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싱가포르에 도착했습니다. 연락드린 대로 모레 정도면 집을 보러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빈매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요즘, 집을 보러 가기 위해서는 싱가포르 입국 전부터 현세 입자의 일정 확인 후 집 보러 가는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집을 보러 가기로 한 당일 아침-
안녕하세요. 저희는 지금 호텔로 향하는 중입니다만 오늘 보기로 한 4곳 중에서 첫 번째 콘도는 오퍼를 받아 뷰잉이 취소되었습니다. 같은 콘도 내 다른 매물이 없는 관계로 10시 15분까지 호텔로 픽업 갈 예정이니 원래 예정시간보다 20분 정도 늦게 내려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조금 있다가 뵐게요^^
대단히 죄송한데 제가 급작스럽게 회의가 잡혀 10시 15분까진 못 내려갈 것 같습니다. 두 번째 것도 취소 부탁드려도 될까요? 10시 반까지는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호텔 앞에 도착해있으니 지금 내려오시면 됩니다.
문자를 남기고 10분을 기다려도 손님은 나타나지 않았고 전화연결도 되지 않았다.
20분 정도 후에야 겨우 연결이 되었는데 MOH(Ministry of Health/싱가포르 보건부)에서 전화연락을 받아 Monkey Pox(원숭이 두창) 감염자와 Close Contact(밀접 접촉)의 우려가 있으니 일정을 전부 취소해달라는 것이었다.
"What the H...."
그렇게 나와 로컬 동료는 3시간가량을 대기만 하다가 허탈하게 사무실로 돌아와야 했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몽키 폭스는 테스트 킷이 없잖아..? 어떻게 알 수 있다는 거지?
게다가 MOH가 직접 개인적으로 전화하는 일 같은 거 없지 않나..? 어째 낌새가 이상한데..'
'다른 중개인 쓴다더니 괜히 핑계 대고 알고 보면 이미 다른데 결정된 거 아냐? 그럼 미리 취소하겠다고 연락이라도 주던가. 갑자기 미팅은 그렇다 쳐도. 이렇게 막판에 취소하는 건 매너는 아니지 않나?! 지금 4명 시간을 허비한 거라고'
손님에게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곧 돈으로 직결되는 로컬 중개인 동료는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오전에는 정말 실례가 많았습니다. 갑자기 보건부에서 연락이 와서 여기저기 확인 좀 하느라 정신이 없었네요. 영어보다는 중국어에 더 자신 있긴 했는데 도저히 뭐라는지도 모르겠고 난감하더라고요.
저희는 괜찮습니다. Close contact 이면 격리되시는 건가요? 많이 놀래셨겠어요. 근데 혹시 해서 여쭙는데 혹시 MOH 번호 앞에 +65 (싱가포르 국가번호) 붙어있지 않던가요? 자동응답에 답하신 거... 아니시죠?
네. 맞아요. 실은 제가 싱가포르 입국 전날까지 중국 출장이었거든요. 그래서 전화받고 의심할 겨를도 없이... 결국엔 이렇게 당했네요.
아....;;; 그걸 받으셨구나. 별일 없으시다면 그게 오히려 다행이죠. 타이밍 기가 막혔네요. 어쩜 그렇게 딱 맞춰서..! 아무튼 별일 아니라니 안심입니다. 다음부터는 +65로 시작하는 번호는 무조건 차단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집을 보러 가기로 한 아침. 그는 보이스피싱에 낚였다. 천만 다행히도 돈을 송금하는 등 금전적인 손실은 없었지만 제대로 걸려든 덕에 주싱가포르 대사관이며, 중국 지점, 모국 영사관 등 여기저기 전화로 확인하느라 땀 꽤나 흘렸을 것이리라. 낯선 나라에 와서 하루 만에 원숭이 두창 감염 우려가 있다는 얘기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보건부라며 연락을 받는다면..? 게다가 듣도 보도 못한 전염병 감염 우려가 있다는데 약속을 취소할 수밖에
아... 당황하셨구나~ : 개그콘서트 "황해"중에서
생각해보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원숭이 두창'이니 '격리', '밀접 접촉' 같은 단어들을 모르고 살았다.
보이스피싱이라 해도 전화 한 통 받았다고 대사관이니 영사관이니 전화를 해야 할 시대가 올 줄이야.
지금 이 시기를 겪는 우리가 '라테는 말이야..' 할 때쯤엔 이미 없어져서 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 하는 단어가 되어있을 수도 있고, 너무 일반적이어서 그 누구도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을 날이 올까.
전염병에 걸린 것 같아 못 나갈 것 같아요 라며 약속이 취소될 수도 있는 이 시대가 나는 여전히,
참으로 당황스럽다.
싱가포르에서 Scam(보이스피싱)을 구분하는 방법?
핸드폰, 사무실/집 등 모든 전화번호가 8자리인 싱가포르에서 발신자 표시에 +65(싱가포르 국가번호)가 같이 찍히면 100프로 보이스피싱으로 간주할 수 있다. 같은 번호라 해도 +65가 붙어서 표시되는 경우는 없기에 전화를 받기 전에 바로 차단하면 피해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