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채비1

춘양댁 임금순(1919~1994) 이야기 33

by 미르

엄마는 종일 서서 움직였다

엄마가 매일 반복하는 일이 있었다. 밥짓기, 입성(옷) 챙기기, 군불때기(난방), 등등. 그런 일 말고도 엄마는 거의 매일 새로운 일들을 했다. 예를 들면 메주를 쑤는 일이 그랬다.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는 게 안타깝고 버겁게 보였다. 그런데 따지고 보니 그 모든 일들이 다 우리 자식들 먹이고 입히고 보호하기 위한 것들이었다. 내 존재가 엄마에게 짐이 된 게 아닌지 송구스러웠다.


메주는 우리의 식구였던듯

메주는 우리 식구와 같이 겨우내내 한 방에서 살았으니 가족이나 진배없다. 가을 어느날 엄마는 가마솥 한 가득 콩을 삶았다. 그런 날은 방구들이 뜨거워 살이 데일 정도였다. 메주를 방아에 찧어서 으깨진 콩을 손으로 반죽해서 머리통만하게 넙적하고 둥그렇게 만들었다. 그 메주를 이불 덮어서 띄웠다(발효시켰다). 방안에 메주 냄새가 쿵쿵했다. 그 메주를 시렁에 달아서 겨울을 났다. 메주는 말을 못해서 그렇지 우리 식구였던 것이다.


깍자구리 안의 고구마도 한 식구였었나?

방 윗목에는 싸리나무로 울을 만들어 두었다. 그 명칭이 깍자구리였다. 울 안에 고구마가 흙뭍은 채로 담아져 있었다. 고구마는 추위에 썩어버린다. 그래서 고구마도 우리 식구들과 함께 방에서 겨울을 났다. 고구마에 뭍어있는 흙이 메케한 냄새를 풍겼다.


겨울 밤에 얼은 홍시

아버지는 곶감을 만드셨다. 그리고 항아리 안에 감을 볏짚으로 완충시켜서 여러 켜로 쌓아 두셨다. 겨울 밤중에 그 감을 꺼내 주시면 그 맛은 황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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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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