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촉과 함께 살아가기

by 홍종민

창밖으로 새벽빛이 스며든다.

새벽 4시 33분. 이 시간은 내게 특별하다. 가장 많은 통찰이 찾아오는 시간. 의식의 검열이 느슨해지고 무의식의 목소리가 선명해지는 시간. 동양에서는 이를 丑시의 끝자락이라 부른다. 음이 극에 달해 양으로 전환되는 순간.


이 책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작년 겨울, 같은 시간에 갑자기 눈이 떠졌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강렬한 충동이 나를 책상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한 문장이 떠올랐다. "우리는 모두 촉을 도둑맞았다." 그 순간 15년간의 경험과 연구가 하나의 그림으로 수렴되는 것을 느꼈다.

처음 이 책을 구상할 때의 반응이 떠오른다.

"촉이라는 주제로 책을 쓸 거예요"라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어떤 이들은 "드디어!"라며 환호했다. 그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촉 경험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사람들이었다. 과학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미신적이라는 편견 때문에, 혹은 정신이 이상하다는 오해를 받을까 봐.

어떤 이들은 "그게 과학적으로 증명 가능한가요?"라며 의구심을 표했다. 그들에게 촉은 전근대적 미신이거나 자기 암시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이 두 그룹 모두 내게 중요한 통찰을 주었다는 거다. 전자는 촉이 얼마나 보편적인 경험인지를, 후자는 그것을 설명하는 언어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보여주었다.


책을 쓰며 일어난 일들


이 책을 쓰는 과정 자체가 촉의 작동을 보여주는 실험장이었다.

어느 날 새벽, 6장을 쓰다가 막혔다. 형태장 이론을 설명하는데 뭔가 빠진 조각이 있다는 느낌. 그때 갑자기 30년 전 출간된 어떤 책이 떠올랐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그 책을 찾아야 한다는 강렬한 충동이 들었다.

새벽 3시에 인터넷 고서점을 뒤지기 시작했다. 절판된 지 오래인 그 책을 기적적으로 찾았고, 주문하려는 순간 저자의 이름을 다시 검색하게 되었다. 놀랍게도 바로 그날, 그 저자가 세상을 떠났다는 부고를 발견했다. 시차를 계산해보니 내가 잠에서 깬 바로 그 시각이었다.

그분이 남긴 마지막 인터뷰를 찾았다. 거기에는 내가 찾던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있었다. "형태장은 시공간을 초월한다. 죽음조차도 그 연결을 끊을 수 없다."


바로 이거다.


또 다른 일화. 9장의 영지 부분을 쓸 때였다. 구체적인 장소의 예시가 필요했지만 적절한 곳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오랜만에 연락이 온 친구가 있었다. "이번 주말에 계룡산에 가지 않을래? 왠지 너를 불러야 할 것 같아서."

계룡산 정상 부근, 새벽 미명.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홀로 앉아 있었다. 그때 경험한 것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마치 산 전체가 거대한 생명체처럼 숨 쉬는 것을 느꼈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하나의 점으로 수렴되는 듯한 감각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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