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창포 가는 길

엄마의 엄마

by 밥 짓는 사람

손 끝은 전기가 통하지 않을 만큼 몽톡해졌다. 손톱은 윤기가 없었고, 자칫 미끄러질 것 같은 손이었다. 박하향 같은 담배냄새가 살짝 기억난다.

할머니는 '꼽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하게도 그리 굽은 등으로도 커가는 내 손 높이와 늘 같았다. 건강할 땐 우산을 들고 다니시다가 언젠가부터 네발 달린 지팡이로 신발을 밀고 다녔다.

그래도 늘 배색 깔끔한 저고리를 입고 계셨다.


개봉역 앞에서 굴다리 지나 아파트 앞. 아파트 옆에 높다란 수로가 길게 이어진 동네. 할머니 돌아가신 이후에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동네.


꽃상여 타실 때 그 마을 애 어른 할거 없이 다 길에 나와 ' 큰 아기씨' 가시는 길 마을 끝까지 마중 나왔는데. 그 마을도 그 이후 한 번을 못 가봤네.


엄니 모시고 저번 주에 무창포 내려갈 때 서천 옆 주산면 이야기를 자꾸 하셨는데. 지금 생각하니 한번 가보고 싶다고 넌지시 던진 말이구나.


엄마도 엄마가 보고 싶을 때가 있을 터인데.

나야 할머니지. 그리운 정도가 딱 좋을 만큼 그리운데.


엄마도 엄마 노릇만 매일 하다가 엄마 보고 싶을 때 , 이건 뭐 길이라도 가까워야 자식들 몰래 택시라도 불러 타고 가보지.


바다도 넘어야 하고 , 소 키우는 언덕도 몇 개씩 넘어야 , 별거 없는 주산면 언덕까지 가지. 하여튼 사는 거 박하다.


그 동네. 바다도 그럭저럭 근처에 있고 , 산도 있고. 볼 거 되게 없는 무심한 동네. 한번 가보는 게 어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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