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인정을 용납하지 않는다
골프장 시설업자는 D씨 등을 강원도 소재 00골프장의 정회원으로 모집할 당시 회칙에서 총 회원 수를 1,035명(정회원 735명, 주중회원 300명)으로 정하였다. 그러나, 이 골프장이 36홀 규모로 완공되자 총 회원 수를 1,880명으로 변경하는 회칙 개정을 한 후 창립회원을 추가로 모집하였다.
이에, D씨 등은 최초에 모집된 정회원으로서 ‘회원 수에 관한 회칙의 변경’ 등의 사정들이 회원 권익에 관한 약정 내용의 변경에 해당하므로 회원탈퇴를 구하는 소송을 냈다.
먼저, 골프장회원권의 종류와 대부분을 차지하는 에탁금제 골프회원권의 내용을 알아본 다음, 위 소송의 결과와 판결이유를 살펴본다.
골프회원권은 예탁금제, 주주제, 사단법인제로 나눌 수 있는데, 대부분은 예탁금제를 취한다. 예탁금제 골프회원권은 회원의 골프장 시설업자에 대한 회원가입계약상의 지위 내지 회원가입계약에 의한 채권적 법률관계를 가리키는 것이다. 예탁금제 골프회원권을 가진 자는 회칙에 따라 골프장 시설을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용권과 회원자격을 보증하는 입회금을 예탁한 후 회원을 탈퇴할 때 그 원금을 반환 받을 수 있는 예탁금반환청구권과 같은 개별적인 권리를 가진다(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3다100750 판결).
법원은 위 사안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이유로 D씨 등에게 회원탈퇴권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3다85417 판결).
즉,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9조 제2호에서 기존 회원이 탈퇴할 수 있는 사유로 규정한 ‘회원으로 가입한 이후 회원 권익에 관한 약정이 변경되는 경우’라 함은 그 회원의 권익에 관한 약정이 명시적으로 변경되는 경우 뿐만 아니라, 우대 회원의 추가 모집 등의 사정변경으로 그 회원의 권익에 관한 약정이 실질적으로 변경되는 경우도 포함된다.
[제이에스 GC, Miyazaki, 일본, 2015. 3.(필자 촬영)]
그러나, 회원 가입 당시의 사정, 회원 권익에 관한 약정이 변경된 경위와 그 필요성, 변경된 약정의 내용과 그것이 회원 권익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회원 권익에 관한 약정의 변경이 회원 가입 당시에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것으로서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을 정도인 경우에는 회원 권익에 관한 약정이 실질적으로 변경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탈퇴권의 행사가 허용되지 아니한다.
법원은 아래의 사정을 종합할 때 회원 권익에 관한 약정이 변경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① 골프장 시설업자는 이 골프장이 36홀임을 전제로 회원 수를 1,035명으로 공고하거나 광고한 사실이 없고, 오히려 D씨 등이 입회한 2, 3차 모집 때까지 당시의 공정률을 감안하여 이 골프장이 27홀 골프장임을 밝히며 모집 회원 수를 1,035명으로 공고하였을 뿐이므로 위와 같은 회원 수를 유지하는 것이 D씨 등의 입회 당시 계약 내용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
② 이 골프장의 회원 수에 관한 회칙 변경은 최초 회원 모집 당시부터 미리 예정되어 있었다. ③ 북코스 회원에게 우선권이 부여되지 않는 이상 이로 인하여 D씨 등의 권익에 불이익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④ VVIP회원의 모집으로 인하여 D씨 등에게 보장된 기존 예약 조건이 변경되었다고 볼 수 없다.
골프회원권의 법리는 복잡할 뿐만 아니라 그 회원가입계약이나 회칙의 내용이 방대하므로, 회원탈퇴와 입회금반환을 비롯하여 회원의 권리나 이익에 관한 사항을 상세히 파악하기 쉽지 않다. 위와 같이 내용이 복잡하고 방대할수록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원의 권리나 이익에 관한 사항을 치밀하게 따져 보지 않은 채 지인의 권유에 따라 회원으로 가입한 경우가 적지 않다.
중국 명나라 때의 전략가인 장거정(張居正)은 “법은 인정을 용납하지 않는다(法不容情, 법불용정).”고 일침을 가한다. 회원가입계약이나 회칙의 유불리에 대하여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인정에 의지하는 것은 법적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골프회원이 이 명구의 가르침을 깊이 헤아려서 회원가입게약을 체결하기 전에 미리 골프회원에 관한 법적 위험을 치밀하게 따진다면 자신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분쟁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