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 카드가 필요한 이유
캐나다에서 태어난 우리 아이들은 모두 어쩔 수 없는 한국인 인가보다.
식탁에 꼭 김치가 있어야 하고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매운 음식을 먹어줘야 마음도 정신도 매운 기운으로 행복해진다.
우리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음식
1위 : 짜장면/탕수육 (이 둘은 항상 세트로 먹어야 한다. 단일 메뉴는 안 먹으니만 못하다)
2위 : 떡볶이
3위 : 김밥
친구 캐네디언들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음식
1위 : 불고기
2위 : 잡채
3위 : 김밥
아무래도 매운맛이 강한 떡볶이는 캐네디언들의 사랑을 받기에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중 떡볶이는 식사로도 간식으로도 우리 가족에게 인기 만점인 메뉴이다. 하지만 문제는 항상 음식을 할 때마다 같은 맛을 내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특이나 나처럼 손맛이 없고 눈썰미가 없는 엄마에게 떡볶이는 결코 쉬운 음식이 아니다.
이런 나에게 고추장, 된장처럼 집에 절대 떨어지면 안 되는 귀중한 음식 조미료가 있으니 바로 '미쓰리' 되겠다.
물론 캐나다에서 미쓰리를 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연히 해외 공동구매로 구입하게 된 이 제품은 나에게 숙제 같았던 떡볶이에 해답지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단 10분도 안 돼서 떡볶이 완성이라니! 게다가 언제나 똑같이 기대하던 그 맛이다. 더 좋은 건 미쓰리 덕분에 떡볶이라는 한국 음식은 이제 중학생이 된 막내 딸아이까지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 중 하나가 되었다.
준비물
떡볶이 떡, 미쓰리 1 봉지, 각종 야채, 어묵(옵션), 물(종이컵 2컵), 취향에 따라 라면사리 추가
라면사리를 넣을 계획이라면 넉넉한 소스를 위해 미쓰리 2 봉지, 물(종이컵 4컵)을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만드는 방법
1. 끓는 물 360ml(종이컵 2컵)에 소스 50g(미쓰리 한 봉지)를 넣어서 풀어준다
2. 떡 320g을 넣어 익을 때까지 끓여준다. 취향에 따라 각종 야채, 어묵을 추가한다.(8-10분 정도)
3. 취향에 따라 물과 소스의 양을 조절한다. 위의 레시피 대로라면 국물이 없는 떡볶이가 완성될 것이다. 국물 떡볶이를 원한다면 물과 소스를 더 추가하면 된다.
떡볶이를 먹으며 이제 만 18살이 된 큰딸과 나누었던 대화이다. 지난주 고등학교 졸업식을 마치고 대학입학을 앞두고 있는 큰딸은 이제 캐나다에서는 법적으로 성인이다. 혼자 독립할 수 도 있고, 원한다면 결혼도 할 수 있다. 졸업과 동시에 딸을 포함해서 딸아이의 친구들까지 모두가 갑자기 훌쩍 어른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남자친구와 둘이서 유럽여행을 떠난 아이도 있고, 여자친구와 함께 동거를 결심하고 집을 떠난 아이도 있다. 도시에서 혼자 살겠다고 독립을 선언하고 아파트를 얻어 나간 아이도 있으며,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 사회경험을 쌓고 싶다며 부모를 떠나 취업 전선에 뛰어든 아이도 있다. 어렸을 때부터 보아 왔던 아이들이라 아직까지 내 눈에는 아기처럼 보이는데 아이들의 눈빛에는 세상 그 무엇도 두렵지 않다는 자신감과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다.
딸 : 엄마. 나 크레딧 카드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아.
나 : 왜? 갑자기?
딸 : 그냥, 위급할 때나 예약할 때 또는 쇼핑할 때 크레딧 카드는 필요하잖아.
나 :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지... 은행에 알아보자.
딸 : 레이철 알지? 내 친구. 이번주에 남자친구랑 에드먼턴(우리 타운에서 두 시간 떨어진 도시)으로 영화 보러 가기로 했데. 그런데 영화 보고 호텔에서 하룻밤 자고 올 거래.
나: (동그래진 눈으로 딸아이를 응시한다)
딸 : 그런데 호텔을 예약하려고 하니까 크레딧 카드가 필요하잖아. 자기도 남자친구도 카드가 없어서 호텔예약을 못하고 있었는데 남자친구 부모님이 재미있게 다녀오라고 호텔을 예약해 줬데.
나 :...(할 말을 잃는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익숙해지지 않는 문화적 충격이다)
딸 : 나도 이건 쫌 아닌 것 같은데, 친구들 부모님들은 정말 상관없나 봐. 엄마는 내가 만약 친구랑 호텔에서 잔다고 하면 나 믿어?
나 : 응. 엄마는 너 믿어. 그런데 함께 있을 남자는 못 믿어. (딸아이를 가진 엄마의 마음은 다 똑같은가 보다.)
딸 : 그럼 왜 키런 부모님은 (레이철의 남자 친구) 호텔을 예약해 줬을까?
나 : 글쎄..... 아마 그 부모님은 키런을 엄청 신뢰하고 믿나 봐. 그렇지?
young adult 이제 막 졸업한 아이들을 이날 하루 부모들은 이렇게 불렀다. young adult. 이제부터 우리 아이들은 수많은 만남과 이별, 성취와 좌절을 겪으며 성장해 갈 것이다. 누군가는 단단하게 여물어 가며 성숙한 어른 (mature adult)이 될 것이고, 또 누군가는 무늬만 어른인 척 오랜 시간 방황할지도 모르겠다. 18년 동안 가족이라는 둥지 안에서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부모로부터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한 삶의 철학들이 자연스럽게 세뇌되고 학습되었을 것이다. 우리가 나누었던 18년 동안의 대화들, 몸으로 보였을 삶에 대한 태도들 그리고 위기 때마다 아이들이 보아왔던 부모 된 우리들의 선택들. 이 모든 것들을 보고 자란 우리 아이들이 둥지를 떠나 홀로 서기를 하려고 한다. 순간 그동안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내가 무슨 말을 했었나? 나의 행동은 어땠나? 난 아이에게 어떤 엄마였나?
부모라는 자리가 참 중요하고 힘든 자리임을
이제야 참으로 알아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