에는 멈칫하겠지만, 궁하면 가더라. 나처럼. 그리고 여느 엄마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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