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不在)의 부피 : 균형의 감각

제압 대신 완료를 선택한 날의 기록

by Lila

욕심은 종종 밤잠을 훔친다. 더 잘 쓰고 싶고, 닿고 싶다는 열망에 커서가 깜빡이는 동안 문장은 늘었다 줄고 새벽은 얇아졌다. 잠이 부족해도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나에게는 흘러가 버릴 감정이 아니라, 끝까지 버텨줄 '형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구조를 세우고 흔적을 배치하는 일, 그것이 나를 지탱한다.


아침엔 어제의 잔열이 머리에 남았다. 서면으로 못을 박고 분위기를 밀어붙였던 어제의 방식은 빠르고 정확했으나, 내 몸이 감당할 적정 온도는 아니었다. 눈이 뻐근해지고 관자놀이가 눌리는 감각. 어제의 방식이 남긴 건 업무의 완료가 아니라, 본래 내 것이 아닌 톤을 유지해야 했던 마찰의 흔적이었다.


기관의 책임자가 자리를 비운 날, 그 빈자리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공기처럼 팽창한다. 누군가의 몫은 증발하지 않고 남은 자들에게 조용히 옮겨온다. 나는 떠난 책임자의 무게까지 짊어지기로 한다. 누군가의 칭찬을 바라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책임은 멈추는 순간 정체되는 흐름과 같기 때문이다.


만나기 전부터 피곤이 몰려왔지만, 오늘은 어제의 각도를 쓰지 않기로 했다. 몸이 무거울수록 나는 정신을 더 가다듬게 된다. 나는 제압 대신 '완료'를 택한다. 기준은 유지하되 힘을 과소비하지 않는 방식. 상대를 몰아붙이는 대신 최선을 먼저 제안하고 절충안을 열어둔다. 상대가 빠져나갈 문을 하나 남겨두면, 그들은 도망이 아니라 합의로 돌아온다. 약점을 읽는 감각은 꺼내되 칼로 쓰지 않는 것, 그것이 오늘 내가 선택한 마무리의 기술이다.


집으로 돌아오면 서로 다른 털 색을 가진 고양이들이 나를 맞는다. 검은색, 삼색, 회색의 털이 섞이며 만들어내는 부드러운 리듬. 그들이 주는 건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잃어버린 박자다. 골골거리는 진동이 과열된 머리를 식히고, 외부용으로 높였던 톤을 바닥으로 조용히 내려놓게 한다.


나는 오늘을 잘했다고도, 힘들었다고도 정의하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는 확인한다. 나는 내 몸이 감당할 수 있는 각도로 하루를 다시 배치했다. 제압으로 끝내는 대신, 균형으로 매듭지었다.

그 선택만큼은, 내가 오늘 남길 수 있는 가장 정직한 형식이다.



이 기록은 혼자가 아니다.

같은 톤의 글이 매거진〈마음의 각도를 풀다〉에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