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는 글
대학 졸업 후 처음으로 가족 곁을 떠나 독립을 했다.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진정한 자유를 누리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은 만만치 않았고 자유에는 대가가 따랐다. 독립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해야 했고,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은 독립생활의 유지비로 금방 사라져버렸다.
어느덧 나는 삼십대 중반이 되었고, 크게 성공해서 집으로 돌아왔다가 아니라 철없던 자식이 계속 철이 들지 않은 채로 부모님 집으로 돌아오게 됐다.
‘대한민국 독립의 적정 나이는 서른이 넘어야 하는데, 내가 너무 빨리 독립했어.’
‘연로하신 부모님의 팔과 다리가 돼야지, 그래 이게 효도야!’
그럴싸한 핑계를 만들어서 부모님 곁으로 왔지만, 어쩌면 나는 어린 자식이 그냥 어른 자식이 된 상태로 부모에게 돌아온 건지도 모른다. 어른 자식으로 부모님과 살면서 나는 하루하루 낯선 감정들을 느끼며 살고 있다. 이 감정이 나를 힘들게 만들 때도 있지만 행복하게 만드는 경우가 더 많다. 아마도 어른 자식으로 부모와 사는 많은 이들이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낄 거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통해 많은 어른 자식이 위안을 얻고 공감하길 바란다. 늙어가는 부모와 늙어가는 자식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