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공주야 학교 가자!

- 다시 쓰는 안데르센 세계 명작 <엄지 공주>

by 광녕


여인은 알람이 울리지 않았음에도 눈을 떴다.

평온한 어스름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바깥은 제법 훤했다, 밤새 내렸던 굵디굵은 새하얀 눈발이 꽤 쌓였다. 여인은 라벤다 향기 곱게 누워 잠든 이부자리에서 살짝 빠져나왔다.

지난, 삼 년부터였다. 일천구십오일 가까이 됐다.

여인은 빠른 걸음으로 이웃 마을에 도착했다. 길가에 세워진 성모상 앞에는 언제부턴가 반갑게 인사하는 좋은 관계로 발전했다. 그 옆의 꽃들과 눈 맞추고 인사했다. 늘 언제나 그랬듯이, 소망과 기대로 하루를 시작했다.

“저에게 예쁜 아기 주소서! 이젠 만나고 싶어요!”

여인은 무릎을 꿇었다. 밤새 하얗게 내린 눈밭은 하얀 솜이불처럼 포근히 안아주었다. 간절함과 소중한 마음 고스란히 담았다.

여인은 그동안 비가 오면 비를 맞았고, 눈이 오면 눈을 맞았다,

키 작은 채송화, 이름 모를 들꽃, 나팔꽃, 장미, 해바라기들도 소망하고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도대체 무엇일까!’ 여인은 꽃들의 이야기에 고개를 들었다.

“우리도 같아요, 힘내세요, 머지않아 꼭 이루어질 거예요!”

여인의 손등 위엔 굵은 눈물이 떨어져 고드름이 되듯 방울져 내렸다. 여인은 아름다운 꽃들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깊이 감사했다. 여인은 알게 된 것이다. 수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그리고 함께 소망하고 기다렸다는 것을!

여인은 팔순 지나신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지냈다.

그날도 여인의 저녁 식사 준비는 아침과 다르게 분주했다. 멸치 된장 육수 끓이고, 호박, 두부, 대파, 송송 썰었다. 부지런한 여인의 손놀림에 따라 또오똑, 똑! 또오똑 똑! 작은 소리가 들렸다, 여인은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확신했다. ‘배달 물건인가!’

여인은 한달음에 뛰어갔다, 오동나무 대문 앞에는 물건도, 우체부 아저씨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잘못 들었나? 분명했는데!” 여인은 실망했다. 대문을 돌아서 가려고 할 때였다, “여기, 여기예요, 저 좀 봐주세요!” 아주 작은 소리였다. 여인은 손나팔 만들어 오른쪽 귀로 들었다. 아, 정말! 여인은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작은 소녀와 눈을 맞추고 두 손을 모으고 앉은 채 다가갔다. 주저할 수 없었다.

아이를 조심조심, 소중하게 안았다.

“어쩜, 이리 고울까요!” 엄지손가락 크기만큼! 작았다. 너무도 귀엽고 예쁜 여자아이였다.

여인은 떨리는 마음 진정하려고 심호흡했다. 그리고 땀에 젖은 머리를 쓸어올렸다.

여인은 아이를 다시 한번 꼬옥, 안아주었다.

믿을 수 없는 기적에 여인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웃다 울다! 눈물은 마르지도 않았다.

여인은 밤새 빨간 앵두 송알송알, 열매 맺은 백색 천을 재단했다. 원피스와 머리띠, 손가방까지 만들었다.

“우리 공주는 오늘부터 엄마 딸, 엄지 공주란다!”

“엄지공주요!”

“그래, 엄마가 항상 곁에 있을 거야, 하고 싶은 건 뭐든 좋아 마음껏 해 봐!”

“음! 뭐가 좋을까요?”

“엄마 딸, 엄지 공주야, 학교는 어때??

엄지 공주는 방긋방긋 웃었다. 발레를 추듯 빙그르르! 방안을 돌며, 춤을 추었다.

엄지 공주는 여인을 따라 시장에도 가고, 꽃가게에도 미용실에도 빵 가게에도! 언제나 여인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하지만, 늦은 밤, 엄지 공주는 불안했다.

처음, 학교에 가게 된 엄지 공주는 자신과는 다른, 다양하게 생긴 친구들과의 만남에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엄지공주는 꽃잎에 누웠다가 꽃술 베개 가슴에 안고 나뭇잎에 앉았다. 새벽까지 잠들지 못한 덕분에 늦잠꾸러기 엄지공주가 되어 버렸다.

“엄마 딸, 엄지 공주야, 엄마랑 같이 갈까?” “아니에요, 전 혼자 갈 수 있어요!”

엄지 공주는 손톱을 입에 물었다. 긴장하면 생기는 버릇으로 엄마와 약속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콩닥콩닥하는 마음을 달랬다. 겉으로는 제법 씩씩하게 학교에 가는 중이었다.

이때, 엄지 공주 앞을 떠억! 어디서 나타났는지, 몸통보다 머리가 더 크고 못생긴 두꺼비가 사탕을 내밀었다.

