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 봄날
1991년 4월 5일 식목일 하이킹
꼭 산을 오르는 일만은 아니었어.
어디론가 향해 걷는 것,
목적지가 분명하지 않아도
함께라서 괜찮았던 여정.
1991년, 봄.
우리는 자전거를 빌려
무작정 페달을 밟기 시작했지.
지도도 없고, 핸드폰도 없고,
그저 웃고, 넘어지고, 또 웃고.
어쩌면 그게 전부였는지도 몰라.
여고 1학년.
수업보다 쉬는 시간에 더 진심이었고,
청춘의 절반은 웃느라 지나갔던 것 같아.
그때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기차 여행도 가고
하이킹도 떠나고
자전거로 도시 끝까지 달렸어.
계획은 늘 대충, 열정은 늘 만렙.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만 있었던 시절.
시간은 흘렀고, 우리는 쉰을 넘겼지만
그 마음만큼은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있어.
지금도 단톡방에 누가 한마디 툭 던지면
순식간에 그 시절 말투와 웃음으로 돌아가.
멀리 떨어져 살아도,
마음만은 여전히 같은 긴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는 것 같아.
서로의 인생이라는 하이킹 위에
아직도 함께 타고 있는 중이거든.
가끔은 짐칸에 마음을 실어주고,
가끔은 뒤에서 등을 밀어주면서.
이제 그 시절 우리를 꺼내
다시 페달을 밟아보려 해.
조금은 웃기고, 조금은 찡한,
열여덟 살 여고생 여섯 명의
진짜 하이킹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