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머물다
81층에 잠시 머물다
롯데타워 81층, 시그니엘 서울 STAY.
친구들과 함께한 공간에 우리는 단 2시간을 머물렀다.
코스는 다양했고,
양도 충분했으며,
플레이팅은 하나같이 정갈하고 아름다웠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건
모든 직원들의 친절함이었다.
그 덕분에 이 낯선 높이가
조금은 편안해졌다.
가격대는 솔직히 말해
나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프렌치 레스토랑.
하지만 오늘은
‘비싼 식사’가 아니라
‘특별한 날’로 기억될 것 같았다.
나는 약속보다 한 시간 먼저 도착했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서울 한복판 잠실에서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친구들을 기다리는 이 설렘은
나를 문득
고등학교 1학년 시절로 데려간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이 먼저 들뜨던 때.
“도착했어.”
그 짧은 메시지는
곧장 나를 움직이게 했다.
혼잡한 인파 속에서
엇갈림을 피하고 싶어
나는 전철 입구에서
가만히 서 있었다.
마치 한 마리 미어캣처럼.
그런데 바람과 달리
친구들은 이미 다른 출구로 나와
또 다른 공간에서
나를 찾는 미어캣이 되어 있었다.
나는 그쪽으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멀리서도 단번에 알아보는 얼굴들.
어제 헤어진 사람들처럼
웃음을 참지 못했다.
81층은 정말 높았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귀가 막히자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내가 오르기 버거운 곳일수록
세상의 소리를 애써 막아버리는
내 마음도 함께 커지는 건 아닐까.’
하품 한 번에 귀는 뚫렸지만
마음은
그렇게 쉽게 열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친구 덕분에 올라와 본 81층 STAY.
고급진 음식과 화려한 조명,
정중한 서비스 속에서
나는 문득
이 모든 것이
나에게 꼭 맞는 옷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친구 때문에 와본다’는 말을
여러 번 되뇌다 보니
그 안에는
고마움과 사랑이
분명히 담겨 있었다.
금요일 점심시간.
각자의 바쁜 일정 속에서도
우리 여섯은
‘우리가 만난다’는 일을
인생의 절반을 지나온 지금까지
여전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졸업 후
각자의 삶을 얼마나 잘 걸어왔는지.
모난 곳 하나 없이
참 고운 얼굴로 앉아 있는
나의 귀한 친구들.
친구들 덕분에
나는 81층에 올라와 보고,
덩달아 마음도
조금 위로 올라간다.
2시간 후 다시 내려가겠지만
한 번 올라와 봤으니
자존감은 살짝,
으쓱 올라간다.
인스타에 사진을 올리자
메시지가 온다.
“누구랑 갔어?”
“나 지금 간다.”
“멋진 곳이네요.”
올라가 봤다면
내려오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산도 오르면 내려오듯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며
아깝지도, 미련도 없이
우리는 웃는다.
“오늘 저녁은 컵라면이야.”
그 말 한마디에
또 한 번 웃음이 터진다.
이런 날이 있어
인생은 충분히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