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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너지원 May 14. 2024

"친절함은 결국 나를 위한 것"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만난 아쉬킨

2019년 인터뷰를 시작했을 때, 많은 친구들이 물었다. 대체 인터뷰이 섭외는 어떻게 하는 거냐고.

답은 언어교환 앱이다. 무려 10개 정도의 앱을 모두 돌아다니며 가장 건전하게 언어와 문화 교환을 하는 앱을 찾아냈다. 여행할 국가를 정하고 사람을 찾는 경우도 있지만, (철저히 내 기준으로) 매력적인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이 많은 국가를 여행할 국가로 정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인터뷰 섭외를 하게 된다. 이렇게 먼저 인터뷰를 할 사람들을 섭외하게 되면, 상대의 관심사를 더 깊게 잘 파악하게 되고 친밀감도 있는 채로 만나게 돼서 더 매끄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아쉬킨은 그렇게 만난 6번째 사람이었다. 언젠간 말하게 될 폴란드의 한 친구처럼, 이 친구도 나를 매우 반겨주고 도와줬다. 소문난 길치인 내가 행여나 길을 잃을까, 차로 공항까지 데리러 와주다니.. 감동 감동 대감동이었다. 아쉬킨을 말레이시아와 한국에서 두 번 만난 건 너무 즐겁고 다행인 일이었다. 당연히 나도 도움을 받았으니 사소한 것이나마 도움을 줬던 한국에서도 그녀는 고맙다는 말을 늘 빼먹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그리고 한국 서울에서 일주일 안에 두 번이나 만난 멜과 나

이렇듯 행동 하나하나에서도 드러나는 사려 깊음은, 그녀의 타고난 성품이기도 했지만 또 더 나아가 친절함을 노력하고 있다는 걸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녀도 또한 나의 독자적인 인터뷰이이자 스타임으로 잡지의 형식을 빌려 인터뷰를 정리해 본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A. 말레이시아의 로펌에서 일하고 있는 아쉬킨입니다. 세븐틴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썸을 타는 사람은 있습니다. (아쉬킨만의 독보적인 수줍은 웃음)


*인터뷰 내내 공손하고 차분하게 말했지만, 가독성과 정리의 편의를 위해 짧게 정리했습니다.


Q. 하하 세븐틴 컴백에 맞춰 한국에 온다고 했었다. 세븐틴을 왜 좋아하게 됐나?

A. 사랑엔 이유가 없다.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참 좋다.


Q. 우리 한국에서 열심히 세븐틴을 찾아 나서보자. 하하 인터뷰 질문 시작하려고 한다. 괜찮은지?

A. 너무 좋다. 긴장되지만 최선을 다 해보겠다.


Q. 고맙다. 먼저 우리가 아까 차에서도 나눴던 이야긴데, 행복의 정의가 있는지 궁금하다.

A. 내 행복의 정의는 가족, 사랑하는 사람, 친구와 시간을 보내고 때때로 그들과 함께 좋아하는 모든 일을 하는 것이다. 그들과 있을 때 나 자신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는 걸 의미하는가?

A. 그렇다. 그래서 나에게 가장 중요하다.


Q. 이건 3번째로 하려고 했던 질문과 유사하다. 행복의 조건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 여기는 걸로 추측되는데.

A. 맞다. 그들과 있을 때 편안한 감정을 느낀다. 행복은 감정이라 생각한다. 이 감정을 주기적으로 느끼는 게 나에게는 중요하다.


Q. 행복이 감정이라는 데에 동의한다. 혹시 그럼 소위말하는 부정적 감정을 다루는 방법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음. 나는 앉아서 차분히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진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시간이 걸린다. 부정적인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는 것은 나와 상대의 관계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게 정말로 필요한지 생각한다.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기도 하고. 굳이 부정적으로 말을 해서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게 두렵기도 하다. 그래서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에도 최대한 침착하려고 노력한다.


Q. 말의 힘에 대한 본인만의 생각이 있는 것 같다.

A. 구체적으론 말의 힘, 행동의 힘이다. 말과 행동에서 상대방은 내가 자신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잘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말과 행동을 고민해서 어떻게 표현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을까.

