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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ing solo Jun 13. 2024

늙은 고아의 꿈

프롤로그


잔치국수 먹을 때마다 엄마생각이 나요.

우리 엄마가 제일 좋아하시던 거

늦둥이 막내가 해드리면

당신이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배워서 이렇게 맛있냐고

후루룩후루룩

행복해하시던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져요.


시부모님도 안 계시고

일찌감치 혼자되신 우리 엄마마저

먼 길 가셔서

어른이라고는 안 계시니

은퇴하면

우리 엄마 같은 좋은 어르신 만나

국수랑 맛있는 거 해 먹고, 머리도 빗겨 드리고

해가 좋은 날엔 어슬렁어슬렁 산책도 하면서 지내야지,


꿈꾸며

늦은 나이였지만  나름 재밌게 공부했어요.

사회복지학 학위랑 자격증도 준비하고

요양보호사까지 공부하려던 참인데

갑자기 장애인 활동 지원사가 됐어요.


결과적으로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오히려 너무 좋아.


덕분에 너무 이쁜 사람을 만났어.

게다가 친구 수업에 같이 들어가야 한대요,


대부분 활보(활동보조사) 쌤들은 너무 지루하다고 꺼린다면서

괜찮겠냐고 하는 걸


와우, 난 좋은데

평생 가르치며 밥 벌어먹고 살다가

반대편에 앉아야 한다고요?

이 나이에,

그것도 아홉 살짜리 꼬맹이들이랑?


너무 재밌을 거 같지 않아요?


네, 재밌어요.

21세기 초딩들의 삶의 한가운데서

그들의 언어를 들어요.

귀가 째질 것 같은 수다와 웃음

그래봐야 어린것들인데 뭐가 있겠냐 싶지만

작은 마음으로 품은 고민들

배려가 필요한 친구에게

기꺼이 나눠주는 고귀한 마음까지

매일매일이 감동의 순간들입니다.


오래전 한번 살아봤던 나의 어린 날을 돌이켜보며

그때 다하지 못했던 것들

다시 한번 해 볼 수 있어서

그것도 너무 좋고요.


내 딸아이보다 어려 보이는

담임쌤의 섣부른 표정과 몸짓 속에

깃들어 있는 무거운 책임감까지


내가 꿈꾼 것보다

더욱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더 좋은 꿈을 꿔 보려고요.


(커버:  백희나, 나는 개다. 중에서)






다음 글

<우리 그 거 극복하지 말자, 그냥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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