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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미로얄 Feb 01. 2024

참 잘 쉬었다

Willmore Park.  Alberta, Canada


#두들겨 맞은듯한 피곤한 몸

#피곤함에 점점 흐릿해지는 나의 초점

#누워서 영화나 보자고 유혹하는 소파 앞 커다란 스크린

#어떻게 하면 정말 잘 쉬었다 스스로를 칭찬하는 주말저녁을 보낼 수 있을까

#공원에 캠프화이어를 하러 가자는 고맙지만 반갑지 않은 친구들의 제안

#몸은 절대 나가지 않겠노라 더 더 더 깊숙이 소파 밑을 파고들고

#아이들도 없이 어른끼리 무슨 재미로 캠프파이어를 하냐며 나의 머리도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상대방에게 'no'라는 말 한번 제대로 못해본 성격 덕분에 주섬주섬 스키바지와 털모자, 장갑을 주어 입는다

#모닥불 주변으로 쌓인 눈이 스르르 녹듯이 피곤한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린다

#한시의 틈도없이 눈으로 따라다녀야 할 아이들이 없으니 눈과 발과 손에 여유가 생긴다

#모닥불을 피우기 위해 이렇게 예쁘고 정교하게 장작을 쌓았었던가

#장작 밑에서부터 타올라오는 불꽃이 이렇게 투명하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붉은색이었던가

#모닥불에서부터 번져오는 따뜻한 온기와 구수한 그을음 냄새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전히 담아본다

#불옆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노릇노릇 익어가는 소시지를 바라보는 이 시간이

#점점 떨어지는 겨울기온으로 호수 위로 스멀스멀 떠오르는 물안개의 신비로움이

#피곤함에 찌든 나의 몸과 마음을 보듬어 준다

#소파에 누워 시체놀이를 하는 것만이 쉼이 아니라는 사실

#감미로운 친구의 찬양소리와 기타의 스트링이 차가운 바람과 만나 울려 퍼지는 연주소리로 하루를 마감한다

#오늘 참 잘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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