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화_분위기 메이커로 변신하다

분위기 메이커로 변신하다

by 나승복

분위기 메이커의 역할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것은 대충골프 탈출 후 정신적 여유가 늘어남에 따라 라운드 상황을 살피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분위기를 주도하거나 조정하는 것이었다.


골프는 현관을 출발하여 귀가할 때까지 약 10시간에 걸쳐 다양한 이벤트로 구성된 '종합 레포츠'이다.
옷 챙기기, 1~2시간 운전, 환복, 식사 겸 대화, 너댓 시간 라운드, 따끈한 사우나, 식사 겸 담소, 후기 소통…


골프는 1인 라운드와 동반 라운드가 절묘하게 융합되어 있는 '이원적 게임'이다.
골프룰 지키기, 스윙기본 다지기, 스코어 챙기기, 동반자 배려하기, 언행 절제하기…


골프는 설레임과 즐거움으로 동반자들과 함께 대자연을 찾아가는 '야외 축제'이기도 하다.
수일 전의 확인, 전야의 선잠, 맛난 음식, 멋진 의상, 모델 포즈, 사진 촬영, 굿샷 환호, 사진 공유…


위와 같이 종합 레포츠, 이원적 게임, 야외 축제를 겸하다 보니 그 과정이 변화무쌍하다.

주말골퍼의 경우엔 순조로움과 위태로움의 진자운동이 수없이 반복된다.


이에 따라, 어느 플레이어는 희희낙락하고, 다른 플레이어는 전전긍긍한다.
그러다가 후반엔 상황이 뒤바뀌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누군가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이끌거나 적절히 상황을 조정한다면 즐거운 추억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그 역할의 담당자를 '라운드 리더'라고 부르기엔 거창하니, '분위기 메이커' 정도가 어떨까?


필자가 대충골프를 탈출한 후로는 그 역할을 기꺼이 맡는 편이었다.
다소 외향적 성격이기도 하지만, 미스샷이 줄어들면서 시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여유가 늘어나서였다.


거기에 라운드 상황을 고려하여 다양한 골프 컨텐츠를 소개할 수 있었던 것도 보탬이 되었다.
그늘집에서나 카트이동 중에 특이하거나 황당한 골프 에피소드와 골프장 관련 사건사고가 주를 이루었다.


[2019. 10. 필자 촬영]


이러한 컨텐츠 사이에 골프 유머나 재기 넘친 위트를 양념으로 활용할 때 분위기가 호전됐다.

라운드 중에 카트 이동이나 그늘집 휴식을 이용해야 해서 촌철살인의 짧은 컨텐츠가 적합했다.


그러기 위해선 후일의 활용을 고려하여 평소 주의 깊게 메모하거나 기억해 둘 필요가 있었다.

분위기를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천박하지 않으면서도 식상하지 않아야 했다.

다만, 스코어에 민감한 동반자가 미스샷으로 침울해진 경우엔 분위기를 세심히 헤아려야 했다.

그에겐 어떠한 위로의 언동이나 유머보다 자체 회복의 인내가 필요했다.

그에겐 그늘집의 휴식도 고통의 시간과 회한의 공간에 불과한데 어떻게 호전될 수 있으리오.

가급적 굿샷이 나올 때를 기다렸다가 적시에 환호와 응원을 보내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그의 굿샷에 동반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켜 미스샷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편이 나았다.


그렇다고 분위기 메이커가 미스샷을 남발하거나 절제력을 상실하는 일은 피해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선 분위기 메이커라는 본연의 소임을 다할 여유가 없었거나 기본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라운드 중에 분위기 메이커로서 역할을 자처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대충골프 탈출 후 심적 여유가 생겼다. 외향적 성격에 적극적인 참여가 적잖은 힘이 됐다.

나아가, 2권의 골프책을 출간함에 따라 수시로 뇌리에서 꺼낼 수 있는 컨텐츠의 도움도 컸다.

대충골프 탈출의 성과에는 위에서 소개한 '분위기 메이커' 외에 '정기적 골프글 쓰기'를 추가할 만했다.
골프책을 출간하기 위해 골프글을 쓴 것은 아니었으나, 정기적으로 쓰다 보니 자연스레 출간 분량이 되었다.


정기적 골프글 쓰기는 어떻게 정착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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