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산자고, 중의무릇, 나도개감채
봄꽃으로 유명한 백합과의 꽃은 산자고, 중의무릇, 나도개감채 세 종류다. 셋 다 백합과 특유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고 셋 다 만나기가 쉽지는 않아 야생화 애호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산자고는 백합과 특유의 아름다움이 있다. 난처럼 휘어진 기다란 잎, 종 모양의 흰 꽃, 꽃잎 뒤의 자줏빛 줄무늬. 더욱이 토종 튤립이라는 별명에서 보듯 우리나라에만 있는 꽃이라는 점도 매력을 더한다. 2021년 3월 초, <살아 있는 동안 꼭 봐야할 우리꽃 100>을 준비하면서 전주 선유도의 대각산을 찾았다. 그때 낮은 산 정상에 저 멀리 서해바다와 섬들을 배경으로 여기저기 무리지어 핀 산자고를 만났는데 그때의 감동은 지금도 잊히지가 않는다.
산자고(山慈姑)는 “산에 사는 자애로운 어머니”라는 뜻이지만 이름 자체는 “산에 사는 자고(소귀나물)”를 가리킨다고 한다. 까치무릇이라는 예쁜 우리말도 있는데 북한에서 이를 정명으로 사용해서인지 우린 산자고라는 이름을 고수하고 있다.
우아하기로는 같은 백합과의 중의무릇도 못지 않다. 산자고를 노랗게 칠한 다음 크게 축소해 놓으면 딱 중의무릇이다. 꽃이 작은데다 눈에 잘 띄지 않아 산에 가면 꽃을 찾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산자고를 까치무릇이라 부르는 이유는 꽃이 중의무릇을 닮고 잎과 뿌리가 여름에 피는 무릇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중의무릇 역시 무릇과 잎이 비슷해 생긴 이름으로 “산에 사는 무릇”이라는 뜻이다.
나도개감채는 산자고, 중의무릇이 진 후 4월 중순쯤 피어난다. 모양은 두 꽃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크기는 중간 정도다. 흰꽃잎 안쪽에 녹색줄이 매력적이다. 주로 중북부에 서식하는데 높은 산이라면 남쪽에서 드물게 만나기도 한다. 개감채는 남한에 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