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말실수도 무기가 된다

상담에서 터득한 실수 활용의 기술

by 홍종민

사주를 15년 넘게 보면서 깨달은 게 있다. 진짜 고수는 실수도 써먹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해도, 아무리 신중하게 말해도 실수는 일어난다. 그런데 그 실수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상담의 질이 완전히 달라진다.


필자는 완벽주의 성향이 있다. 처음 사주를 배울 때는 한 글자라도 틀리면 큰일 날 것 같았다. 내담자 앞에서 만세력을 잘못 읽거나, 간지를 헷갈려 말하면 얼굴이 빨개지고 식은땀이 났다.


그런데 밀턴 에릭슨의 대화최면을 공부하면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사람은 **'실수조차도 치료에 활용'**했다는 것이다. 말실수를 통해 상대의 무의식적 반응을 파악하고, 대화 흐름을 새롭게 유도하는 천재적 감각을 보였다.


완벽주의가 만든 족쇄들


실수 공포증의 실체


우리는 보통 실수를 하거나 말이 꼬이면 '내가 능력이 부족하다', **'이 사람 앞에서 망신당했다'**고 느낀다. 특히 중요한 상담이나 관계 앞에서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완벽하게 하려고 애쓰며, 작은 실수에도 크게 당황한다.


내 경험으로도 그랬다. 어떤 내담자가 중요한 상담을 받으러 왔는데, 갑자기 **"갑오일주"**라고 할 말을 **"갑술일주"**라고 잘못 말한 적이 있다. 그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고 얼굴이 빨개졌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말했어요! 갑오일주가 맞습니다!"**라고 허둥대며 수습하려 했는데, 내담자가 오히려 **"어? 갑술일주요? 그럼 제가 어떤 사람이에요?"**라고 호기심 있게 물어보더라.


에릭슨의 혁명적 관점


밀턴 에릭슨은 한 번도 **"나는 실수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환자와 대화하거나 최면을 진행하다가 본인도 말실수를 하고, 그 과정에서 상황이 우연히 전개되는 걸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았다고 한다.


그의 태도는 이랬다:
"나의 의도가 아니어도, 말실수가 일어났다면 그 역시 '현재 내가 만들어 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실수를 어떻게 유용하게 쓸 수 있을까?"


이 관점은 **모든 대화를 '유연하게 활용'**하는 에릭슨의 특성을 보여준다. 즉, 잘못된 건 없고, 다만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쓸지 고민할 뿐이라는 사고방식이다.


실수를 에너지로 바꾸는 기술


'에러'가 '에너지'가 되는 순간


에릭슨 대화최면에서는 실수를 통해 상대의 예기치 못한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에러(오류)'**가 오히려 대화에 새로운 **'에너지(추진력)'**를 준다는 뜻이다.


내가 갑술일주라고 잘못 말했을 때, 내담자가 **"그럼 제가 어떤 사람이에요?"**라고 물어본 순간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나는 당황하지 말고 이 기회를 활용했어야 했다.


"아, 제가 갑술일주라고 했네요? 재미있네요. 혹시 선생님께서 갑술일주 같은 면도 있으실까요? 갑술일주는 보통 이런 성향이 있거든요..."


이런 식으로 실수를 새로운 화제로 연결할 수 있었는데, 그땐 너무 당황해서 그냥 수습만 하려고 했다.


급히 수습하지 않는 여유


보통은 실수를 하자마자 **"죄송합니다! 잘못 말했어요! 제가 방금 한 말 무효!"**라고 서둘러 수습하려 한다. 하지만 에릭슨적 관점에서는 **"아, 지금 제가 좀 엉뚱하게 말했네요. 이런 경우가 다 있군요."**라는 식으로 잠시 여유를 갖고 멈춰 선다.


그 사이에 상대는 '어, 이게 뭐지?' 하고 호기심을 느낄 수 있고, 우리는 그 호기심을 이용해 대화를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


실전에서 써먹은 실수 활용법


사례 1: 잘못된 일주가 만든 기적


어떤 40대 여성이 상담을 받으러 왔다. 사주를 보면서 **"을미일주시네요"**라고 말해야 하는데, 왜인지 **"을사일주"**라고 말이 튀어나왔다.


예전 같았으면 급히 수습했을 텐데, 이번엔 다르게 접근했다.


"어? 제가 을사일주라고 했나요? 재미있네요. 혹시 선생님께서 을사일주 같은 면도 있으실까요?"


내담자가 **"을사일주요? 그게 어떤 건데요?"**라고 호기심 있게 물어봤다.


"을사일주는 굉장히 감각적이고 예술적인 성향이 있어요. 그런데 을미일주와는 좀 다르죠. 선생님은 평소에 어떤 면이 더 강하게 나타나세요?"


그러자 내담자가 **"아, 저 원래 미술을 좋아했었는데..."**라며 자신도 몰랐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실수 덕분에 더 깊은 상담이 가능해진 거였다.


사례 2: 신살 해석의 해프닝


30대 남성연애운 상담을 받으러 왔다. 도화살을 설명하면서 **"선생님은 도화살이 있어서 이성에게 인기가 많을 텐데요"**라고 말하려다가, **"선생님은 도화살이 있어서 바람을 피울 텐데요"**라고 완전 엉뚱한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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