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위의 대사로 대표되는 직쏘 살인마가 등장하는 공포 영화가 출범했다. '쏘우'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게임 참여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잔혹한 트랩뿐만 아니라 당시로서는 놀라운 반전을 선사하며 관객들을 충격으로 몰아넣는다.
제작비 대비 엄청난 흥행을 한 영화는 이후 2, 3, 4... 끊임없이 시리즈를 뽑아 대며 뭇 공포 영화 팬들을 끌여들였으니. 하지만 점점 잔혹해지기만 하는 트랩, 무리수인 설정. 미드도 아니고 직쏘 후계자는 계속 등장하고 반전에 집착하다 보니 내용도 이상해지고... 물론 제작비가 워낙 저렴한 장르인 덕에 꾸준히 돈은 벌여 들었지만, 아무래도 제작사에서도 한계를 느꼈으리라.(사실 흥행이 뒤편으로 갈수록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겠지만) 결국 쏘우 3D(7편)을 마지막으로 장대한 시리즈는 잠시 휴업에 들어가는 듯했다.
이후 잠시 쏘우 세계관을 계승하는 영화 '직쏘', '스파이럴'이 등장하나 둘 다 비평적으로 망하며 시리즈는 암흑 속으로 들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공포영화가 무엇인가. 적은 돈으로 많은 돈을 벌어 들일 수 있는 장르가 아닌가? 하물며 한때 돈을 갈퀴로 긁어모으고, 아직까지도 팬층이 있는 시리즈라면 영화사 입장에선 묵혀 두기가 아깝기 마련이다. 직쏘 살인마는 이제 13일의 금요일에 나오는 제이슨이나 링 시리즈의 사다코처럼 유명인사다. 온라인 게임 데드 바이 데드라이트에서 살인마로도 출현하는 모습을 보면 아직 시리즈가 죽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시즌제에 환장하는 서양인들이라면 더더욱...
그리하여 10편이 나오게 된다. 포스터 디자인이 10편에 걸맞게 잘 뽑혀 나왔다는 점만 제외하면 크게 기대되지 않던 속편이.
그리고 비평적으로 성공하면서 시리즈를 다시 부활케 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게 된다.
나쁘게 말하면 고문 포르노에 가까운 영화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비평가들 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말이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시리즈의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제거'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쏘우 시리즈'의 아이덴티티는 무엇일까요?라고 운을 띄워보자. 대충 대답이 이럴 것이다.
'트랩, 생존주의 직쏘 살인마, 반전'
트랩 - 직쏘라는 살인마가 희생자들을 죽이는 무기(?)다.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에게 전기톱이 있고, 나이트메어 시리즈의 프레디에게 갈퀴 달린 장갑이 있듯. 직쏘는 트랩으로 사람을 죽인다. 절대 평범한 도구로는 죽이지 않는다! 마감 상태를 봐서 공장제로는 안 보이는 수작업 트랩은 무척이나 흉측하고 아날로그하게 생겨서 사람들의 상상을 자극한다. 살아나더라도 파상풍 걸릴 것 같은 트랩들의 존재. 하지만 어찌 되었든 간에 몸이 부서지도록(물리) 노력하면 빠져나가 살아남을 수는 있는 트랩의 존재.
그것이 쏘우 시리즈의 첫 기둥이다.
하지만 시리즈 뒤로 갈수록 '탈출 불가 트랩' 같은 것들이 나오며 관객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으니. 직쏘 후계자랍시고 깽판 치는 호프만 같은 놈들의 캐릭터성을 부각하는 장치였겠거니 싶으면서도 극의 밀도를 떨어뜨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당장 두 번째 아이덴티티인 '생존주의 살인마 직쏘'를 부정하고 있으니 당연지사.
