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장. 기도발이 좋은 동네 (3)

by 홍종민

영지 순례기: 내가 만난 이상한 경험들


필자는 호기심이 과하게 많은 편이다. 사주를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가 센 곳이 정말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시작한 게 영지(靈地) 순례다.

사람들은 왜 **'영지'**를 찾을까? 이 질문은 항상 흥미롭다. 누군가는 종교적 이유로, 누군가는 심리적 치유를 위해, 또 누군가는 그저 특별한 기운을 체험해보고 싶어서 영지를 찾는다.

내가 영지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순전한 호기심이었다. "무언가 남다른 기운이 있대." "거기서 기도를 하면 잘 들어준대." 이런 소문과 이야기가 나를 이끌었다.

그러나 실제로 영지를 방문해보니, 단순한 호기심 이상으로 강렬한 에너지가 전해졌고, 그곳에서는 평소에 느끼기 힘든 경험을 하게 되었다.


계조암에서의 충격적 체험: 황금빛 늑대의 정체


**설악산 계조암**은 내 영지 순례 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기억을 남겼다. 왜냐하면, 그곳에서 꿈을 통해 겪은 체험이 너무나도 생생했기 때문이다.

**조용헌 선생**은 계조암에 대해 **"그곳의 바위는 뼛속까지 찌르듯 들어온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 또한 그 표현이 전혀 과장이 아니라고 느꼈다.

계조암 주변의 바위는 매끄럽거나 유순한 느낌이 아니라, 날카롭고도 차가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그 기운이 내 몸에 스며드는 순간, 마치 전기 충격처럼 오싹한 전율이 일었다.


꿈에서 본 황금빛 존재


그날 나는 바위 위에서 잠시 졸았다. 그리고 꿈속에서 황금빛 늑대가 지나가는 장면을 보았다. 늑대의 눈빛은 날카롭고도 신비로웠고, 그 털은 황금빛으로 빛나 마치 신령스러운 존재 같았다.

놀라운 점은 잠에서 깨어난 뒤, 인근 산신각 탱화에 비슷한 늑대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어쩌면 내가 꿈에서 본 늑대가 산신각 탱화 속 존재인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체험은 우연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기묘했고, 영지의 신비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다.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집단무의식의 원형적 이미지가 현실화된 건지, 아니면 정말로 산신이 현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그 체험이 진짜였다는 것이다.


보문사와 선운사: 바다와 숲의 서로 다른 에너지


계조암처럼 산중 깊은 곳이 아니더라도, 바다를 낀 사찰이나 숲이 우거진 지역도 강력한 에너지를 품고 있다.


보문사: 바다가 주는 확장적 기운


**보문사**는 바닷가 절인데, 파도의 음향과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이 어우러져 독특한 공명(共鳴)을 만든다. 아침에 해가 뜰 때 보문사 마당에 서 있으면, 태양과 바다의 기운이 겹쳐서 몸이 따뜻해지고, 마치 '밝아지는' 느낌이 든다.

사주로 보면 수(水)와 화(火)가 만나 목(木)을 생하는 완벽한 구조다. 그래서 그곳에 있으면 생명력이 솟구치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


선운사: 숲이 주는 안정적 기운


**선운사**는 **'꽃무릇'**으로 유명하지만, 그곳 숲길을 걷다 보면 땅에서 뿜어져 나오는 은은한 습기와 숲의 내음이 마음을 차분하게 안정시킨다.

선운사 경내의 오래된 당산나무나 바위 주변에 머무르면, 오랜 시간 쌓인 에너지가 피부를 간질이는 듯하다. 목(木)의 기운이 강한 곳이라 그런지, 그곳에 있으면 마음이 깊어지고 사색이 많아진다.


장소마다 다른 기운의 결


이처럼 장소마다 풍기는 기운의 결이 다르다. 바다 옆 사찰은 확산적이고 장쾌한 느낌을, 숲속 사찰은 심신을 정갈하게 가라앉히는 느낌을 준다.

영지가 늘 산중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바다와 숲, 그리고 그곳에 세워진 사찰들 역시 인간과 자연이 만나는 특별한 접점이 된다.


무등산 규봉암과 정취암: 남도의 특별한 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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