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는 바보같이 가슴이 다시 뛰나봐.
그래. 그러면 그냥 싼 헤드리스 기타 하나 중고로 구해서 매일 딱 한 시간씩만 규칙적으로 연습하고, 주말에는 전공 서적 빌리러 학교 가는 길에 동아리방 들러서 합주하고…. 어때, 듣기엔 참 좋아 보이지? 완벽한 플랜처럼 보이잖아.
그런데 한편으론 덜컥 겁이 나. 나중에 전역하고 나서, 혹은 졸업할 때나 직장에 들어갔을 때 후회하면 어떡하지? "아, 그때 악보가 아니라 전공 서적을 한 페이지라도 더 넘겼어야 했는데"라고 자책하게 될까 봐 말이야.
어렸을 때부터 나는 가슴 뛰는 일이라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올인하라고 배웠고, 또 그렇게 믿어왔어. 하지 못해서 하는 후회보다는 차라리 하고 나서 하는 후회가 낫다고들 하잖아. 그런데 정말 그럴까? 그 말이 정말 확실한 정답이긴 한 걸까?
물론 순간마다 정답은 없겠지. 인생의 두 갈래 길을 동시에 걸어본 사람은 없으니까, 어떤 선택이 더 가치 있는지 우열을 가릴 수도 없을 거야.
하지만 난 이미 한 번 겪어봤잖아. 시간이 널널할 때 기타에 빠졌다가, 정작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을 때 그 관성을 이기지 못해 멈추지 못했던 기억. 그리고 결국 그 끝에 서있잖아.
가슴 뛰는 일이었어.
그래서 했는데 결과가 좀 그렇더라고.
오늘 가슴이 다시 뛰었는데,그래서 무시해야될 것 같아.
근데 그것도 좀 그래.
정말 해야되는 순간을 놓치기는 싫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