또한 깔끔하게 생긴 트랩이 나오면 사람들의 반감을 사기도 했다. 당장 망한 영화 '직쏘'만 봐도, 영화 예고편부터 트랩이 깔끔하다고 불만을 표출하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보였으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쏘우 X'는 첫 번째 기둥을 잘 세웠다. 포스터에서부터 등장하는 눈알 뽑기 트랩 - 물론 직쏘의 상상 속이었지만 - 은 진공청소기를 이용한 아날로그함이 돋보이는 데다, 어쨌든 노력하면 (눈깔을) 살려는 주기 때문이다. 그 뒤에 나온 트랩들도 시간제한이 많이 가혹하기는 하다만 어찌어찌 살아나갈 수는 있게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 트랩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생존주의 직쏘 살인마-직쏘란 캐릭터는 할로윈의 마이클 마이어스처럼 장대한 체격을 가진 것도 아니요, 사다코처럼 전파 타는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니다. 그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암에 걸려 죽어가는 몸과 거기서 비롯된 개똥철학이다. '똥밭에서 구르더라도 이승이 낫다 - 고로 나쁜 놈들이라도 기회는 준다. 몸을 작살내더라도 살아나갈 수 있는 기회를.'
그러다 보니 1편 이후 시리즈에서 '탈출불가 트랩'의 등장은 살인마의 독특한 철학을 부정하는 일이었다. 당장 나이트메어 2편에서 프레디가 괜히 현실로 나오려 했다가 망한 것만 봐도 답이 나온다. 원래 살인마는 살인마의 정체성이 훼손되면 매력을 잃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쏘우 X는 두 번째 기둥도 잘 세운 편이다. 직쏘가 삶의 아름다움을 가르쳐주기 위해 수첩을 펼치고 손수 트랩을 디자인하시는 모습은 웃기기까지 하다. 그러다 살아날 희망을 얻자 잠시 정화되기도 하는데, 디자인하던 수첩을 덮고 치료에 전념하며, 아이를 위해 자전거를 수리해주기까지 한다. 그러다 사기를 당하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트랩을 꾸미지만... 영화 내 그의 개똥철학은 놀라울 정도로 뚝심 있게 드러난다.
반전 - 애초에 포스터마다 최고의 반전이니 저쩌니 홍보하는 마당에, 이 시리즈에서 반전은 하나의 아이덴티티다. 문제는 반전에 치우쳐 영화가 망하는 경우가 지나치게 많았다는 점이다.
자고로 반전이란 기존의 서사에 위배되지 않으면서 - 납득이 가게 만들어야 좋은 반전이라고 생각한다.
쏘우 X의 경우 반전 요소가 스토리상에 매끄럽게 들어가는 편이다. '그럴 것 같았다' 싶으면서도 너무나 억지스럽지 않아 영화 전체에 구멍을 내지 않는다. 압도적인 반전까지는 아니어도 보는 사람을 즐겁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줄 수 있겠다.
쏘우 X는 3가지의 아이덴티티를 잘 살린 영화라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제거한 약점은 무엇일까? 단연 '희생자가 너무 불쌍함'이라 생각한다.
시리즈 내내 '희생자가 너무 불쌍한데요' 소리가 나온다. 솔직히 1편부터가 죽을 만한 사람들은 아닌데 죽는다.
뭐, 슬래서 영화에서 그런 것을 따지느냐 싶겠지만. 당장 대부분의 슬래셔 영화에서 희생자가 진짜 나쁜 놈인 경우가 있던가. 하지만 이 시리즈는 '살인마가 그냥 막 죽인다'가 아니라 '살인마가 철학을 가지고 죽인다'가 특징이다. 당연 그 철학을 전면으로 받아들여야 할 만한 대상인지 신경이 쓰인다.
그런데 생명의 중요함을 알려준다는 생존주의 살인마의 희생자가 된 이유가 '자해를 해서', '악덕 건강보험사에서 일해서'... 이러면 보는 입장에서도 찝찝할 수밖에.
하지만 이번 작품의 희생자들은 단언컨대 시리즈 최강의 '*새끼'들이다. 특히 메인 악역 되시는 분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점입가경의 모습을 보여준다. 덕분에 갑자기 붙잡혀와 실톱으로 다리가 잘리고, 목이 날아가고, 대뇌피질을 떼어내도 '아이고 불쌍하다' 라기보다는 징벌적인 느낌마저 든다. 즉, 영화가 살인마의 시점에서 진행됨에도 당위성을 충족한다. 거기다 관객도 비교적 맘 편하게 볼 수 있다.
결국 기존 시리즈의 좋은 부분은 가져오면서, 약한 부분은 잘 제거했다고 볼 수 있겠다. 결국 쏘우 11편의 제작까지도 확정되었으니 10번째 영화로서 시리즈 부활의 신호탄을 잘 쏘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과연 다음 편에서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10편과 같은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