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동선수 출신이다. 그것도 흔치 않은 여자 소프트볼 선수였다.
어릴 적 나는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보다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걸 더 좋아하는 아이였다.
공부머리는 없었지만 몸을 움직이는 데서 만큼은 자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방과 후 수업에서 우연히 소프트볼을 접하게 되었다.
그 작은 계기가 나를 전혀 예상치 못한 길로 이끌었다.
“시합에 나가면 수업을 빠질 수 있다.”
그 말 한마디에 혹해 시작한 운동이었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늦게 출발한 나는 언제나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야구의 ‘야’자도 몰랐던 나는 룰을 익히는 것부터 서툴렀고, 공을 던지고 잡는 동작 하나하나가 어색했다.
감독님 앞에만 서면 기죽어 아무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동기들과 비교당하고, 후배들에게조차 뒤처져 늘 욕을 먹었다. 잘해도 욕, 못해도 욕. ‘욕을 먹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삶이었다.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수없이 올라왔지만,
이상하게도 끝내 그만두지는 못했다.
나를 붙잡은 건 자존심이었다.
중간에 멈춰 선다는 건 내 성격상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운동이 끝난 뒤에도 나는 혼자 운동장을 맴돌며 개인 훈련을 이어갔다. 꼭 대단한 목표가 있어서라기보다는
교복 대신 운동복을 입고 싶은 마음,
그리고 끝내 해내고 싶다는 오기가 나를 움직였다.
나는 외야수였다. 하지만 어깨가 약해 멀리 던지지 못했다. 외야수에게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던질 때마다 비거리가 나오지 않아 속상했고,
‘외야수는 어깨가 좋아야 한다’는 말이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다.
혼자 묵묵히 해오던 개인 훈련 속에서,
내가 던진 공이 이전보다 훨씬 멀리 날아가기 시작한 것이다언제부터였는지 알 수 없지만, 어느 순간 나는 외야에서
홈까지 공을 곧게 던질 수 있는 선수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