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플로리스트 네 번째 이야기
꽃집에 오는 손님들은 세상의 사람 종류만큼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남자와 여자 손님의 경향 차이가 확연한데, 남자 손님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꽃말'을 꼭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재밌는 것은 축하하거나 고백을 하기 위해 꽃말을 물어보는 일도 있지만 대부분 '사과'나 '용서'의 꽃을 찾는다는 점이다. 이런 주문의 경우 당일 주문이 많고 긴급 배송을 나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날은 머물고 있는 여의도 호텔 객실로 빨리 꽃을 보내달라고 하신 분도 있다. 사정이야 모르지만 남자들이 사과를 구할 일이 더 많은 것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본다.
문제는 내가 대답을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 꽃은 꽃말이 뭔가요?
그러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네이버에 찾아봐야...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화훼장식기사까지 공부한 나는 꽃말을 '전혀' 모른다. 학명이라면 지금도 더듬더듬 외우는 식물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꽃말은 알아보려고 한 적도 없다. 왜일까. 지금 적고보니 조금이라도 알면 장사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사실 꽃말은 대부분 '행복' '사랑' '고백'류의 것들이라 매번 찾아보면서도 쉽게 외워지지 않는 점도 있다. 문제는 그래서 방심할 때도 있다는 점이다.
하루는 남자손님이 헐레벌떡 들어와 꽃을 주문하셨다. 그날 데려온 예쁜 꽃들을 추천하자 '사랑'이나 '고백'의 꽃말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무심코 '꽃들은 대부분 예쁜 꽃말을 가지고 있으니 괜찮으실 거에요' 라고 말하며 디자인만 보고 꽃을 잡았다. 블루 계열을 요청하셨으니 옥시를 잡아보는데...
그 꽃 이름이 뭐라구요 사장님?
옥시에요 옥시페탈룸이라는 꽃이에요 예쁘죠
아 사장님!
...?
꽃말이 '날카로움' 이라는데요?
...!
당황한 나는 다른 블루 계열 꽃을 잡았다. 내가 애정하는 델피늄이었다.
이건 델피늄이라는 꽃이에요. 예쁘죠?
아 사장님!!!!! 아 진짜!!!
왜요...?
꽃말이 "당신은 왜 나를 싫어하시나요?"라는데요?!
그날 어떤 꽃을 결국 잡아드렸는지는 지금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래도 꽃을 전해줄 땐 꽃에 마음의 말을 담는 것이니, 꽃말이야 아무렴 어떤가 하고 오늘도 꽃말을 외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