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개미(Drywood Worm/ Drywood Termite)에 대하여
얼마 전 입주한 손님으로부터 날아든 한 장의
사진
"어제도 분명히 청소했는데.. 오늘 아침에 또 톱밥 같은 게 떨어져 있습니다. 이게 도대체 뭘까요? 혹시 뭔지 아세요?"
얼핏 보기에 톱밥 같기도 하고 모래 같기도 한 이것은 흰개미의 배설물이다.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니 상상도 못 하지만 열대기후인 이 나라에서는 어느 콘도, 어느 지역은 흰개미가 조금 많다더라.. 하는 얘기는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심지어 재작년에는 완공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새 콘도에서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흰개미는 주택/건물에 큰 피해를 입히는 주요 해충으로 크게 건조목 흰개미(Drywood Termite)와 지중 흰개미(Subterranean Termite)로 나뉜다. 같은 '흰개미'라고 해도 피해를 입히는 방식, 서식 환경에서 차이를 보이기에 우선 집에 침입한 특정 흰개미 종을 식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진다.
지중 흰개미와 건조목 흰개미는 특징/습관과 서식지가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한 종에 효과적인 전략이 다른 종에는 효과가 없을 수 있는 것이다.
두 종 간의 중요한 차이점은 지하(지중) 흰개미는 땅이나 구조물에 둥지를 틀고 건조목 흰개미는 침입하는 나무 안에 둥지를 튼다. 지중 흰개미는 또한 생존에 필요한 수분을 제공받기 위해 토양에 접촉이 필요하다. 이러한 차이는 흰개미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곳, 잠재적인 피해 범위, 흰개미를 제어하는 데 사용해야 하는 치료 방법을 결정할 수 있기에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색상 : 옅은 갈색, 밝은 황갈색, 짙은 갈색
서식지: 습기가 없는 건조한 목재 내부에서 서식가능
특징 : 목재 내부 깊이 파고들어 둥지를 틀며, 육안으로는 확인이 어렵다. 나무의 결을 따라 속까지 갉아먹어 내부에서 구조를 약화시키는 방법으로 진행되며 가구나 건축 자재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흔적: 실제 사람에게 해를 끼치거나 하지는 않으나 주로 목재 표면의 미세한 구멍과 커피가루 모양의 배설물로 목재 주변에 쌓여 있는 경우가 많아 종종 톱밥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또한, 가구를 두드렸을 때 속이 비어 있는 소리가 난다면, 내부가 이미 흰개미에 의해 손상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확장속도/범위 : Drywood Termite는 토양과 접촉하지 않아도 충분히 생존 가능하기 때문에 지중 흰개미보다 군집이 제한되어 있어 느리게 퍼지는 경향이 있으나 문제는 상당한 피해를 초래하기까지 눈에 띄지 않을 수 있기에 갑작스레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발생 위치 : 수납장, 문틀 등 나무자재가 많이 사용되는 싱가포르에서는 콘도의 완공시기와 무관하며 사용된 목재자체에 이미 기생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위의 신문기사가 이 경우에 해당)
색상 : 옅은 크림색, 짙은 갈색 또는 검은색
서식지 : 토양에 서식하며, 먹이를 찾아 목재 구조물로 이동. 흙속에 집을 짓고 배설물을 사용하여 만든 터널을 통해 건물 내부로 침입하며 포식자와 탈수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특성을 지니므로 건조목 흰개미와 같은 배설물 알갱이를 배출하지 않는다.
특징 : 목재뿐만 아니라 종이, 섬유 등 다양한 재료를 먹이로 삼기에 건목 흰개미보다 피해범위가 광범위하다. 지중 흰개미는 물이 필요한 생존 특성을 가지고 있어, 주로 습기가 많은 지하층, 욕실, 주방 등에서 발견되는 것이 일반적
흔적: 창문을 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날벌레와 유사하게 날개가 분리된 흰개미가 많이 죽어있거나 벽에 흰개미 이동경로가 보이는 등의 징조를 보이며, 이는 지중흰개미의 군집특성과도 연관이 있다. (그들의 삶은 짝짓기 비행으로 시작되며 새로운 군집이 형성됨)
확산속도/범위 :건조목 흰개미에 비해 성장속도가 빨라 개체수도 빠르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며 싱가포르의 고습 환경은 빠르게 번식하고 피해를 확산시키는 데 매우 이상적인 조건을 제공하므로, 건목 흰개미에 비해 피해나 심각도가 높으니 발견되면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발생위치:나무 자재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물이 고이거나 습도가 높은 환경, 지역상 특성등에 영향을 받기 쉽고 특히나 오래된 콘도에서 보이는 경향이 있다.
