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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그때 그분, 귀인을 만나다

감사의 인연

by 아침햇살영


2025년 1월 16일 진눈깨비가 내리는 회색빛 오후, 양평군청 군수 대기실

차갑지만 조용한 공기가 대기실에 맴돌았다.

양평 군수님과의 면담을 기다리며 양평 어린이집연합회 임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던 그때

한 중년의 남성분이 나를 향해 환한 미소를 띠며 인사를 건넸다.

낯익은 듯했지만 곧바로 기억나지 않아 순간 당황한 나.

하지만 그 웃음 띤 얼굴을 다시 보는 순간 섬광처럼 떠오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맞다. 십수 년 전 그 간절했던 순간들이 마치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때 이분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텐데…

어린이집을 개원하던 그 시절 나에게 가장 큰 도움을 주셨던 조ㅇㅇ 팀장님이었다.



본능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팀장님께 다가가

물었다. "저를 알아보셨어요?"

조 팀장님은 웃으며 대답하셨다.

"그럼요. 오랜만이네요."

그러면서 내가 어린이집 장소를 알아보느라 힘들어했던 그 시절 이야기를 꺼내며 함께 웃음을 나눴다.

나는 조 팀장님이 멀리서도 나를 알아봐 준 모습에 감탄하며"눈썰미가 정말 대단하시다"라고

생각했다.




한편 나는 팀장님을 바로 알아보지 못한 것이 조금 미안하게 느껴졌다.

팀장님의 가슴에 달린 ‘기획 예산담당관’이라는 명찰이 눈에 들어왔다.


십수 년 전의 인연

결혼 후 전업주부로 지내다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늦은 나이에 사회에 나와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

삶에 대한 연민이 많은 나는 머뭇거리거나 계산할 여유도 없이 보육인의 길에 들어섰고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 하나로 열정을 다해 일했다.

몇 년의 경력이 쌓이면서'나도 어린이집을 운영하면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나 어린이집 개원을 결심했을 때 모든 것이 막막하기만 했다


보육교사 경험도 부족했고 운영에 대한 상식이나 지식은 문외한이었다.

인가를 받을 수 있는 조건과 과정조차 알지 못했던 나는 하루하루가 초조하기만 했다.

열정 하나로 사전 상담을 받아놓고 틈이 날 때마다 장소를 알아보았지만 모든 조건에 맞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인가 유효 기간 1년 중 남은 시간은 어느덧 2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나는 점점 더 조급해졌다.

마음속에서는 "혹시 이 길이 아닌 걸까?"라는 의구심마저 고개를 들었다.

매일같이 좋은 장소를 찾아 발길을 옮기지만 그때마다 기대는 실망으로 돌아왔다.

어린이집을 운영하겠다는 꿈은 간절했지만 좋은 장소를 찾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갈수록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팀장님과의 첫 만남

그러던 중 나는 당시 양평군 보육 팀장이었던 조ㅇㅇ님을 만나게 되었다.

긴장과 기대를 안고 드린 첫 상담 요청

팀장님은 나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며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

팀장님은 단순히 가능성만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에게 참 따뜻한 마음을 가지신 분 같습니다.

그게 제일 중요하죠. "어린이집을 운영하시면 분명 잘하실 것 같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그 말은 나에게 큰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



인가를 위한 끝없는 장소 탐색

이후 나는 여러 장소를 물색하며 팀장님께 인가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팀장님은 귀찮은 내색 하나

없이 매번 현장을 방문해 세심한 조언을 주셨다.

하지만 모든 장소가 인가 조건에 맞지 않았다.

그때마다 팀장님은 "선생님 같은 분이 어린이집을 운영하시면 참 좋을 텐데 아타깝습니다."

라며 진심 어린 격려를 해주셨다.




내가 찾던 장소마다 벽에 부딪혀 돌아서야 했던 그 순간들.

절박한 상황에서 한 줄기 빛을 찾으며 희망의 끈을 붙잡았고

내 안에서 작은 불씨가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때 길 위에서 마주친 한 사람의 따뜻한 조언이 내 마음에 환한 빛을 비추었다.


포기하려던 찰나의 마지막 기회

인가 유효 기간이 한 달 남짓 남은 시점 나는 결국 개원에 대한 마음을

접을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한 군데만 더 가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찾아간 곳이 바로 지금의 어린이집 자리였다.

설렘과 두려움 속에서 다시 한번 팀장님께 연락을 드렸다.

"염치 불고하고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봐주세요.

팀장님은 흔쾌히 방문해 주셨고 이곳은 가능합니다.

인가에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라는 말을 남기셨다. 나는 뛸 듯이 기뻤다.



인생의 터닝포인트와 감동적인 재회

그 후 번갯불에 콩을 구워 먹듯 서둘러 어린이집

개원을 준비했고 현재까지 안정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

하지만 팀장님은 다른 부서로 발령을 받으며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십수 년.

양평군청 군수 대기실에서 만난 조ㅇㅇ 팀장님은

이제 군청 기획 예산담당관님으로 승진해 계셨다.




"지금까지 잘 운영하고 계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원장님 제가 잘 될 거라고 했잖아요."

팀장님의 그 말에 나의 눈가가 뜨거워졌다.

나의 인생에서 가장 큰 터닝포인트를 만들어 준 인연, 이 감동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도움을 주신 팀장님이 계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조 기획 예산담당관님의 앞날을 기원했다.

앞으로도 공무원으로서 존경받고 승승장구하셔서 명예로운 정년을 맞이하시길 기원했다.


고마운 분으로 문득문득 내 가슴속에 잊지 않는 사람들 중의 한 사람으로 늘

건강하시고 노년에도 행복하시길...

자주 찾아뵙지는 못하지만 항상 감사함을 잊지 않고 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서로 더 성장하고 따뜻한 인연을 이어갈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만약 그때 이 분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생각할수록 그 인연이 더욱더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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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에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도움을 주는 귀한 인연들이 있다.

그 인연들이 우리의 삶에 터닝포인트가 되어 줄 때 감사함을 잊지 않고

그 마음을 전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보답일 것이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축복합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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