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전부터 가사를 썼다. 멜로디 없이. 악기 없이. 무미건조한 텍스트 파일 위에,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채로. 음악이 되려면 작곡가가 필요하고, 녹음하려면 스튜디오가 필요했다. 그 견고한 현실의 벽 앞에서 내 가사는 늘 바탕화면 한구석에 묵혀져 있었다.
그러다 매달 결제해 두는 AI 구독 서비스 중 하나로, 무심코 음악 생성 툴을 열었다. 가사를 밀어 넣었다. 3분 후, 내 방 안에 노래가 울렸다. 멜로디가 있고, 사람의 목소리가 있고, 제법 그럴싸한 반주가 깔려 있었다. 오래 묵혀둔 감정이 기어코 소리가 되어 세상에 나온 순간이었다.
표현의 방식이 다양해졌다. 표현의 다양성이 넓어지면 깊이가 달라지고, 무시하고 있던 감정을 드러내어 해소할 수 있게 된다.
매일 스레드에 끄적이던 단상들을 모아 며칠 전엔 덜컥 로고송 공모전에 지원서를 냈다. 코딩도 모르고, 악기도 못 다루고, 음악의 '음'자도 배운 적 없는 내가. 개인 홈페이지에 직접 만든 배경음악을 깔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텍스트 대신 음악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감정을 글로만 전하는 게 아니라, 소리로도 전할 수 있게 됐다.
AI 음악은 단순히 곡을 찍어내는 공장형 도구가 아니다. 철저히 개인적이고 온전한 표현 방식이다.
물론 저작권 문제는 아직 복잡하다. 상업적 사용 범위가 툴마다 제각각이라, 일일이 찾아보고 이해하기엔 버거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골치 아픈 제약을 잠시 내려놓고 보면,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세계에 서 있다.
누군가에게 팔기 위해 만드는 게 아니다. 나를 위해 만들고, 내 감정을 주파수로 확인하며 나누는 일. 마음속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던 단어들이 기어코 나만의 멜로디를 입고 흘러나올 때, 그 낯설고도 벅찬 해방감, 한 번쯤 느껴본 적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