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손님도, 길냥이도, 학생도 머물고 싶은 편의점

by 홍종민

청주대 후문 비탈진 그 길목에 원룸촌이 들어서 있다. 학생들의 주 이동 경로지만, 번화가와는 한참 떨어진 외진 곳에 CU 청주대점이 자리 잡고 있다. 매출이 신통치 않아

점주가 수시로 바뀌던 곳. 언젠가부터 터가 안 좋아 장사가 안 된다는 말이 돌았던 그

편의점이었다.


그런데 6년 전, 고세현 점주가 그곳을 맡으면서 가게의 기운이 확 달라졌다. 한때 겨우 명맥만 유지하던 장사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더니, 마침내 매출이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고 점주의 손길이 닿자, 가게는 마치 좋은 명당을 얻은 듯 살아나기 시작했고, 그 결과 기존 매출의 두 배를 훌쩍 넘기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본사에서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으니, 가게 운영에도 결국 사람의 복(福)이 작용하는 법인가 싶다.

호기심이 발동해, 도대체 그 비결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고 점주가 근무하는 시간에 찾아갔다.


그와의 대화는 짧고 간결했다. 들어오는 학생마다 "뭐 찾니?" "야, 이건 맛있어, 먹어봐." 마치 친척 사촌을 대하는 듯한 반말 응대. 신기하게도 학생들도 그를 ‘이모’처럼

대했다.


하지만 그의 성공 비결이 단순한 말솜씨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의 말끝에는 묘한 정이 배어 있었다. 따뜻한 기운이 스며들어 듣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을 느끼게 만드는 힘.

‘이게 답이구나’ 하며 결론을 내려던 찰나, 문밖에서 야옹 소리가 들려왔다.


길고양이 한 마리가 기웃거리자, 고 점주는 자연스럽게 먹을 것을 꺼내 주었다. 신기하게도, 잠시 후 또 다른 고양이들이 나타났다. 한 30분 동안 이어지는 길냥이 배식 시간. 녀석들은 순서를 지켜가며 먹고, 조용히 사라졌다.


“이러다 고양이들 밥값이 매출에 영향 주는 거 아닌가요?”

내가 슬쩍 물으니, 고 점주는 태연하게 답했다.


"애들도 살려고 하는 건데, 이런 거 아끼면 안 되지."


그의 태도를 보고 있자니, 한때 남편이 운영하던 카센터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곳도

특이했다. 손님들에게 직접 담근 총각김치 비빔밥을 대접하는 곳이었다. 심지어 노인정 할머니들까지 밥 한 그릇 얻어먹으러 왔다. "오일 교환비보다 밥값이 더 나가겠네요?" 하고 물었더니, 그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손님들도 배불러야 힘내서 운전하고 돈 벌지!"


길냥이들에게 던진 멘트와 다를 바 없는 논리였다.


그의 나눔은 학생들에게도, 동네 아주머니들에게도 이어졌다. 김장철이면 참기름을

나누고, 김치를 나누고, 반찬을 주고받으며, 심지어 고민 상담까지 도맡았다. 학생들에게는 때로는 편의점 주인, 때로는 심리 상담사 역할까지 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장기 근무했다.


이쯤 되니, 그의 사주가 궁금해졌다. 슬쩍 생년월일을 물어보자, 그가 빤히 나를 바라봤다.


"크리스천이라 사주는 안 봐요."


그러더니 이내 씨익 웃으며, "근데 홍도사님이 보신다니까 특별히 참고용으로만 알려줄게요." 하고 생년월일을 읊어주었다. 사주를 보니 상관(傷官)이 강했다. 손기술과 말재주가 타고난 팔자. 그러니 음식을 잘 만들고, 말로 사람을 끌어당기며, 나누고 베푸는 걸 좋아하는 성향이 있는 것이 당연했다.


“나중에 음식점하면서 술도 곁들이는 장사하면 어떨까요?”

툭 던지듯 말했더니, 고 점주는 씨익 웃었다.


조용헌 선생이 늘 강조하는 적선(積善)이란 것이 있다. 선한 일을 쌓으면 반드시 좋은 운이 따른다는 이야기. 고세현 점주는 이를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올해 아들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다며 수줍은 소녀처럼 웃었다.


결국 그의 매출 성장 비결은 단순한 장사 수완에 있지 않았다. 그는 나누고, 베풀고,

어려운 이를 챙기는 적선(積善)을 통해 편의점을 그저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 냄새 나는 정겨운 공간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렇게 쌓인 덕(德)이 결국 장사의 기운을 살렸고, 그의 편의점 매출을 끌어올린 숨은 공신이 되었다. 장사는 돈만 좇아서는 오래가기 힘들다. 사람이 모이고, 인정(人情)이 흐르면 자연히 기운이 돕는 법이다.


아래 유투브 링크를 누르면 고세현 점주님이 운영하는 채널에서 음악을 즐겨보세요.


� 평범한 하루에 마법이 시작된다 – Ordinary Magic (Korean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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