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양댁 임금순(1919~1994) 이야기 34
농사가 끝나면 조상을 만났다
11월 하순이면 농사가 얼추 끝난다. 5대조 이상의 조상을 만나러 산으로 간다. 제사 음식은 조상 산소에 딸린 땅(위토)을 부치는 소작인이 소작료 대신에 장만하게 정해져 있었다. 이산 저산에 모신 조상을 순서대로 찾아가 음식을 진설하고, 절하고, 술을 바치고, 음복을 하고, 둘러 앉아서 산 아래 들판을 내려다 보면서 잠시 숨을 돌렸다. 한 해 동안의 바빴던 일상을 내려놓고 친지들과 한담하는 휴식의 시간이기도 했다.
별미 음식을 맛보는 소풍이기도 하다
백설기, 배추전, 산적, 유과, 사과, 배, 대추, 감, 문어, 톰베고기, 쌀밥과 탕국, 막걸리로 푸짐하게 먹고 산을 내려와 집으로 돌아 왔다. 조상님들이 감사하고 하느님도 감사하고 일가친적도 모두다 고마왔다. 내년에도 무탈하고 풍년이 들도록 조상님께 간절히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