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여름 : 치앙마이에서 친구와 보낸 30일
그림의 떡이라는 말이 있다.
딱 내가 그렇다.
치앙마이에서 친구와 보낸 30일을 다시 떠올리며 밀린 일기 같은 글을 쓰고, 그 당시에 찍은 사진들을 살펴보고 고르는 심정을 설명하는 데에는 그림의 떡이라는 말이 딱이었다.
화면으로 마주하는 치앙마이라니. 그건 나에게 너무 잔인한 일이었다. 글을 쓰는 내내 치앙마이를 떠올렸더니 나는 이제 망고스티키라이스와 코코넛케이크를 당장 먹고 싶어서 참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그러지 않아도 치앙마이는 내게 늘 그리운 곳인데, 상황이 이러니 그리움은 극대화가 되었다. 사진 속의 내가 부러울 정도였다.
목이 마르면 물을 마셔야 하고, 방이 어두우면 불을 켜야 한다. 그래서 그랬다. 치앙마이가 너무 그리워서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다소 충동적이었지만 난 망고스티키라이스가 너무 먹고 싶었다.
충동적으로 계획해서 그런지 이번에 여행을 떠나는 날은 전에 경험했던 그 어떤 여행의 출발일자보다 빠르게 다가왔고, 정신을 차려보니 난 익숙하고 그리웠던 치앙마이 공항에 도착해 있었다.
택시를 타고 예약해 둔 숙소로 가서 짐을 풀었다. 늦은 시간에 도착했기 때문에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간식을 사 와서 먹었다. 그리고 씻고 누웠다. 그렇게 혼자 침대에 누워있을 때 까지도 치앙마이에 와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숙소에서는 마야몰이 보였다. 친구와 매일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치듯 들르던 곳이었다.
그 마야몰을 보고 이제 잘 준비를 하면서 생각했다. 내일은 치앙마이에 온 것이 실감이 났으면 좋겠다고.
다음날 아침에는 첫 계획부터 약간의 난관이 있었다.
좋아했던 식당에 택시를 타고 갔는데 알 수 없는 말이 적힌 종이가 붙어있던 것이다. 해석을 부탁하니 휴업 중이라는 꽤 속상한 대답이 돌아왔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잠시 문 앞을 괜히 서성여보다가 올드타운으로 가려고 다시 택시를 잡았다. 나를 내려주고 유턴 중이던 택시가 다시 내 예약을 잡았다. 머쓱한 재회였다.
올드타운에 도착해서는 약간 늦은 아침을 먹기 위해 블루누들로 갔다.
블루누들은 언제 와도 늘 식당 옆에 길게 늘어진 대기줄이 있었는데, 그날은 식당에 손님이 한 테이블만 있었다. 새삼 비성수기의 평일임을 실감했다. 바로 식당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주문을 했다. 갈비국수를 넓적면으로, 그리고 타이밀크티도.
주문한 음식이 금방 준비됐다.
갈비국수와 밀크티를 마시자 치앙마이에 있다는 게 점점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갈비국수도, 밀크티도 그리워했던 그 맛 그대로였다.
국수를 다 먹고 나서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바트커피가 있는 방향으로 걸었다.
사실 기대는 하지 않고 찾아가고 있었다. 친구와 치앙마이에서 사는 내내 한 번도 바트커피에서 커피를 사서 마시는 것을 성공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문을 연 모습도 본 적이 없어서 사장님의 얼굴도 알지 못했다.
그래서 긴가민가했다.
문을 연 모습은 처음 봤기 때문에, 저렇게 문을 열고 있으면 영업 중인 것이 맞는 건가? 그럼 더티라떼를 마실 수 있는 건가? 긴가민가하며 다가갔다.
친구와 갔을 때는 늘 문이 닫혀있고 불이 꺼져 있었는데. 친구가 나를 놀릴 때면 하던 말이 생각났다. ‘자, 이제 누가 문제지?’. 오늘 밤 통화를 할 때는 내가 이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가게로 빠르게 다가갔다.
사왓디카. 원 더티라떼 플리즈카.
드디어 마주한 바트커피 사장님은 아주 친절하셨다. 따뜻한 인사와 함께 건네받은 더티라떼는 아주 고소하고 부드러웠다.
더티라떼를 다 마신 다음에는 바로 맞은편에 있는 소품가게로 갔다. 친구와 내가 올드타운에 올 때면 자주 들르던 가게였다. 그곳에서 마음에 드는 기념품을 발견하고 기뻐하며 구매했다.
나는 읽을 수 없는 꼬불꼬불한 글자들을 좋아한다.
그다음에는 친구와 항상 가던 망고스티키라이스 가게로 갔다. 망고밥 하나를 가게에서 먹은 후, 망고밥하나, 망고 하나를 포장해서 숙소로 돌아갔다.
나는 이제 망고밥을 쉽게 주문할 수 있다.
어쩐지 이번 여행은 추억여행을 온 것만 같았다. 좋아하던 곳들을 찾아다니고 좋아하던 음식을 먹었다. 여행 일정표는 꼭 치앙마이를 그리워하는 증상에 대한 처방전인 듯했고, 그것은 효과가 있었다.
추억여행이었지만 새로운 곳을 가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태국 북부식 전통 요리라는 말이 생소해서 친구와 함께 살 때는 방문하지 않았던 식당이었다. 그런데 곱창구이와 창 생맥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문득 궁금해졌다. 그래서 혼자 그 식당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숯불 향이 가득한 곱창구이는 쫄깃하고 고소했다. 한 입 먹는 순간, 친구와 함께 살던 때에 오지 않았던 것이 무척 아쉬워졌다. 친구도 나만큼이나 곱창을 좋아하는데. 맥주는 나보다 더 좋아하는데.
곱창 구이를 하나 더 주문하면서 생각했다. 치앙마이에서 먹은 모든 음식이 이렇게 입에 잘 맞는데 내가 태국 사람이 아니라니. 믿지 못하겠다.
이 동네에서 한달살이를 했는데도 아직도 좋아하는 곳을 새로 발견할 수 있다니. 즐거웠다. 올 때마다 즐겨찾기를 이렇게 하나씩 더해야겠다. 그건 치앙마이로 다시 돌아올 수많은 이유 중 하나가 되어줄 테니까.
해외여행을 혼자 온 것은 처음이었기에 치앙마이로 돌아온 첫날 사실 나는 조금 얼어있었다. 게다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주차장에 여권을 떨구는 실수까지 했기에 더더욱 그랬다. 주차장에 떨군 여권은 편의점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발견했는데, 끝까지 발견하지 못했으면 어쩔 뻔했을까 하는 생각에 뒷목이 뻣뻣해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아는 그대로의 모습인 치앙마이에 점차 긴장이 풀렸다. 여전히 따뜻하고, 여전히 다정했다.
치앙마이에 있는 동안 나는 알 수 있었다. 치앙마이를 떠나는 날부터 다시 치앙마이로 돌아오는 날까지 나는 내내 치앙마이를 또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여름이고, 치앙마이는 언제나 여름인 따뜻한 곳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