A. 음.. 먼저 침묵을 지킨다. 긴장을 풀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상대의 말을 먼저 듣고, 또 상대의 반응을 먼저 관찰한다.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을 잘 정리한다. 오해나 왜곡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을 상대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고 정리한다. 어쩌면 나는 정말 대립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쩔 땐 단순히 침묵하거나, 내 마음이 괜찮은 선에선 미소 짓고 괜찮다는 듯이 행동하기도 한다.


Q. 상상해 보니, 그게 힘이 더 셀 것 같기도 하다.

A. 그렇다. 때때로 사람들은 그걸 더 무서워한다. 내가 부정적인 말을 하게 되면 상대는 그 말을 어떻게 마음에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침묵하거나 웃으며 받아들인다면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음에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Q. 그럼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거나, 해소하는 방법도 있나?

A. 일단 오래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친구나 가족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낸다. 정신을 속 빼놓는 영화를 보기도 하고, 좋아하는 음식을 먹기도 한다.


Q. 역시 맛있는 음식은 만국공통의 스트레스 해소책 중 하나인 것 같다. 좋아하는 음식이 있나?

A.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초밥과 만두다. 큰 카테고리론 중국음식, 일본음식, 한국음식을 모두 좋아하지만 메뉴를 특정해서 뽑으라면 그렇다. 아 그리고 디저트 중엔 파블로바를 먹는다.

파블로바, 출처 픽사베이

Q. 파블로바?

A. 정확히 어디 음식인진 모르겠다. 머랭을 굽고 생크림도 올리고 과일을 가득 올려서 먹는다. 딸기를 올린 게 제일 맛있다. 겉은 바삭한데 한 입 베어 물면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 그리고 과일의 신맛과 크림의 단맛이 어우러지는 게 정말 좋다. 오늘 시간이 되면 같이 먹어보면 좋겠다. 파블로바가 맛있는 집이 여기에서 조금 멀긴 하지만.... 어렵다면 내일이나 모레 쿠알라룸푸르에서 도전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Q. 하하 고맙다. 친구들과 파블로바를 먹는 것도 좋아하는지?

A. 그렇다. 같이 맛있는 파블로바가 있는 카페나 베이커리를 가서 나눠 먹고 얘기를 한다. 그러면 기분이 좋지 않았던 일도 좋아지곤 한다. 감정을 다스리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좋은 것 같다. 부정적인 감정을 잘 컨트롤하지 못하고 표출했다간 공격당할 수 있다.


Q. 부정적인 감정을 잘 컨트롤하는 게 정말 중요해 보인다.

A. 그렇다. 결국 침묵하고 친절하게 행동하는 건 나를 위한 것이다. 그런 행동은 결국 유대감을 쌓을 수 있게 할 것이고, 논쟁대신 이해를 선택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아까 말했듯 논쟁을 정말 싫어한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행동한다. 그래서 내 것보다 남의 것을 먼저 챙기기도 한다.


Q. 남의 것을 계속 챙기다가 상처를 입지 않나? 내 것부터 챙기란 말을 많이들 하는데.

A. 그 말도 존중하고 이해한다. 그건 각자의 의견이지만, 나는 별로 선호하진 않는다. 이제까지 이런 결정과 행동은 서로 믿을 수 있고 이해하는 관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아까 말했듯, 내 행복을 위해선 유대감과 이해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한다. 그리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면 죄책감을 느끼는데 그것도 나에겐 좋지 않다.


Q. 친절함을 강조하는데, 인생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그것인지?

A. 그렇다. 거기에 더하면, 가능한 한 더 배려하고, 더 이해하고, 더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가령 누군가에게 친절하지 못하고 상처를 주면, 상대의 행동이 부정적일 수도 있고 또 내 죄책감 때문에 불편해서 일에 더 집중할 수가 없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친절하려고 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Q. 혹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A. 말을 다 정리하지 못한 부분도 있는 것 같아 아쉽다. 그래서 짧게 요약만 하고 싶다.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관계들이 주변에 있다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


갑자기 내리는 비에 황급히 들어온 카페는 스피커 소리가 왕왕 울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아쉬킨 인터뷰의 녹음이 혹시나 망쳐져 프로젝트도 망칠까 걱정하며 꼭 오디오에 붙어 하나하나 말을 고르고 골라 들려주었다. 아쉽게도 파블로바는 함께 먹지 못했지만, 그날 맛있는 녹차 케이크와 에그타르트를 먹었다.


(※브런치의 모든 인터뷰는 사전에 익명 혹은 실명 활용에 관한 동의를 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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