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한 스푼이면 만두국 끝!

만두의 배신인가? 나에 대한 섭섭함인가?

by 패미로얄

우리 가족은 만두국을 참 좋아한다.

실은 내가 만두국을 좋아한다. 야채를 잘 먹지 않는 둘째와, 고기를 싫어하는 첫째까지도 골고루 먹일 수 있는 효자 음식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아주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기에 난 만두국을 좋아한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캐나다에서는 한국처럼 알차고 맛있는 만두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캐나다 마켓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만두들은 중국인의 입맛(고수 같은 향신료 맛이 강함)에 맞춰진 만두가 대부분이다. 한국에서 먹었던 손만두처럼 입안 가득히 채워지는 담백함을 담은 만두를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가끔 한국식품점에 가는 날이면 그나마 우리 입에 맞는 만두를 찾아 아이스박스 가득 만두를 사가지고 온다. 물론 대부분의 만두들은 Made in Korea 가 아니라, 우리 입맛에 아주 조금 가까운 Made in USA 제품들이다.


언젠가 할인 상품이었던 <비비* 제품>의 만두를 한 봉지 산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날도 만두국을 끓였다. 고기를 잘 안 먹는 딸아이가 너무나도 맛있게 한 그릇을 뚝딱 비우며 기분 좋은 한마디를 건넸다.


"엄마! 이 만두 진짜 맛있다. 앞으로는 이 만두만 사."

역시 비싼 맛을 아는 녀석이다. 하지만 그 후로도 몇 달 동안 딸아이가 먹고 싶다는 <비비* 만두>를 구매하지 않았다. 세일기간을 기다려 대량구입을 해서 냉동실에 챙겨둘 계획이었다.


세일 전단지에 <비비*만두> 할인광고가 떴다. 지금이다!

2시간 거리의 한인마트까지 한걸음에 달려갔다. 그런데 지난번에 샀던 제품과 조금 모양이 달랐다. 그때는 작고 둥근 물만두 모양이었는데, 이 번 것은 튀김만두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제법 큼지막한 크기의 고기만두였다.

'같은 <비비* 제품>인데 맛은 비슷하지 않을까?' 온 가족이 맛있게 먹을 그 모습을 상상하며 장바구니에 담았다.



육수 없이 만두국 끓이는 법


나처럼 손맛이 전혀 없는 주부라면 이런 한 스푼의 마법 같은 조미료는 최고급 정보이다. 실패 없이 국물을 만드는 방법, 특히 만두국, 떡국에 이 조미료 한 스푼이면 절대 실패할 염려가 없다. 국간장이나 소금 간을 할 필요도 없이 이 것 하나로 취향에 맞게 간을 조절하면 된다.



오늘 점심메뉴는 만두국이다. 만두피가 전혀 불지 않은 최고의 상태, 최고의 순간에 그릇에 담아내기 위해 난 신랑에게 문자를 보냈다.(집과 직장이 가까운 신랑은 점심시간마다 집에 와서 점심을 먹는다.)


'출발할 때 문자 줘. 만두국 끓이려고. 만두피가 불면 맛이 없으니까.'

문자 끝에 평소에는 잘 보내지도 않는 애교의 웃는 이모지까지 함께 신랑에게 띄워 보냈다.


오붓하게 둘이서 맛있게 점심을 먹을 생각에 평소보다 더 정성을 쏟았다. 귀한 손님 대접하듯 예쁜 그릇을 꺼내 정갈하게 김치도 담아내었다. 부슬부슬 비까지 내리는 오늘 같은 날씨에는 만두국만큼 잘 어울리는 음식이 없을 것 같았다.


'두구두구두구두구.....'

식탁에 둘러앉아 약속이라도 한 듯이 제일 먼저 국물 한 숟갈을 떠서 간을 보았다.


"음~ 좋은데!"


그리고 생각보다 큼지막한 만두를 수저로 반을 갈라 혀가 데지 않게 호호 불어가며 입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우리는 순간 정지화면처럼 서로를 쳐다보았다.

'앗! 이거 뭐지? 이상한 맛인데?'


신랑 : 당신 중국만두 샀어? 만두 맛이 왜 이래?


나 : 아니... 중국만두 아닌데? 이거 한국만두란 말이야.


신랑 : 내가 잘 모르는 거, 안 먹어 본거 사지 말라고 했지!


신랑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맛있게 먹으려고 정성스럽게 만든 식탁 앞에서 신랑의 잔소리가 시작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미 속에선 누구에게 화를 내야 할지도 모르는 화가 끓어 올라 꾹 참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사는 게 그렇다. 먹는 거 하나에 이렇게 진지하다. 단지 기대하던 맛이 아니기에 이렇게도 화가 났을까?

먹고살자고 오늘하루도 잘 구부려 지지도 않은 혀에 버터를 발라가며 영어로 솰라솰라 사람들과 치열하게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밥 한 끼 맘에 들게 먹지 못하다니... 생각해 보니 화가 날 만도 하다. 점심 한 끼가 주는 즐거움이 이렇게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냉장고에서 급하게 김치와 어제 만들어 두었던 밑반찬을 꺼내놓고, 신랑이 먹을 수 있게 부랴부랴 밥을 다시 준비했다.


신랑 : 지금 뭐 하는 거야! 밥 먹다 말고! 나랑 싸우자는 거야?


나 : 아니, 싸우자는 게 아니고, 내가 먹어도 진짜 맛없어서 얼른 다시 밥 차리는 거야. 이거 먹지 말고 밥 먹어.


신랑 : 그러니까 당신은 평소 내 생각을 하나도 안 한다는 게 여기서 다 나타나는 거야. 내가 어떤 만두 좋아하는지 뻔히 알면서 왜 나한테 이런 식이야? 왜 음식 가지고 실험을 하냐고!


나 : 지난번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고 또 한국제품 이어서 믿고 샀지.


신랑 : 그러니까! 생각이라는 걸 쫌 하라고! 왜 내 생각은 전혀 안 하는 건데?


아... 이건 뭘까.

만두에 대한 화풀이인가? 만두를 핑계삼은 나에 대한 섭섭함인가?

난 어디에 화풀이를 해야 하는 거지?



한 끼 음식에 이렇게 눈물 나도록 섭섭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행복하기 위해 오늘을 사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 오늘도 행복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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