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나, 책 속으로 들어가 본 하루
아침부터 마음이 좀 들떴다.
아이들을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보내고, 전철을 타고 코엑스로 향했다.
평소보다 일찍 나선 건 여유 있게 도착해서 커피 한 잔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여유조차 기분 좋았고, 어쩌면 설렘이기도 했다.
도착하자마자 유후짱이 먼저 뛰고, 나츠짱이 따라 뛰고, 나도 모르게 나와 아끼도 함께 달렸다.
코엑스 입구 앞은 이미 북적였다.
‘사람들 도대체 얼마나 일찍 온 거야?’
서울국제도서전이 이렇게나 인기 있을 줄 몰랐다.
우리는 커피는 잠시 미뤄두고, 인파 속으로 파도처럼 밀려들어갔다.
입장하자마자 유후와 나츠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아끼와 나는 조용히 천천히 부스를 하나하나 살폈다.
유명 작가들의 책도 있었고, 신인 작가의 첫 책도 있었다.
예쁜 그림책, 오래된 전집, 눈길을 끄는 디자인의 책들.
그런데…
책보다 사람이 더 많았다.
책을 사는 게 중요한가?
읽는 게 중요한가?
쓰는 게 중요한가, 팔리는 게 중요한가?
문득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나는 책 한 권이라도 골라야겠다고 다짐하며
내가 좋아하는 출판사,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구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이상했다.
새로운 책, 처음 보는 작가의 책들은 좀처럼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보다 내가 예전에 읽었던 책,
어릴 때 손때 묻히며 넘겼던 전집들,
익숙한 출판사 이름들만이 나를 자꾸 부르고 있었다.
‘왜 나는 늘 옛것에 마음이 끌릴까.’
책뿐만 아니다.
건물도, 음악도, 미술도…
새로운 것보다 익숙하고 오래된 것에
더 따뜻한 감정을 느끼는 나는, 어쩌면 그곳에 더 오래 머무는 사람이 아닐까.
나는 지금 어떤 글을 쓰고 있을까.
이 글쓰기는 상업적인 걸까?
아니면 그냥, 글이 좋아서 쓰는 걸까?
나도 언젠가는 책 한 권 내보고 싶다는 마음…
그 마음이 드러나는 게 왜 이렇게 두렵고 창피한 걸까.
‘따라갈 수 있을까?’
‘아니, 열심히 하면… 못할 것도 없지 않을까?’
그렇게 마음속으로 되뇌며
아끼의 안내를 따라 이곳저곳 걸어다녔다.
하지만 어쩐지, 나는 점점 작아졌다.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땐
“정말 대단해, 언제 이렇게 글을 썼어?”
그런 말들에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 우쭐해졌는데,
여기, 책으로 가득 찬 이 공간에서는
나는 그저 글쓰기에 막 발을 들인 초보자일 뿐이었다.
이 공간에서
나처럼 글 앞에서 망설이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찾을 순 없지만,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그래서 문득 허기가 밀려왔다.
배고픈 건 단지 위장이 아니라
마음의 허기였다.
도망가고 싶고, 어디론가 숨고 싶은 마음.
그 허전함이 ‘배고픔’이라는 신호로 나를 자꾸 밖으로 이끌었다.
그걸 눈치 챈 아끼는
말없이 나를 데리고 카페로 들어가
시원한 홍차와 달콤한 케이크를 건넸다.
나는 괜찮은 척했지만,
아끼는 말없이 나를 위로하고 있었다.
함께 있어주는 것.
함께 걸어주고, 함께 먹어주는 것.
그게 진짜 마음의 양식이라는 걸 그 순간 깨달았다.
잠시 뒤, 다시 유후와 나츠를 만나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
책 한 권 고르지 못한 하루였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마음에 남는 문장이 생겼다.
“그래도 나는, 계속 쓸 거야.
천천히, 내가 쓸 수 있는 이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