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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저널 Jan 30. 2023

인생 중간지점에서 원하는 방향을 잃었을 때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 칸영화제 감독상

한 번 보고 두 번 찾아보게 되는 이끌림

영화 속 등장인물의 마음을 읽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공감하며 기록하는 무비 마인드 저널입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영화들이 글로벌 영화제에서 수상 소식을 많이 듣고 있다. 국뽕에 빠져 있는 나는 해외 진출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좋은 결과가 뿌듯해지고 자랑스럽다.  아마도 예전 새마을 운동 세대이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 학교 운동장 조회시간마다 국기에 대한 맹세와 국민교육헌장과 국경일 노래를 다 외우고 불렀던 시기를 보냈기 때문이다.




<헤어질 결심>은 2022년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우리나라나 세계 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등 높이 평가하고 있다. 나도 이번에 넷플릭스에 올라와서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편안하게 보았다.




등장인물 1. 해준  <박해일>


살인, 폭력, 사건 사고 전담 형사. 에이스


젊은 시절 맑고 깨끗한 이미지인 박해일 배우.

<살인의 추억>의 숨겨진 범인으로 추측된 역할로 박해일 배우의 인상 깊었던 영화였다. 이번 <헤어질 결심>에서 중년의 사회인으로 가정과 직장 일에 충실한 역할을 맡았다. 


해준은 범인을 쫓고 추격을 위해 평소 운동신경도 죽지 않았다. 잠복근무도 나서서 할 만큼 자신의 일에 회피하지 않는다. 범인을 폭력으로 치조하지 않고 정당한 처리를 하려고 노력한다. 자부심이 강한 형사이고 경찰 내부에서 에이스로 인정받는다.

가정에서도 먼저 푸짐하고 미슐랭 같은 음식을 차려주는 멋진 남편이다.


착실히 살아가는 일상에 습관적으로 빠져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지 못하다가 새로운 자극을 받게 된다.

산에서 추락사를 한 남자의 중국인 아내 서래이다. 한국말이 서툰 것 같은데 용의자로 의심이 되어 잠복근무로 관찰하다 보니 일도 성실하고 상냥하다. 그녀의 행동들, 특히나 곧은 자세, 실루엣이 자꾸 마음에 와닿는다. 




등장인물 2. 서래  <탕웨이>


의심스러운 중국 미녀 간호사. 

전 출입국 심사 공무원이던 남편이 등산 추락사.


중국 배우로 유명한 탕웨이는 이안 감독의 <색, 계>로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배우가 되었다.  <만추>에서 현빈과 연기 호흡을 맞추었는데 김태용 감독과 국제결혼하게 되어 한국과 아주 친숙하다.


<헤어질 결심>에서 서래 역할의 탕웨이는 중국인으로 아픈 어머니를 간호하기 위해 간호사가 되었다. 어머니는 항일운동가의 딸이었고 서래에게 외할아버지의 고향 산인 한국의 호미산으로 가라고 말했다. 그전에 자신이 평온한 마무리를 위해 전문적으로 죽여달라고 부탁했다.


어머니의 사망 때문에 어렵게 한국에 입국했다.  서래는 항일운동가 자손 자격으로 건국훈장을 받았다. 이 도움을 나서서 도와준 외국인 입국심사 공무원과 결혼을 했다.


남편은 20여 년간 테이블 앞에 앉아 불법 외국인을 날카로운 눈으로 심사하고 친구도 없었다. 자신이 소유한 수첩, 펜, 케이스 등은 이니셜로 낙인찍는 집착 강한 소유욕을 지녔다. 심지어 아내 서래의 몸에도 가축 도장처럼 이니셜을 문신시켰다. 은퇴 후 연금을 받으며 유일하게 등산을 즐기는데 같이 산에 가자는 말을 거부한 아내를 폭력으로 휘둘렀다.



등장인물 3. 정안  <이정현>




해준의 아내인 정안은 이과 전공으로 뛰어난 수리능력을 지니고 수치화된 생활에 능숙하다. 해준과 16년의 결혼생활로 중학생 딸이 있지만 엄마를 닮아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며 기숙사 영재학교에 다닌다. 정안은 원자력 연구소 연구원으로 해준과 주말부부로 살고 있다. 집안일보다 자신의 연구분야에 자부심이 강하다. 평소엔 주로 외식이나 배달음식을 즐기기에 주말에 해준이 해준 집 밥 음식을 좋아한다.


