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결정과 무거운 책임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던 70년대 후반, 경상도 문경 시골에서 1남 1녀 중 장녀로 태어나서 서울에서 대학 졸업. 외국계 회사 인사부 임원 25년 차 워킹맘. 15년 '시집살이'를 끝낸 지 막 3년이 된 고 3 아들 엄마. 나이 50을 바라보는 시점에 갑자기 미국에 살아보겠다고 이주한 곳은 서울 대치동을 카피해 놓은 캘리포니아 Irvine. 다 말리던 사표를 미련 없이 던지고 도미하여 경단녀가 될 뻔했으나 좌충우돌 끝에 Job을 구한 지 8개월 된 한국 브랜드 HR 부서 회사원...
뭔가 글을 써보겠다고 맘먹고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을 때, 겉으로 보이던 나를 어떻게 표현하는 게 좋을까 생각해 보았더니 위 한 문단으로 요약되었다. 하루하루 참 치열하게 열심히 살았던 느낌인데, 다섯 줄 밖에 안 되는 게 좀 억울하다는 느낌과, 설마 저것보다는 할 얘기가 많겠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더 늦기 전에 지금의 생각과 느낌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꺾이기 전에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
매일을 열심히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살아왔고, 오늘도 그렇게 살고 있다. 특별할 것이 없다고도 할 수 있지만, 얌전히 살다가도 순간순간 삐져나오던 용감하고 무모했던 순간, 감추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감춰지지 않았던 절망의 순간, 그 와중에 다시 시작해 보자고 생각했던 순간들. 꾸역꾸역 하루를 살아냈던, 그리고 살아가는 모든 시간들을 기록하고 싶다.
이 모든 순간들을 종합해 보니, 공통점이 있었다. 인생의 모든 중요한 결정이 참 가볍고 빨랐다. 대학과 전공학과를 결정할 때도, 결혼을 할 때도, 직장을 구할 때도, 심지어 모두들 말렸던 미국에 오기로 결정했을 때도 그랬다. 친구들도 지인들도 모두 말릴 만큼 무모하게 보였던 결정들.. 그러나 그 사람들이 몰랐던, 사실 별 신경을 쓰지도 않았던 (내 결정을 책임지는) 과정은 참 무거웠다. 나의 오늘은 아마도 어제의 결정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바라보고, 책임져 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기록해 두려 한다. 기억이 선명한 가장 최근의 순간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