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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gi Aug 05. 2021

미국 산호세 3년 차, 정리를 시작할 때.

골프와 여행, 맛집 그리고 육아 in 산호세.

남편의 주재원 근무로 3년을 갓 넘게 살아온 이 동네에서 이제 슬슬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시작하고 있는데, 우연히 마주친 브런치에 나의 추억들을 기록하고 싶어 졌다.

어렸을 때부터 기억력이 좋지 않았던 나는, 내 자신의 기억력을 믿는 대신 메모를 끄적여 버릇했다. 그리고 여기의 지인들은 나에게 늘 말한다. 나의 정보들을 한방에 정리해서 공유해달라고. 하지만 성격상 집에 있는 시간을 극도로 아까워해서 차분히 글을 쓸 여유시간 따위는 남겨두지 않았는데, 이제 한국에 돌아갈 때가 되니, 추억이든 정보든 내 모든 기억들이 증발해 버리기 전에 작정을 하고 글 쓰는데 시간을 투자하고 싶어 졌다.


올해 초부터 내가 푹 빠져있는 게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골프.

한국에 살 때 친정집에 가면 항상 틀어져있는 골프채널에 정말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대체 무슨 재미로 저 초록색 화면을 주야장천 보고 있는가!). 그러다 골프사랑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라운딩 한번 가자는 남편 말에, 7년 전쯤 호기롭게 중고로 골프클럽 풀셋까지 장만해서 회사 동료들이랑 퇴근 후 레슨을 시작한 지 2개월 만에 임신을 하는 바람에 그만두어야 했었는데, 미국을 오게 되니 여기선 꼭 골프를 치겠다며 오기 직전 급하게 2개월 레슨을 받고 왔다. 산호세 와서도 오자마자 유명한 티칭프로님을 컨텍해서 주말마다 레슨을 받기 시작했는데, 재미를 붙이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려보냈다.


그러다 작년에 코로나로 아들이 6개월간 학교를 못 가는 사태가 발생하고 나의 자유는 완.전.히. 사라졌다가 사립학교들이 하나씩 오픈을 시작해서 11월 말부터  아들도 학교를 가기 시작! 꿀처럼 찾아온 나의 자유시간은 6개월 남았다는 생각에(당시는 올해 5월 귀국 예정) 골프를 열정적으로 하다가고 싶었지만(어차피 코로나 시국에 선택지가 많지 않았음) 역시 메이트를 구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다 미주 한국 여성들의 대표 커뮤니티 사이트 미씨쿠폰(이 사이트는 산호세 지역방이 아주 활성화되어있고 또 다른 사이트 "미씨 USA"는 LA엄마들이 장악하고 있다ㅋㅋ)에서 골프버디를 찾는 글을 보고 연락했다가 골프동호회에 가입하면서 여자들끼리 라운딩 하는 꿀잼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시작하자마자 연말에 다시 셧다운이 되어 모이기가 힘들어져서 결국 나의 라운딩은 올초가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최근에 한국에서 온 언니가 골프열정이 불타는 덕분에 같이 5월부터 Cinnarbar hills golf course 멤버쉽에 가입을 하면서 주 5회 라운딩을 하다가 체력이 안 되는 나는 몇 번씩 맛이?가서 휴식기를 가져가면서 조인하고 있다.

주 5회 라운딩이라니... 나에게 이런 날이 올 줄이야? 남편도 골프샘도 모두가 부러워하는 골프라이프인데 저질체력 때문에 자꾸 휴식이 필요한 나 자신이 한심하다ㅠ


레슨은 본업 버라이존 지니어, 부업으로 주말 골프레슨 하시는 제임스박에게 받았는데 자녀가 모두 독립한 나이인데도 최근까지 언더 스코어를 치시는 분이다. 대단대단. 처음에 오자마자 이분께 30회 레슨을 끊고서는 2년 동안 질질끌며 수강하는 게으름을 반성하며 작년에 다시 새로 끊은 30회 레슨은 또 코로나미뤄졌다. 그러다 골프에 불붙은 지난 겨울에 열심히 하려 했으나 이젠 프로님이 바쁘셔서 자꾸 수업이 캔슬ㅠ 결국 배움이 고파서 동회회 언니들이 추천한 아이파아카데미(실내)에서 평일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제임스 수업이 많이 남지 않았던 데다가 제임스 프로님께 5세 아들의 레슨을 맡기고 싶었기에 오버랩이 되어도 그냥 수강하게 된 건데 초반엔 두 분 스타일이 정말 달라서 적응이 필요했지만, 결국 이때가 나의 전성기였다ㅎㅎ

양쪽 프로님의 코치에 내가 잘 맞는 부분을 캐치업했더니 깨백이 목표였던 내가 결국 오전 레슨 후 나갔던 Cinnarbar라운딩에서 93개를 치는 기염을 토했다! (자랑을 해보자면 다른곳에서 90대쳐도 여기선 100타깨기 어렵다는 어려운 곳이다.)

Los Lagos golf course에서 James 레슨중(이날 오후 라운딩에서 라베함)

주 5회 라운딩 하는데 왜 깨백도 못했냐 물으면, 일단 연습을 전혀 안 하고 레슨만 겨우 받는 수준이기 때문이다ㅎㅎㅎ 그리고 미국은 한국처럼 캐디가 없기 때문에 방향을 잘 못서서 잃는 타수가 많다. 그래서 미국서 치다가 한국에 가 서치면 캐디님들 덕분에 홀마다 1타를 줄일 수 있다는 썰이 있다(그럼 내가 한국가면 싱글도 가능하단 얘기??). 전에 Coyote golf creek에서 필드레슨 할 때 99타를 기록한 적이 있지만 그건 선생님이 라이도 다봐주시고 다시 친 샷도 있고해서 깨백이라 칭하지 않았다.


사실 내가 골프를 하면서 가장 뿌듯한 부분은 바로 주말이 풍성해졌다는 점. 여행이 힘든 코로나 시국에 주말마다 여행을 기획했던 나는 동력을 잃었었다. 하지만 골프에 재미가 붙고, 골프카트 타는걸 너무 좋아하는 우리 아들과 키즈 프랜들리 한 골프장의 조화로 우리 가족은 현재 여행 없는 주말은 무조건 라운딩이다!

Canyon course at Cinnarbar hill
여름방학때 Santa teresa golf coure에서 short course 완주하는 아들 캐디하기.

타향살이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더욱 느끼고 있는 중이다. 더 많은 추억 이야기는 다음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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