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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단 Dec 16. 2024

(공포영화리뷰2)지하실과 실험실의 공통점

바바리안(2022) 리뷰

한국 포스터. 포스터만 봤을 땐 '소재가 얼마나 많은데 또 지하실이겠어 로튼토마토 평도 좋으니 분명 다른 소재일 거야!'했지만...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는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초현실적이고 기괴한 위협. 설명되지 않는 악의. 뒤틀린 괴생명체들... 공포게임을 하다 보면 흔히 겪을 수 있는 요소들이다. 플레이어는 공포게임의 주인공이 되어 이러한 위협으로부터 도망치는 한편, 진실을 탐구해 나간다. 이리저리 떨어져 있는 메모들을 읽고 열리지 않던 문을 딴다. 이 모든 미친 일의 근원을 찾기 위해...

결국 몇 번이고 사망에 이르며 원흉이 되는 장소에 도달하는 플레이어. 숨죽여 굳게 닫혀 있던 문을 연다.

그리고 등장하는 새로운 맵.


'실 험 실'

 

 ...


 공포게임에서 '이거 나오면 급격하게 재미없어져요' 소리 나오는 요소 하나 꼽으면 자주 딸려 나오는 단어가 있다.

'실험실'

 왜 많은 플레이어들은 실험실을 (소위 말하면) 짜치는 요소로 뽑을까? 아마 그 단어가 나오는 순간부터 급격하게 상상의 폭이 좁아지기 때문일 것이다.


 초현실적이고 기괴한 위협? - '실험실'에서 미친 과학자가 만들었습니다. 설명되지 않는 악의? - 실험실에서 '미친'과학자가 만들었습니다. 뒤틀린 괴생명체? - '실험실'에서 '미친' 과학자가 만들었습니다...


 실험실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플레이어들은 게임 내부 공포의 근원에 대하여 여러 모로 추리하고, 저마다의 상상력을 불려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실험실이 나오고 나면 그 추리가 모두 저 두 단어로 압축이 되어 버린다. '실험실', '미친 과학자'.


 그러니 재미가 없을 수밖에. 이후의 이야기도 저 두 단어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요, 새로이 등장하는 공포 요소도 '실험실'에서 만들었습니다~ 로 요약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만드는 입장에서야 편리하지만, 감상하는 입장에서는 악수가 아닐 수가 없다.


 공포영화에도 '실험실'과 비슷한 요소가 존재한다.


'지하실'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의문의 카메라까지 설치되어 있으면 화룡점정이다...

(물론 이 영화는 다 해냅니다)


외국 포스터. 외국 포스터에는 대놓고 지하실과 카메라가 등장할 것임이 예고되어 있었다. 카메라가 어느 부분에서 예고되었는지 궁금하다면 계단 디자인을 보라...


 영화는 주인공이 디트로이트의 쇠락한 동네에 임시 숙박을 하게 되면서 시작한다. 불행히도 모르는 남자가 이중 예약이 되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함께 묵게 된다. 그러나 이 집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었으니. 바로 '지하실'. 그리고 의문의 카메라. 저편으로 길게 이어진 지하실 그 안쪽에 괴물처럼 변한 누군가가 주인공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시놉시스는 저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중간에 한 번, 쓰레기같은 강간범 남자가 이 숙소에 방문하게 되면서 극의 터닝포인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놈이 지하실에 갇힌 주인공과 만나면서 이야기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기 시작한다.


 지하실... 그리고 지하실에 설치된 의문의 카메라... 사실 에어비앤비가 이중예약이 되면서 '무슨 일인가' 궁금케 하는 것이 초반부의 묘미이다. 관리 안 되었다기엔 주변에 비해 매우 깔끔하게 관리된 집.  동네에서는 나오는 게 좋겠다고 언질하는 바이어의 존재는 공포영화 장르의 전통 클리셰인 '초반부에 등장해 그 장소는 위험하다고 하는 엑스트라와 무시하는 주인공'을 변주하면서도 생생한 궁금증을 야기한다.


