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야, 안녕?
새(new) 식구가 생겼다.
새(bird) 식구라고 해야 할까?
식구(1) : 한 집에서 함께 끼니를 같이 하는 사람
처음엔 원치 않는 새소리 때문이었다.
차츰 그들이 누구인지 궁금해졌고,
"밥은 먹고 다니나?"
급기야 이런 걱정까지 하게 되었다.
녀석들은 아침마다 남에(?) 집 앞에서 시끄럽게 울어댔다.
보자 보자 하니 알람시간보다 앞서 달콤한 잠을 깨우는 것이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다.
괘씸한 얼굴을 보기 위해서는 조금의 물과 땅콩이 필요했다.
드디어 유인작전 돌입했지만 딸을 의심할 만큼 감쪽같이 사라진 땅콩들이 신기했다. (딸, 미안!)
그렇게 조우하게 된 그들의 얼굴은 너무나 무해했고 귀여웠다.
연인 사이에서도 귀여우면 끝이라던데 역시나 귀여움엔 어쩔 도리가 없다.
어느새 맛집(?)으로 소문난 것인지 하나 둘, 새(bird) 식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혼자 오던 직박구리는 꼭 2인 1조로 온다.
처음엔 어미새와 어린 새인가 싶었지만 둘의 애정현장을 목격하고 커플임을 알아챘다.
거, 너무 한 거 아니오?
우리 집에는 미성년자가 살고 있단 말이오!
<뽀뽀금지> 팻말이라도 달아놓아야 할 판이다.
물그릇을 넓은 것으로 바꿔주니 시원하게 목욕까지 하고 간다.
저마다 입맛까지 다르다.
어치는 땅콩만 먹는다. 땅콩부스러기는 입도 안 대고 큰 알맹이만 노린다.
그렇게 저가 먹고 싶은 것만 골라내다가 접시에 있는 다른 먹이들을 죄다 떨어트린다.
편식하는 새라니 머리라도 콩 쥐어박고 싶지만 땅콩을 조금 더 사놓기로 마음을 바꿔먹는다.
어치는 인상이 좀 무섭다. 절대 쫄아서 그러는 게 아니다.
박새는 슬라이스 된 아몬드만 먹는다. 난간에 앉아 부리로 부숴먹는 걸 즐겨하는 듯하다.
먹이를 놓고 베란다 창문을 닫으면, 10초 뒤 박새 손님이 제일 먼저 찾아온다.
부지런하게 자주 다녀가는 녀석이다. 엄청난 바람둥이라던데, 역시..부지런해야..(허흠)
검은 올빽머리 쇠박새는 작은 해바라기씨 위주로 가져간다.
직박구리는 신선한 물을 좋아한다. 물을 안 갈아주는 날은 물속에 똥을 누고 간다. (응? ;;)
다른 먹이는 안 먹고 물만 마시고 가길래 과일을 놓았더니 먹더라. 특히 사과를 좋아한다.
까치는 정말 영리하다. 마른 과일을 물에 씻어먹었다. 잘못 봤을까 싶어 찍힌 영상을 여러 번 돌려봤지만 정확하게. 씻.어. 먹었다.
새들은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식습관과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밥을 챙겨주고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 시점부터 어쩐지 끈끈한 정 같은 게 생긴다.
식구가 된 걸까?
지금생각해 보면 내 집 앞 나무가 그들의 오래된 집이었으므로 내쪽에서의 소음이 훨씬 더 그들을 괴롭혔을 것이다.
요즘은 청소기 돌릴 때도 새들 눈치를 본다.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 밥 먹다가도 깜짝 놀라기 때문이다.
물 갈아주는 걸 잊어버린 날은 깔끔쟁이 직박구리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어딜 가든 새가 보인다.
소리를 들으면 어떤 새인지 알아맞힐 때도 있다.
신랑은 가지가지한다고 한다.
(그래놓고 도토리는 왜 주워다 놨는데?)
딸은 새들의 야생성을 망친다며 우려한다.
(너의 야생성은 어디 갔는데?)
멀리 있는 아들에겐 영상으로 소식을 전했는데, 이러다가 우리 집에 매까지 오는 거 아닐까요? 걱정한다.
(우리 집 걱정인형답다)
손님과 식구의 차이는 바로 끼니를 걱정하고 안위를 궁금해하는 것.
어쩌면 그게 전부이지 싶다.
출근 준비로 바쁜 아침이지만 식구들의 끼니를 거를 순 없다.
관심을 가지고 돌보는 일,
그리고 애정이 피어오르는 순간 나에게도 기분 좋은 에너지가 발생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절대 쫄아서 이러는 게 아니다.
by. 예쁨
엠피도클레스는 자연에는 서로 다른 두 힘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 두 힘을 사랑과 미움이라고 불렀다.
사물을 결합시키는 것은 사랑의 힘이며, 분리시키는 것은 바로 미움의 힘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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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모든 사람에게는 음식과 온기, 사랑과 보호가 필요하다.
- 소피의 세계 / 요슈타인 가아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