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에게는 호승지벽이 있다고 했는데, 사주 공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도반을 만났을 때만 해도 서로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함께 만세력 펼쳐 놓고 "저 사람 직업 뭘까?" 하며 술값 걸고 내기하던 그 시절 말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놈이 귀신같이 맞추기 시작했다. 어느 날 술집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서빙하던 20대 후반 여직원을 보더니 불쑥 말하는 것이다.
"애인이 해경이구만."
나는 속으로 '헛소리 하지 마라' 했는데, 그 여직원 얼굴이 벌게지면서 "어떻게 아셨어요?" 하는 것이 아닌가. 또 다른 날에는 술집 사장한테 이렇게 말했다.
"남편을 유아교육학과에서 만났지요."
사장이 깜짝 놀라면서 "정말 신기하네요, 맞아요!" 하더라.
수천 가지 직업 중에서 정확히 한 방에 맞추는 걸 보고 나는 혀를 내둘렀다. 이건 단순한 사주 실력이 아니었다. 뭔가 다른 경지에 올라간 것 같았다.
귀신 이야기는 믿지 않지만...
필자는 평소 귀신이니 하는 소리는 안 믿는다. 그런데 도반과 차를 타고 가다가 이상한 일을 겪었다. 어느 아파트 단지를 지나는데 갑자기 이놈이 말하는 것이다.
"비 오는 날, 저기서 꼬마가 울고 있는 걸 봤어."
나는 속으로 '아, 이제 이상한 소리까지 하네' 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아보니 정말로 그 자리에서 교통사고로 아이가 죽었고, 부모가 매년 백합을 놓고 가는 곳이었다. 그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도반은 이걸 **"촉"**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촉이라는 게 대체 뭔지, 어떻게 기르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정공법으로 가기로 했다. 고수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비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내 방식 vs 도반의 방식
사주를 볼 때 도반과 나는 접근법이 달랐다. 도반은 내방객의 무의식부터 들여다보는 식이었다. 반면 나는 전통적으로 "무엇을 물으시려고 오셨습니까?" 하고 목적사부터 묻는 방식을 택했다.
어느 날 한 내방객이 건강운을 물어왔다. 사주를 보니 일지와 시지가 원진살이었다. '아, 이건 다리 쪽에 문제가 있을 수 있겠네' 싶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다리 쪽 건강을 조심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그 사람이 깜짝 놀라면서 작년에 다리 수술했다고 하는 것이다. 그 순간 뭔가 통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단순히 사주만 보는 게 아니라 무의식의 언어를 읽어내는 것이었다.
촉의 정체를 찾아서
산속 영지에서 명상한다고 촉이 생기는 건 아니었다. 답은 다른 곳에 있었다. 정신분석학과 형태장 이론을 공부하면서 깨달았다2.
사람들은 사주 보러 오면서 항상 커버스토리를 준비해 온다. "재물운 좀 봐주세요" 하지만 진짜 질문은 다른 곳에 숨어 있다. "남편이 바람피우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게 진짜 속마음이다.
낙화비법이니 내정법이니 하는 기법들도 결국은 이 무의식의 언어를 읽어내는 방법이었다. 라캉이 말하는 **"무의식은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있다"**는 말이 이제야 이해됐다.
상호주관성의 순간
결국 깨달은 건 이거다. 촉이라는 건 무슨 특별한 곳에서 얻는 게 아니라, 의식과 무의식이 교차하는 순간에 피어나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에서 이걸 상호주관성이라고 부르더라2.
도반처럼 귀신같이 맞추지는 못하지만, 나는 나대로의 방식을 찾았다. 오늘도 사주의 무늬 속을 걷고 있지만, 이제는 좀 더 확신을 가지고 걷는다. 물론 가끔은 헛방을 치기도 한다. **"혹중혹부중"**의 희로애락이 이 바닥의 묘미 아니겠는가.
*"손님도, 길냥이도, 학생도 머물고 싶은 편의점"의 주인공 고세현 점주님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음악으로 힐링하는것도 좋을것 같습니다.그렇지 않아요?
� 평범한 하루에 마법이 시작된다 – Ordinary Magic (Korean 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