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간편 와플만들기

팬케이크가 굽고 싶어졌다

by 패미로얄


주부경력 19년 차

원래 손맛이 없었던 타고난 요리똥손인 나는 아직도 매 끼니마다 '뭘 먹어야 잘 먹었다 소문이 날까' 늘 고민이다. 삼시세끼 잘 차려 먹는 건 나에 대한 가혹한 노동이요 사치이기에 하루 한 끼라도 가족들이 맛있게 먹어주면 더없이 바랄 것이 없겠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국에 휘리릭 말아서 먹이기 쉽도록 밥과 국 위주의 식사였다면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 때쯤엔 최대한 아이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게 점수 따기 쉬운 피자, 스파게티, 스테이크 등 시각적으로 화려한 음식들 위주였다.

어느덧 중년의 나이에 훅 접어들고 여기저기 건강에서 빨간불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이제야 조금씩 신랑을 위한 식단으로 바뀌고 있는 듯하다.





오늘의 메뉴
팬케이크 가루로 만든 와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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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팬케이크가루, 버터(코코넛오일, 베지오일, 카놀라오일 상관없음), 계란 1개, 물

옵션(코코넛 가루, 아몬드가루, 견과류 다져놓은 것, 말린 과일)


만드는 방법

1. 가족 수에 맞게 팬케이크 가루를 준비한다.

2. 팬케이크 가루에 다양한 견과류 다진 것과 말린 과일(건포도, 크램베리)을 적당량 섞어 넣는다.

3. 녹인 버터 또는 오일을 3스푼(팬케이크가루 3컵기준)을 넣는다

4. 걸쭉한 반죽 상태가 될 때까지 물 또는 우유를 첨가한다.

5. 예열된 와플기계를 사용하여 와플을 굽는다.


자주 먹는 팬케이크이지만 이렇게 와플로 구어놓으면 또 다른 아침식사 메뉴가 된다.

원래 자기가 가지고 있는 팬케이크의 가치에 내가 선호하는 몇 가지 재료만 섞었을 뿐인데 모양도 맛도 다른 멋진 아침식사가 준비된다.





이민 온 지 18년 만에 이력서라는 걸 써보았다. 완벽한 가정주부로 집에만 있었는데 더 이상 그럴 수도, 또 그러고 싶지도 않아 졌다. 다들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그 시대를 감당하려면 지금이라도 나를 세상에 내보내야 할 것 같다.

이력서를 써내려 가면서 결혼 전 나의 이력서를 다시 꺼내보았다. 그때의 나의 이력이 마치 팬케이크 가루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공부해 온 대로, 내가 배운 대로 찍어내기만 하면 동그랗고 예쁘게 나오는 상상하는 그 맛. 참 순수하고 담백한 팬케이크이었다.

결혼과 이민 그리고 세 아이의 엄마라는 새로운 직함이 생기면서 나는 더 이상 예전의 그 팬케이크 가루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19년 동안 내가 팬케이크를 만들어 내는 팬케이크 가루였다는 사실을 잊고 살았던 것 같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수없이 많은 색다른 재료들이 내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고, 좋고 싫음을 스스로에게 물어보기도 전에 삶이라는 휘퍼로 열심히 반죽을 섞었다. 그리고 지금은 난 와플이다.

몸에 좋고 보기에도 좋은 그런 와플인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변함없이 똑같은 와플만 구어대서 가족들도 나 자신도 이 맛에 질려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와플기계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온다. 기계 속 와플이 아주 잘 익어가고 있는 모양이다. 와플이 구워지는 동안 잠깐 생각에 잠긴다.

'다시 팬케이크를 굽고 싶다'

왜 과거의 나의 이력을 꺼내볼 생각을 못했을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을까?

20년이란 기나긴 세월 동안 내 본연의 가루가 상하지는 않았을까?


이미 여러 군데 이력서를 내본 경험이 있는 큰아이가 나의 이력서를 검토해 주었다.

"엄마! 엄마 이력 너무 멋진데? 완전 매력적이야."

이제 이 퀘퀘묵은 나의 오래된 이력서를 인터넷에 실어 떠나보낼 시간이다. 누군가가 오래된 팬케이크맛을 기억하며 나를 다시 불러주기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