종류 불문하고 흰개미는 건물의 심각한 구조 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조기 발견과 적절한 대처가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Drywood Termite와 Subterranean Termite는 각각의 특성에 따라 예방 방법이 다르다. 이들의 생태를 이해하고, 환경에 맞는 예방 조치를 취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핵심이라 할 수 있겠다.
1) Drywood Termite 예방:
목재 보호: 건목 흰개미는 목재를 선호하기 때문에, 목재 가구나 건축 자재를 방충 처리하는 것이 필수
가구 관리: 가구 내부에 흰개미가 서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수입 가구나 목재 가구를 사용할 경우 철저히 확인해 볼 것. 특히, 목재 표면에 미세한 구멍이나 배설물이 발견되면 즉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환기와 습도 관리: Drywood Termite는 습기가 없더라도 생존할 수 있지만, 실내 환기를 통해 공기 순환을 유지하면 흰개미의 서식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줄수도 있다.
2) Subterranean Termite 예방:
습기 관리: Subterranean Termite는 물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집 안의 습도를 낮추고 누수나 물 고임 현상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 욕실과 주방의 배수 상태를 점검하고, 습기가 많은 지역은 제습기를 사용해 주는 것도 방법 중 하나이다.
집 주변 정리: Subterranean Termite는 흙을 통해 이동하므로, 집 주변의 나무 조각, 쓰레기, 나뭇잎, 종이상자 등을 제거하여 흰개미가 서식할 경로를 원천부터 차단할 것
흰개미가 이미 발견되었다면, 특성에 따라 적합한 퇴치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방역업체(Pest Control)는 대규모 흰개미 피해를 해결하는 그나마 확실한 방법으로, 먼저 집 안의 흰개미 서식지를 파악한 뒤, 연무 소독, 독성 미끼 설치, 화학 처리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흰개미를 제거를 시도하게 된다. 단, 한번 발견되면 완전히 없애기까지 시간이 상당히 걸리는 경우가 많으니 여건이 허락된다면 다른 집으로 옮기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일 수도 있겠다.
국소 처리(Localized Treatment): 건목 흰개미는 서식지가 국한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살충제를 서식지에 직접 적용하는 국소 처리가 필요. 이 방법은 초기 단계의 흰개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로 사용되지만, 흰개미 자체가 실제 육안으로 확인이 어렵기에 완전히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면 발생한 곳을 떼어내고 새롭게 교체해야 할 수도 있다.
가스 훈증(Fumigation): Drywood Termite가 목재 내부 깊이 서식하고 있다면, 발생 부분의 자재를 떼어내어 챔버에 넣고 훈증 가스를 주입해 흰개미를 제거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 방법은 비용이 많이 들지만 확실한 퇴치를 보장된다. 다만 일반 가정의 경우 이 방법을 시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주로 상업용 시설에 사용된다.
토양 처리: 지중 흰개미는 토양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흰개미가 지나가는 경로에 방충제를 살포하거나 독성 미끼를 설치해 서식지를 제거
화학 장벽 설치: 화학 장벽은 집 주변 토양에 방충 물질을 주입하여 흰개미의 접근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이 방법은 보다 장기적인 효과를 제공하고, 싱가포르에서 흔히 사용된다. 다만 기본적인 환경이 습도가 높으니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흰개미만이 아니라 Pest Control자체가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 편이다)
물리적 발생원인 제거 : 물리적 조치는 흰개미가 발생한 위치를 찾아 제거해 주는 것이 효과적이나 발생지가 빌트인 수납장 밑등 숨겨진 부분일 수도 있어 원인을 찾아내는데 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참고] 비용 비교:
건목 흰개미의 국소 처리 비용은 방역업체마다 차이가 있으며 1회 조치(Treatment) 당 최소 $200-300+GST(여러 번의 조치가 필요함) 정도.
지중흰개미의 경우 최소 $500+GST이상(여러 번의 트리트먼트가 필요) 소요
각 퇴치 방법은 흰개미의 종류와 피해 정도에 따라 선택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물론 대형 방역업체가 보다 확실하게 처리한다는 보장은 없다)
다행히 문의해 온 손님의 집주인이 마음이 넓은 사람(으로 추정)이라 순순하게 바로 트리트먼트(방역조치) 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으나, 집주인에 따라서는 세입자 탓으로 돌려 비용부담을 꺼리는 경우도 있으니 물기가 많을 수 있는 곳(주방이나 욕실 등)은 최대한 습기를 제거하고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다면 임대인에게 알리는 것도 방법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