“거기, 귀여운 소녀! 학교는 이상한 소굴이야, 시커멓게 그려진 책만 보라고 해, 아주 피곤한 곳이지, 학교 가지 말고, 우리 아들이랑 맛있는 먹고 재밌게 놀아도 좋아, 우리 집에 가자!”

두꺼비는 엄지 공주 팔을 막무가내로 잡아당기며 가방을 들어 주겠다고 했다.

엄지 공주는 큰 눈을 굴리며 말했다. “저도 아직 잘 몰라요, 하지만 아저씨는 따라가지 않을 거예요, 책도 읽고 싶고, 친구들도 만나 보고 싶어요!”

엄지 공주는 또박또박 야무지게 말했다. 엄지 공주의 마음 안엔 약간의 두려움, 약간의 유혹이라도! 모르겠다, 하지만 엄지 공주의 표정은 당당했다. 흔들림이나 무서움은 찾기 어려웠다. 눈물도 보이지 않았다.

언젠가, 엄마에게 들었던 말씀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엄지 공주야, 세상엔 좋은 사람도 참 많아요, 하지만, 공주처럼 예쁜 아이를 거짓으로 데려가는 나쁜 사람도 있어요, 기억해야 해! 모르는 사람 따라가면 절대 안 돼! 엄마는 엄지 공주랑 살고 싶어요!” 엄지 공주는 너무 기뻤다. 엄마랑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날아갈 듯 기분이 상쾌해졌다. 무사히 학교에 도착했다.

하지만, 엄지공주는 낯선 친구들과 어색한 환경, 그리고 이해하지 못하는 학습에 자꾸만 웅크려지고 친구들과의 대화도 생소하게 느껴졌다. 엄지 공주가 걱정했던 시간이 다가오는 것 같아 두렵기도 하고 만족스럽지 않았다. 엄지 공주와는 성격도 외모도, 키도, 너무도 다른 친구들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행동해야 옳은 것인지! 무척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학교는 참 곤란해! 이러다간 입도 못 떼고 집에 가겠어!’ 애꿎은 손톱만 물어뜯고 있을 때였다. 나이 들어 보여서 말 붙이기도 어려웠던 들쥐가 먼저 다가왔다.

“엄지 공주야, 우리 같이 먹을까?” 들쥐는 엄지 공주에게 쿠키와 음료수를 건네며 말했다. 엄지 공주는 용기를 내지 못했던 자신에게 먼저 손 내밀어 준 들쥐의 따뜻한 마음과 배려가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순간 생각하고는 마음이 따뜻해져 왔다, 쿠키와 음료수까지도 너무 소중해졌다.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었다.

엄지 공주는 빙그레 웃으며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팍팍팍 크크앙! 순식간에 벌어졌다.

두더지는 제비를 넘어뜨렸다. 그리고, 책상 위의 물건도 마구 던졌다. 목청껏 소리 질렀다.

“네가 뭔데! 내 의견에 반대하고 난리야? 못생긴 게 어디서 까불어! 비실비실, 네가 축구를 잘해, 야구를 잘해? 할 줄 아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으면서 잘난 척은 왜 하는데!”

두더지는 씩씩거리며 허리에 올린 오른손 풀어 삿대질했다.

엄지공주에게 옆 친구가 속삭였다.

“의기양양, 잘난 체 거만 왕, 두더지야!” 부잣집 아들 두더지는 흥분은 최고조로 자기 입장만 내세웠다. 제비의 말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두더지는 제비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나이 든 들쥐도 보이지 않았다. 엄지 공주는 제비가 불쌍했다. 제비의 입술은 파랗게 변해 버렸다.

‘저러다가 숨도 쉬지 못할 거야!’ 엄지 공주는 꾀를 냈다. “선생님이다, 선생님!”

엄지 공주는 소리를 지르고 앞문을 열었다. 그리고, 제비에게 갔다. 다행히 두더지는 씩씩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청소 시간 끝나고 제비는 엄지 공주에게 왔다.

“고마워, 엄지 공주야!”

“아니야, 당연한 거지, 제비야, 좀 전에 왜 가만히 있었어, 도망치거나 싸우지 않고?”

“도망가면 겁쟁이가 될 거고, 싸우면 나쁜 사람이 될 거니까!”

제비는 조용히 하지만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 내가 만약 두 가지 중 어떤 것을 선택했더라도 두더지는 소란스럽게 했을 거야!”

제비는 따뜻한 친구, 엄지 공주에게 편지를 주면서 별명을 지어주고 싶다고 했다.


<엄지 공주야, 나 제비야,

어렵고 곤경에 처한 나에게 달려온 따뜻한 엄지 공주야, 내 친구가 되어줄래?

우리 함께 멋진 꿈을 위해 도전할까? 어때?

따뜻한 마음 가득한 고마운 내 친구, 별명을 지어 봤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

“한음!” 세상 어느 곳이든 언제든 한달음에 달려가는 거야! 우리 함께 따뜻하게!

엄지 공주야, 나 제비는 “한음”을 닮고 싶어, 고맙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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