섹스리스 부부의 이별수 걱정 때문에 주 1회 약속하며 관계 유지를 원한다. 자신의 여성성을 위해 상당량의 석류청을 만들고 남편의 정력을 위해 자라 진액에도 관심이 높다. 건강 유지를 위해서는 남편의 금연은 필수이고 습관을 위해 도라지 말랭이에 주의력을 갖기도 한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이유



박찬욱 감독의 이전의 유명한 영화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아가씨>에서처럼 이번 <헤어질 결심>에서는 폭력성이나 잔혹하고 자극적인 영상은 없었다. 스토리 진행도 천천히 흘러가고 등장인물의 심리적 내용이 오히려 더 깊었다. 

이번 <헤어질 결심>도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박찬욱 감독의 호평이 이어졌다. 칸영화제의 감독상뿐만 아니라 그만의 영화의 세계를 찬사 받고 있다. <헤어질 결심>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이유를 내 마음을 읽는 영화 무비마인드저널에서 직접 보고 느낀 세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세계적인 극찬을 받는 이유 첫 번째,
< 박찬욱 감독 특유의 미장센 감각>



영화를 보는 내내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라고 느낀 부분은 서래의 집안 벽지 분위기였다.

박찬욱 감독만의 특유의 미장센이 바로 실내의 벽지이다. 

전혀 평범한 가정이 아닌 현대 미학과 독특한 패턴이 연속되고 감각적 칼라가 돋보인다. 이번에 푸른빛은 벽지는 얼핏 산처럼 보이지만 바다의 파도 느낌을 표현한 것이다. 서래는 스스로 공자가 말하기를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인자한 사람이요,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말하며 자신이 산보다 바다가 좋다고 말했다. 서래의 집에 벽지가 자신을 표현한 느낌이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중 특유의 독특한 실내인테리어 벽지


등장인물들의 공유하고 서로 관심사에 같은 느낌을 가진 이유이다.

해준도 바다가 좋다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공감한다고 표현했다. 

둘은 반듯하고 정리된 환경을 좋아한다. 해준의 수사 사무실이나 집안도 깔끔하고 정리되어 있다.

해준은 자신이 살인범, 범죄현장과 용의자 감시, 사건 해결을 위해 집착하며 몰입되어 있지만 원활한 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스스로 일에 자부심을 가지지만 미해결 된 사건이나 피로 냄새가 진동하는 현장은 두려움까지 느낀다. 불면증으로 일상에 고통을 갖기도 한다.


서래는 남편이 죽은 시신이나 현장 사진을 보는 것도 큰 감정의 동요 없이 보냈다. 의심이 가는 행동이기는 했으나 평소의 간병인의 역할이나 수사 질문에도 솔직하고 평온하게 말하는 스타일이다. 해준이 서래의 매력에 빠진 이유는 그의 꼿꼿한 자세이다. 자신의 가치관과 스스로의 당당함 없이는 그런 실루엣과 생활태도가 바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의 범죄현장 사진을 함께 보며 사람의 심리와 행동을 예측하고 그에 대한 범인의 위치 추적도 가능하도록 돕는다. 아내와 전혀 같이 할 수 없었던 이야기였다. 관심사가 해준과 비슷하고 사람들의 행동을 예상하는 두뇌도 뛰어나다. 아내의 숫자로 표현하는 확률이나 가능 퍼센트를 암기하는 두뇌와 또 다른 지능이다.





세계적인 극찬을 받는 이유 두 번째,
<삶의 철학적 고민을 하게 만드는 감성과 이성의 교체>


박찬욱 감독은 서강대 철학과를 나왔다는 이유에서인지 그의 영화는 항상 인간 본성과 죄의식을 탐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평탄하게 자리 잡은 사회 중년이 되었다. 본인의 직장에서 인정받는 에이스 역할을 하고 성품도 온화하고 가정적인 남자이다. 범인을 잡는 형사가 자신의 직업이기에 용의자를 냉철하게 관찰하고 범죄 증거들을 찾아내야 한다. 



충분한 의심의 증거와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지만 인간적인 부분에서는 모르고 스쳐 지나가는 것이 더 마음에 이끌린다. 자신의 감성과 살아있는 감각을 일깨운 이에게 관심이 가고 표현하고 싶지만 제도적 한계와 도덕적인 관습에 적극적 표현을 할 수 없다. 매번 그냥 그 본성을 숨긴다. 그런 자신이 힘들고 여태껏 쌓아온 명성을 무너뜨리는 붕괴가 되어버리기에 더 이상 다가설 수 없다.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타인이 하면 불륜이 되는 건가?"



