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그 숨 앞에서

낮은 곳에서 시작되는 생명에 대하여

by 혜솔 황보영


부활의 아침을 지나

노란 꽃길을 걷습니다

밤을 통과한 빛은

더 낮은 곳으로 흐르고

보이지 않던 자리에도

은은하게 스며듭니다


그 숨 마주하고

이제야 비로소

멈춰 서서

눈을 뜹니다


생명은

늘 낮은 곳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낮은 곳에서부터

환하게 번지는

우리


흙 속에 자신을 묻고

계절을 견디며

때가 차면

빛으로 응답하는


그대

오늘 살아 있음


부활은

먼 이야기가 아니라

식어가는 일상에

다시 불을 지피는 호흡입니다


넘어졌던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는 힘

놓아버렸던 마음을

다시 붙드는 손


그것이 은혜인지

아직 다 알지 못해도

그 모를 신비가

무거운 무릎을

가만히 밀어 올립니다


낮은 곳까지

기어이 내려오신 그 사랑이


끝내

우리 안에 꽃등을 켜실 것을

어렴풋이 믿어봅니다


그래서 오늘도

노란 숨결 사이로

나를 얹습니다


그대와 나

다시 피어나는

봄입니다


사진= 황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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