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브런치 작가로 받아들여진 그날이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평소 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던 동기에게 바로 그 화면을 캡처해서 보냈을 때의 기록이 그 증거다. 그러나 막상 아마추어 작가가 되자마자 시험 기간이 덮쳐, 이전에 작가 지원 시 작성해 놓은 세 글을 발행하고 나의 문학적 창작 활동을 중단시켰다.
밑에 3줄은 읽지 말자! 건강은 별도니까..
시험 기간에도 영감이 떠오르면 즉시 기록하고 싶었지만, 고등학교 1학년의 첫 시험에 집중하지 못했던 게 걸려 하지 못했다. 마음의 실천은 마음먹던 흐름 따라가면 되는데, 늘 돌부리 하나씩 박혀 있어서 길을 막아주신다. 어쨌든 내 마음을 막은 시험공부에게는 투자를 해서 나름대로 중간고사를 잘 마치니, 슬슬 글에 대한 욕구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주위의 사람들을 보면, 나의 입장에선 문학 대부호들이 포진해 있는 것 같다. 그들의 공통점은 "하루하루 간단하게", "비는 시간에"라고 말한다. 그렇게 쓰인 문장은 읽기 편하고 내용은 부담 없이 소화가 된다. 그런 글을 보고 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을 키운지라, 자연스레 간단한 문체에 읽기 쉬운 글을 쓰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멘토가 되어주실 분을 뵙게 되었다. '창의적 글쓰기'라는 과목의 교수님이신데, 웬만하면 잠이 쏟아지던 국어 시간과는 다르게 그분의 수업 시간에서 나오는 내용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수업 시간 중 10분 정도를 아무런 계획 없이 글을 쓰도록 시키시는데, 난 매번 제발 교수님이 나의 결점을. 하나라도 읽어주셨으면 한다는 마음에 열심히 썼지만, 한 번도 '발표 해봐요'라는 말씀을 들은 적이 없다. 그러던 와중에 6월 중순 즈음 1대 1로 교수님이 글쓰기 교정을 진행하신다고 하셨으니까, 그때까지 기다려 보는 수밖에.
그러고 난 일주일 후 엘리베이터에서 뵌 교수님께 인사치레로 글을 잘 쓰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어록 하나를 소개해주셨다.
글을 잘 쓰는 방법은 많이 읽는 다독(多讀), 많이 써보는 다작(多作), 많이 생각하는 다상량(多商量)이다.
덧붙여 다작보다 다독이, 다독 보다 다상량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이는 나에게 직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 부분에 대한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이들에게 그들의 작업 시간 대부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아마 '팔짱 끼기'일 것이다. 화면을 아니꼽게 쳐다보고, 머리를 굴리다가 한계에 다다르면 종이를 꺼내서 알 수 없는 그림을 그려 생각을 표현한다. 코드로 옮기는 데는 단 1분 이내. 그리고 원하는 결과가 안 나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글쓰기도 그렇게 접근해야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작정 쓰는 것에 집중하지 말고, 인센스 하나 피워놓고 생각정리를 하는 시간을 앞에 두면 신나게 글을 써도 비문이 보이지 않고, 만족스러운 글이 나올 듯하다.
물론 본인이 그런 여유 없이도 술술 써내려 간다면 공감이 안 갈 수도 있다.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하거나, 조리 있게 정리를 해놓은 친구들은 그 과정을 생략해서 금방금방 시간이 나면 쓸 수 있고, 문장의 완결성에도 문제가 없게 되는 것이 아닐까? 난 그게 조금 부족해서 생각을 정리하는 능력도 키우고 싶은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