심각한 육체적 불륜이나 도덕적 저항의 느낌은 없이 그저 잔잔했다. 서로의 관심사가 같고 태도나 행동이 비슷했기에 상대를 깊이 관찰할 수 있었다. 살면서 그런 공감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결혼한 사람이 새롭게 공감을 가진 이성을 만나면 불륜이고 동성을 만나면 퀴어 감성이 되는 것일까? 세상 사회가 정의 내리는 것은 늘 한정적 경계에 빠지게 된다.




세계적인 극찬을 받는 이유 세 번째,
<한 번 보고 두 번 찾아보게 되는 영화의 반복적인 이끌림>


흥미 있고 재미와 웃음 통쾌를 주는 영화도 좋지만 여운을 남기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는 정말 훌륭한 영화이다. <헤어질 결심>은 처음 보면 그냥 특별하거나 긴박하거나 스릴 있는 느낌은 없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난 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다시 영화를 보게 만드는 매력적인 이끌림이 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해준이의 선택이 맞는 것일까? 

이해가 되는 행동이기에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서래의 삶이 불쌍하게 보이는 것인가?

범인으로 의심하는 내가 편협된 생각을 했던 것인가?



서래는 자신이 좋아하게 된 남자와 헤어질 결심을 했기에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된다. 우연히 시장 한복판에서 13개월 만에 만나게 된다. 거리를 유지하며 상대방과 겉인사를 하게 되었지만 눈으로 상대의 모습을 관찰하게 된다. 서래가 해준의 발밑을 바라보자 운동화를 신고 사건 현장에 뛰어들었던 형사는 조용한 도시에서는 구두를 신었다고 말한다.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다른 빛을 내는 투톤의 원피스를 입은 서래를 바라본 해준에게는 초록색으로 인상적이게 보이는데 아내인 정안에게는 파란색 원피스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눈빛만으로도 대화가 가능한 두 남녀.

남편이 다른 여자를 바라보는 강한 에너지를 느낀 아내의 촉.

흘려보낼 수 있는 한 여성의 코트 속 원피스가 강하게 보인다.

각자가 다른 색감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동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겪지만 각자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고 기억한다. 사람들의 경험에 따라, 삶의 가치관에 따라, 흥미의 관심사에 따라 똑같은 것이 각자 다르게 보인다. 다르게 인식하는 것이지 어느 것이 맞고 틀리다고 말할 수 없다. 


해준과 서래는 서로의 마음을 읽었다. 

둘은 자신들이 느낀 사랑을 서로 표현한 적이 없지만 공통된 마음은 공감했다.

그리고 서로를 위해 엇갈린 선택을 했다.



날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나는 순간
내 사랑이 시작됐죠


<헤어질 결심>이  대단한 평가를 받는 이유는 

각자 보는 관점에서 다르게 표현하고 이해가 될 수 있다.

스스로의 삶을 뒤돌아 질문할 수 있고 생각의 기회를 열어준다.

박찬욱감독의 특유의 미적 미장센에서 감탄을 할 수 있다.

미의 세계는 놀랍고 신비하다.





<헤어질 결심>을 두 번 보면서 우연하게 아들에게서 영화제 선배에게 선물 받은 <헤어질 결심 각본>도 함께 보게 되었다. 소설 원작이 영화가 나와서 보게 된 시점과 영화를 본 뒤 시나리오 각본을 보게 된 것은 미세한 차이가 있다.


둘 다 글로 본 영상은 배우들의 심리를 좀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서 좋다.

영화 속에서 전달하지 않았던 등장인물의 배경이나 행동들을 넓게 알게 되니 보다 풍성하게 느껴진다.

영상이 종합적 예술의 표현이지만 글에서 느껴지는 문장사이사이에 읽는 사람만의 감성과 상상을 더 확장되어 느낄 수 있다.

무비마인드저널은 나의 감정을 그대로 기록하며 사라질 수 있는 순간순간의 마음을 글로 잡는다.






영화 속 또 다른 캐릭터

고경표와 김신영의 새로운 해석도 재미있다.

인생의 중간지점에서

자신이 어떤 관점에서 삶을 바라보는지,

스스로에게 방향을 어떻게 정하고 살아가는지,

점검의 시기에 필요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헤어질 결심> 영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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