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사람의 저항을 녹이는 '예/아니오'
상담사가 터득한 마음 여는 기술
by 홍종민 Jul 23. 2025 brunch_membership's
사주 상담을 하다 보면 정말 완고한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저는 절대 그렇게 안 생각해요", "그건 말이 안 돼요", "저한테는 안 맞아요"라며 처음부터 벽을 쌓는 사람들 말이다.
처음엔 더 강력한 논리로 밀어붙이려 했다. "아니에요, 이 사주는 분명히 이런 의미거든요"라며 설득하려 애썼다. 그런데 오히려 상대방이 더 완강해질 뿐이었다. 밀턴 에릭슨의 **'예/아니오 게임'**을 알게 된 후에야 깨달았다. 저항하는 사람을 정면으로 밀어붙이는 건 계란으로 바위 치기와 같다는 것을.
저항의 심리학: 왜 사람들은 거부부터 할까?
통제받기 싫어하는 인간의 본능
우리가 대화를 할 때, 특히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변화로 이끌고 싶을 때, 상대방에게서 느껴지는 **'저항감'**은 큰 걸림돌이 된다.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그건 난 못 해", "그냥 싫어"라는 반응이 돌아오면, 대화는 진전 없이 멈추기 일쑤다.
누군가가 나를 설득하려 하거나, 특정 행동을 강요하면, 대개 우리는 반발부터 한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reactance(심리적 반발)' 현상이다. "이렇게 해라"라는 지시가 떨어지는 순간, 무의식은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내 자유를 침해하는 건 싫어"**라고 느끼고 방어 기제를 작동시킨다.
예시로 보면 이렇다: 상사가 "지금 당장 이 프로젝트 시작해"라고 지시하면, "네"라고 대답하더라도 속으로는 **"귀찮다, 하기 싫다"**는 마음이 숨쉬고 있다. 부모가 "너는 의대 가야 해"라고 하면, 한창 반항심이 강한 자녀일수록 **"나는 절대 안 갈 거야!"**라고 반대 방향으로 치닫는다.
"네"를 끌어내는 에릭슨의 혁신
에릭슨은 이러한 인간의 본능적 반발을 억지로 누르는 대신, 우회하거나 부드럽게 완화하는 방법을 찾았다. 바로 **'상대가 스스로 "네"라고 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예/아니오 게임'은, 상대에게 직접 "이걸 해야 한다"고 말하기보다, **아주 작은 질문부터 시작해서 연속적인 '예'**를 얻어 내는 방식이다. 한 번이라도 "네"라고 말하면, 그다음 질문에 "네"라고 대답하기가 조금 더 쉬워진다.
이는 심리학에서 '연속적 긍정(Yes Set)' 혹은 **'동의 유도 기법'**으로 자주 언급된다. 그렇게 자잘한 "네"가 쌓일 때, 상대의 무의식은 **"내가 이 사람의 말에 계속 동의해 왔으니, 다음 제안에도 동의하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아니오 게임의 실전 테크닉
사소한 질문에서 출발하는 전략
직접 "나랑 같이 이 일을 하자"라고 제안하기보다는, 아주 사소한 사실부터 확인하는 질문을 던진다. 예컨대, 에릭슨은 상담에서 환자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당신이 지금 내 방에 앉아 계시지요?"
"오늘 날씨가 참 포근하네요, 그렇지 않나요?"
"이 의자가 꽤 편안해 보이죠?"
이런 질문들은 너무나 명백해서 상대가 부정하기 어렵다. "네, 맞아요"라는 대답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3~4번 정도 '네'를 반복하면, 심리적으로 **"이건 내가 스스로 선택한 긍정적 태도"**라고 느끼게 된다.
내가 터득한 상담 기법
나도 까다로운 내담자를 만났을 때 이 방법을 쓴다. 처음부터 "당신 사주가 이래서 이렇게 해야 해요"라고 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시작한다:
"오늘 여기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죠?"
"요즘 고민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뭔가 답답한 마음이 드실 때가 있으실 거예요?"
이런 질문들은 거부하기 어렵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니까. 그렇게 세 번 정도 "맞아요"를 들은 다음에야 본격적인 사주 해석을 시작한다. 그러면 처음보다 훨씬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작은 동의에서 큰 동의로
사소한 사실에 대한 동의가 충분히 쌓이면, 그다음에는 조금 더 의미 있는 제안으로 넘어간다:
"지금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있죠? (네)"
"우리 둘 다 배가 슬슬 고프기 시작했을 것 같아요. (네)"
"점심은 맛있는 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네)"
"그렇다면, 혹시 이 근처 새로 생긴 일식집에 함께 가볼까요?"
이렇게 네 번째 질문에 도달했을 때, 상대는 이미 앞의 3번에 걸쳐 "네"라고 말한 흐름을 이어 받고 있다. 따라서 거부하려면 약간의 심리적 부담이 생긴다. "음, 그래 볼까?"로 쉽게 이어지는 것이다.
에릭슨식 고급 테크닉
단답을 넘어 감정까지 끌어내기
중요한 건 단순히 "네, 네, 네"라는 단답을 얻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에릭슨은 "네"를 얻는 과정에서 상대의 감정이나 생각을 살짝 풀어내도록 유도했다:
"오늘, 당신이 여기 오느라 꽤 피곤하셨을 수도 있죠?"(상대: "네, 좀 힘들었어요")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게 조금 편안하실 수도 있겠네요?"(상대: "네, 그렇긴 하네요")
"그렇다면 지금 잠깐 의자를 뒤로 기대도 괜찮을 것 같아요. 괜찮지요?"(상대: "네, 해볼게요")
이때 상대는 단순히 "네"라고만 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태를 조금씩 표현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자발적 선택'**처럼 느껴지므로, 점차 마음의 저항이 줄어든다.
자연스러운 흐름의 중요성
에릭슨은 절대 "네!"라고 강압적으로 이끌지 않았다. 오히려 부드럽고 편안한 음성으로, 상대가 스스로 납득해서 '네'가 나오도록 질문을 조작했다. 강요나 속임수 냄새가 나면, 상대는 금세 긴장하고 방어한다.
잘못된 예: "당신도 이게 가장 최고의 방법이라는 데 동의하시죠?" (상대: "에이, 너무 노골적이잖아.")
바람직한 예: "가끔 우리는 이 방법이 꽤 효과가 있다고 느낄 때가 있지요. 그러실 때도 있었나요?"
이렇게 오픈된 화법으로 접근해야, 상대가 편안하게 "네"를 말할 수 있고, 그 동의가 자연스럽고 진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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