 그러나 주인공이 지하실을 발견하는 순간 모든 궁금증은 해소가 되어버린다. '아 지하실에 변태 도촬범이나 미친 과학자, 혹은 그 결과물인 괴물이 숨어있겠구나'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그 셋이 다 이루어지는 꼴을 보게 된다. 지하실에 자기 순수혈통 지키려고 온갖 변태짓을 일삼은 미치광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인, 괴물처럼 변모한 엄마역할놀이에 빠진 여자도 있고. 괴물답게 지하실을 빠른 속도로 쏘다니며 기행을 벌인다.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사건의 전초를.

 

 그와 동시에 의문의 이중예약의 진실도 맥이 빠져버리고 만다. 모종의 음모인가? 아니면 어느 어둡고 사악한 존재의 계략인가?이러한 궁금증은 지하실의 미친 존재들이 무참히 박살내주신다... 어떤 의문이든 저 둘로 설명이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그 과정이 재미있으면 그나마 낫겠지만, 영화는 그마저도 실패한다. 막의 중간 강간범 백인남성이 등장하지만 그가 얼마나 나쁜 놈인지를 구구절절 설명하는데 장장 몇 분을 할애하는지. 진짜 나쁜 놈이란 건 길고긴 설명 없이도 충분히 가능한데 말이다.


 착한 사람인 척 굴던 남자. 하지만 영화 결말부에서 지 살겠다고 주인공을 탑에서 집어던진다. 그걸 구하겠다고 뛰어내리는 괴물의 모습에서 강간범은 역시 교화가 안되며 엄마도 양육포기할 나쁜 놈이란 것을 보여주는데, 이 장면만으로 충분하거늘 굳이 긴 시간을 지루하게 할애할 필요가 있었나 싶어지는 것.


 거기다 지하실에서 카메라로 테이프 만들던 미치광이의 궁금하지도 않은 과거까지 보여주니 영화는 늘어지다못해 지루하다. 쇠락 전의 디트로이트와 현재의 대비가 포인트라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그래서 언제 해결돼요'싶어지는 건 덤이다.


 마지막에 강간범이 엄마(괴물)에게 양육포기당하고 눈이 터지는 부분은 카타르시스를 주지만 그 장면까지의 과정이 뻔하고 지루하다. 결국 지하실 스토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면서 엔딩을 맞이하는데 여러모로 아쉬운 영화였다.


 지하실이라는 소재를 기왕 쓸 거였다면 조금 더 신선하면서도 질리지 않게 끌고갔으면 좋았을 텐데.


 아니, 아예 지하실 소재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싶은 영화였다.


총평 : 비밀의 지하실 소재 그만 멈춰~ 굳이 쓸 거면 쫄깃하게라도 만들어주던가...


P.s. 로튼토마토에 속은 영화1. 워낙 평이 (공포영화 치고)무시무시하게 좋길래 대단한 게 있으리라 기대했건만... 현실은 씁쓸하다. 역시 직접 봐야 안다.


P.s.2. 그럼 지하실에서 다 죽어가는 미치광이 할배랑 괴물이 에어비앤비를 운영했단 말이지... 햇빛에 취약한 괴물인데 방꾸미고 정리하고 사진도 예쁘게 찍고...

거기다 마지막엔 주인공보다 분명 늦게 떨어졌는데 주인공 아래로 냉큼 가 있을 수가 있나..?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모든 물건은 동일한 속도로 떨어진다 했던 거 같은데...

이거 비슷한 장면이 나옴 아니 이건 그나마 둘이 붙들고 있기라도 했는데... 아리스토텔레스가 승리한 세계관인듯


공포영화에서 개연성 따지면 진다지만, 영화가 지루한 부분이 많다 보니 저런 쪽으로 생각그물이 안 뻗을 수가 없는듯. 역시 공포영화의 덕목은 공포와 스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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