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왜 우리는 상처 줄 사람이 더 매력적인가
그 남자는 왜 새벽 3시에 전화를 걸었을까
새벽 3시 17분.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엔 ‘민수’라는 이름이 떴다. 30대 중반의 회사원인 그는 평소 밤늦게 연락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선생님, 잠 깨워서 죄송해요. 그런데 정말 미치겠어요.”
민수는 떨리는 목소리로 여자친구 이야기를 꺼냈다. 3개월 전 우연히 만난 수진. 그녀는 마치 평생 기다려온 사람 같았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회사 스트레스와 가족 이야기까지 털어놓게 만들던 그 순간부터, 민수는 그녀에게 빠져들었다.
끌림의 정체: ‘결핍’이라는 내면의 구멍
“왜 나는 그 사람에게 이렇게 끌리는 걸까?”
상담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다.
사랑은 때때로 설명하기 힘든 방식으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낯선 이의 눈빛, 말투, 분위기… 그리고 어느새 마음 한 켠을 차지해 버린 감정. 하지만 그 감정의 밑바닥엔 흔히 ‘결핍’이 자리 잡고 있다.
민수의 사주를 보면, 그의 일간은 ‘戊土(무토)’지만 생조해주는 불(火)의 기운이 약하다. 외적으로는 단단해 보이지만, 내면은 불안정하고 외로움을 많이 탄다. 특히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어릴 때 어땠어요?”라는 질문에 민수는 고개를 숙였다.
“형만 예뻐하던 엄마... 아버지는 늘 바빴고요.”
그 기억은 마음속 깊은 곳에 ‘나는 충분하지 않다’는 감각을 남겼다.
결핍은 누구에게나 있다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마주친 커플. 남자는 계속 묻고 있었다.
“나만 사랑하는 거지?”
“왜 자꾸 그런 말 해?”
“너무 좋은 사람이라서... 언젠가 떠날까 봐.”
사랑에 집착하거나 불안을 느끼는 건 그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내면에 고요한 빈자리를 품고 살아간다. 결핍은 창피한 것이 아니라 인간됨의 일부다.
라캉은 말한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결핍의 존재로 구조화된다.”
언어에 들어오는 순간, 우리는 무언가를 잃고 살아가는 존재가 된다.
사랑은 환상이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깨진다
20대 여성 혜진은 말했다.
“그 사람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기분이에요. 정말 죽고 싶어져요.”
그녀의 사주는 丁火(정화), 약한 불이다. 불이 약하면 외부의 빛에 쉽게 의존하게 된다.
처음엔 그 사람이 전부처럼 보였다. 나를 빛나게 해 주는 존재.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는 점점 더 불안해졌다. 30분만 연락이 없으면 다른 여자가 생긴 건 아닌지 의심이 밀려왔다.
정신분석은 이것을 ‘환상(fantasy)’이라 부른다.
상대가 내 삶의 빈틈을 완벽하게 메워줄 거라는 기대.
그러나 어느 순간 그 기대는 무너지게 되어 있다.
상대는 내가 만든 이미지가 아닌, 결핍을 지닌 또 하나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성숙한 사랑은 결핍을 직면하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몇 달 후 민수를 다시 만났을 때, 그의 표정은 한결 편안해 보였다.
“예전엔 수진이가 제 전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서로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채워가는 관계가 된 것 같아요.”
그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작은 변화들을 시도했다.
매일 산책을 하고, 따뜻한 색의 옷을 입고, 감정일기를 썼다.
무엇보다 자신의 결핍을 정직하게 마주하기 시작했다.
사랑이란 상대에게 모든 걸 기대는 것이 아니라,
나의 빈자리를 스스로도 돌보면서 서로를 이해해 가는 여정이다.
사랑은 결핍에서 시작되지만, 그 끝은 다를 수 있다
사랑은 때때로 환상에서 시작되고, 그 환상은 결국 깨진다.
하지만 그 깨짐을 통해 우리는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간다.
진짜 사랑은, 결핍을 숨기지 않고 드러낼 수 있는 관계에서 시작된다.
“완벽하진 않아도, 함께할 가치는 있다.”
그 깨달음이 있을 때, 사랑은 더 이상 나를 파괴하지 않고, 나를 성장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