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출근하듯 카페에 들러 글을 쓰고 원고를 수정했다. 이런저런 딴생각에 집에서는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던 글도 이곳에서는 술술 써졌다.
무엇보다 사장님과의 은근한 거리감(?)이 오히려 편안함을 줬다. 동네에 오래 살다 보니 아는 지인들이 운영하는 카페가 생겼지만 수다 본능을 누르고 오랫동안 앉아 작업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장소였기 때문이다.
도심 속 캠핑장 느낌
이곳의 매력은 카페 마스코트인 고양이 모녀에게도 상당한 지분이 있다.
엄마 일순이와 딸 토순이는 길고양이지만 사장님의 배려와 손님들의 애정 덕분에 길냥이로써 자유를 누리면서 먹고 쉬는 장소를 제공받는다. 고양이 모녀는 보답이라도 하듯 손님들에게 애교도 부리고 존재감을 뽐낸다.
이제는 일순이, 토순이가 없는 2 Round는 상상할 수 없는 곳이 되었다.
궁디 팡팡 해주세요 / 엄마한테 애교 / 요가하는 냥선생님
이 카페가 나의 단골만은 아니다.
3층은 스터디카페 형식으로 되어있어 조용하게 공부하거나 책을 보는 학생들이 자주 오는 편이다. 아들 녀석은 시험기간이 되면 마치 독서실처럼 애용했고 사장님이 퇴근하기 전 아들에게 열쇠를 주며 종종 문단속을 맡기고 가셨다고 한다. 또 딸아이가 남자친구와 같이 방문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사장님은 의심 가득한 내 질문에 애매한 미소로 응답하며 비밀보장(?)을 해주셨는데, 이러니 어린 고객들에게도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3F _ 단체손님이 있는 경우 조용함은 보장받기 어렵다;)
좋아하는 장소를 그리다 보니 이 카페도 그리게 되었고, 기왕 그린 김에 색칠까지 해서 사장님께 선물로 드렸다. 부끄러운 실력이었지만 사장님은 기쁘게 받아주셨고, 카운터 앞에 전시까지 해놓으셔서 은근히 보람 있게 생각하고 있었다.그런데 얼마 전 딸이 종이컵 하나를 가져왔는데 어딘가 익숙한 그림이었다.
내 그림이 단골카페의 컵 디자인으로 만들어지다니!묘한 감동이 올라왔다.
내가 쓴 글에 직접 그린 삽화를 넣어 동화책을 만드는 것이 나의 오랜 꿈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신감은 하락하고, 지루하게 느껴지던 찰나에 컵 하나가 감동의피드백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