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2 vs. 에어팟1 비교 리뷰
못생긴 제품이 세상을 바꾸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돛 없이 검은 연기만 뿜어 댄’ 세계 최초의 증기선 클레몬트호, ‘미운 오리’란 별명을 가졌던 시트로엥의 소형차 2CV가 그 예지요. 데뷔 초기 온갖 야유를 받던 이들의 성공은 놀라움과 얼떨떨함을 남겼습니다(참고로 2CV는 1948년에서 1990년까지 생산됐습니다).
얼마 전 ‘못생긴’ 이어폰 하나도 그랬습니다. 선 없이 꽁지만 남은 블루투스 이어폰 애플 ‘에어팟’입니다. 국내외 온갖 야유를 받던 에어팟은 2018년 4분기 세계 완전 무선 이어폰 시장에서 60%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꽁지를 닮은 경쟁 모델들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에어팟이 무선 충전 케이스와 업그레이드된 H1 칩을 품고 돌아왔습니다. 애플의 설명으로는 기기 간 전환 속도가 최대 2배 빨라졌고, 터치 없이 시리 호출이 가능해지고, 게임 레이턴시가 최대 30% 개선됐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음질도 달라졌을까요? 리뷰 시작합니다.
(애플은 공식적으로 에어팟2라는 이름을 쓰지 않습니다만, 리뷰상 이해를 돕기 위해 구형은 에어팟1, 신형은 에어팟2라고 명명하겠습니다.)
리뷰 제품은 충전 케이스 버전입니다. 에어팟1 패키징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무선 충전 케이스 버전의 경우 박스 후면에 라이트닝 케이블 사진이 없습니다.
유닛이 들어간 충전 케이스와 설명서입니다. 구성품은 에어팟1과 동일합니다.
어느 게 에어팟2일까요? 오른쪽입니다! 케이스 외부에서 내부 LED 위치까지 똑같습니다. 참고로 무선 충전 케이스 버전은 주황색 동그라미 위치에 LED가 들어갑니다.
이번엔 어느 게 에어팟2일까요? 오른쪽입니다! 충전 케이스 포트부터 유닛 크기, 홀 위치까지 똑같습니다.
종합하면, 에어팟2 충전 케이스 버전은 패키징부터 유닛까지 에어팟1과 차이점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서로 모델이 섞일까 봐 조심조심 촬영했을 정도니까요.
사진 출처 = iFixit.com
에어팟 2를 분해한 모습입니다. 빨간색으로 표시한 부분에 Apple 343S00289라고 쓰여있는데, 애플의 새로운 H1 칩으로 보입니다. 노란색으로 표시한 부분은 Apple 338S00420이고, DAC 칩으로 추측됩니다.
H1칩의 가장 큰 변화는 블루투스 5.0지원입니다. 이전 W1칩은 블루투스 4.2를 지원합니다. 하지만, 블루투스 5.0임에도 불구하고, 사용 시간은 5시간으로 W1칩에서 나아지진 않았습니다. 통화 시간만 50% 향상되어 2시간에서 3시간으로 늘어났습니다.
크게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연결 속도입니다. 기기 간 전환할 때도 빨라진 것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딜레이도 약 30% 빨라졌다고 하는데, 아래 딜레이 측정값을 보시면 알겠지만, 크게 개선되진 않았습니다.
사진 출처 = iFixit.com
리뷰 전에 제가 한가지 착각한 것이 있었는데요. 바로 이 금속 진동판입니다. 에어팟1은 진동판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이어팟과 같은 바이오디나 진동판을 사용했을 것이라 짐작했지만, 실은 이 금속 진동판이 에어팟 1부터 탑재 돼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음색은 딱히 변할 이유가 없던 것이죠.
그럼 측정을 통해 에어팟2의 변화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애플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스펙입니다.
가장 먼저 보는 그래프에서는 주파수 특성 그래프에 올리브-웰티 타겟을 적용하였습니다. 1/3옥타브 스무딩을 적용하여 실제 청음과 비슷하고 보기에도 편한 그래프입니다.
영디비 코멘트
에어팟1과 차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저의 경우 귀 모양 때문에 유닛이 귀에 잘 밀착되지 않아서인지 중저음역대가 많이 빠져서 들렸습니다. 에어팟1 역시 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오픈형 이어폰 특성상 귀 모양에 따라 청음상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세요. 종합하면, 음질은 에어팟1 그대로입니다.
에어팟1과 2의 비교 그래프입니다. 이번 리뉴얼은 무선 충전 기능 지원과 연결 편의성에 중점을 두었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옆그레이드 아니냐”는 언론 보도도 있는데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라 봅니다.
에어팟2가 과연 내 귀에 잘 맞을까? 궁금하신 분은 이어팟으로 들어보셔도 됩니다.
주파수 특성 그래프의 Raw 데이터이고, 스무딩을 적용하지 않은 원본 그래프입니다.
THD가 전반적으로 낮아 우수한 편입니다.
블루투스 이어폰/헤드폰은 드라이버를 직접 연결할 수 없기 때문에 임피던스 측정이 불가능합니다.
블루투스 제품 측정에 꼭 들어가는 Group Delay 항목입니다. 신호가 발생해 측정 장비로 돌아오기까지 주파수 대역별로 얼마나 지연이 발생하는지 확인하는 항목으로 유선 제품의 경우 거의 0ms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유선 제품의 경우 측정 데이터를 보여드리지 않지만, 블루투스 제품에서는 안테나 설계가 얼마나 잘됐는지와 좋은 블루투스 칩을 사용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제 에어팟 1은 리퍼를 한번 받았어요. 예전 초기 측정 데이터는 130ms까지 나왔었는데, 리퍼받은 에어팟은 230ms로 측정됐습니다. 에어팟2는 180ms 정도로 측정됐습니다. 30%까지의 개선이라고 보기엔 힘들지만, 에어팟1보다 좀 더 좋은 측정치가 나왔네요.
무선 충전 케이스 버전: 249,000원
충전 케이스 버전: 199,000원
더욱 자세한 얘기와 결론은 유튜브 영상으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