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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쁨 Dec 15. 2024

She

하루야, 안녕?

그녀는 열여덟 살이다.

나이부터가 무시무시하다.


달콤 살벌 해진 그녀의 태명은 ‘행복’이었다.

부친은 복길이라, 모친은 복이라고 불렀지만 결국 그녀의 이름은 예쁨을 세상에 펼치라는 뜻의 이름으로 지어졌다.

예쁘게 태어나게 해 줬어야 세상에 펼치든 말든 할 거 아니냐며 그녀는 거세게 따져 물었지만

어쩌랴, 발전하는 의료기술에 기대를 거는 수밖에.

진정한 ‘예쁨’은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온다는 것을 그녀도 언젠가 알게 될 것이다. (그럭저럭 미안하다는 말이다.)


2006. 6. 2 / 예쁘게 자라다오


그녀의 영유아시기는 모친과 혼연일체였다. 일명 ‘껌딱지’.

할머니도 필요 없고 아빠도 됐고, 오로지 엄마만 있으면 된다는 아기의 몸부림은 모친을 꼼짝달싹 못하게 만들었다.

먹성이 좋아 완모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분유로 갈아타야 했고 오로지 모친의 신체 일부가 접촉해야만 잠이 들었다.

혀까지 내밀고 푹신 잠든 그녀였지만 바닥에 내려놓기만 하면 마치 센서에 닿은 듯 울어댔다.

아… 정말이지 등 속에 그런 버튼이 있는 건 아닐까 의심하는 수많은 밤 속에서 자랐다.


난생 처음 먹는 핫도그 맛 / 꼭꼭 숨어라 / 산타할아버지 오거나 말거나


그녀의 별명은 이러하다.

똥꼬 발랄, 쿼카, 조동이, 구독조아연 등등… 주로 밝고 긍정적인 뉘앙스다.

쿼카상의 귀여운 외모에 항상 밝은 에너지가 넘치기 때문에 그녀와 연관된 에피소드는 넘쳐난다.

기본적으로 타고난 센스와 개그감도 한몫한다.

‘사람 관찰하기’는 그녀의 취미라 어려서부터 동네 누구 엄마의 머리색이 달라졌다는 둥, 구두가 바뀌었다는 둥..

온 세상을 마치 틀린 그림 찾기처럼 흥미진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실제로 그녀가 제일 잘하는 것은 틀린 그림 찾기이다.



놀이터 죽순이로도 유명했는데, 집에 올라와 물 마시는 시간이 아까워 집 아래서 엄마~를 부르곤 했다.

그러면 모친은 4층 베란다에서 1층까지 줄을 달아 그녀에게 생수를 전달했다.

어느 날은 자신이 악어놀이터 대표가 되었노라며 한껏 의기양양하며 돌아왔는데,

그날 이후로 놀이터에 있는 친구들을 남김없이 귀가시키고서야 마지막으로 철수하곤 했다.(책임감 보소?)

날씨가 궂은날에는 친구들을 친히 집으로 모셔왔고, 모친의 간식 만드는 스킬은 늘어만 갔다.


엉뚱발랄 / 인형 돌보미 / 인형들의 수술 대기순서


때때로 정적인 취미가 발동하는 날에는 방구석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는데, 그런 날 인형들은 비상이다.

그녀의 성형수술(?) 집도 시간이기 때문이다.


“미니언즈는 왜 코가 없을까?”

그렇게 해서 시작된 코 수술.


1차 수술은 콧구멍 뚫어주기. 그러나 환자가 불편해해서(?) 다시 콧구멍을 막는 재수술을 했다고 한다.

결국 3차 수술에서 미니언즈는 코를 이식받게 되는데…

이식해 준 친구는 코가 구부러져서 펴주려다 그만 코가 떼어진 스펀지밥이었다. (후덜덜;;)


코 수술 완료 /. 팔은 왜 묶어?ㅠㅠ


“미니언즈는 왜 귀가 없을까?”

이 친구가 없는 것이 참 많았구나 싶었다.


“오늘은 헤어 정리하는 날이야!”

겨우 여덟 가닥뿐인 머리카락이지만 그녀는 세심한 손길로 일정하게 다듬어주었다.


“미니언즈가 팔에 힘이 없어 보여 “

미니언즈가 자유자재로 팔을 움직일 수 있게 철심을 박아줬단다.

(이건 좀 신박했음)


”미니언즈는 심장이 없는 것 같아”

응?? ㅠㅠ

결국 겨드랑이 밑을 가르고 말랑한 슬라임 같은 것을 넣어줬다.


헤어정리 / 철심 삽입 수술 성공 / 심장 수술 전


아무래도 미니언즈씨 인터뷰 좀 해야겠다고 하니,

여기까지!!!!!

급 인터뷰 중단 후 다시 수술실로 데려가는 그녀였다…..


인터뷰 금지 / 스펀지밥ㅠㅠ

미니언즈와 스펀지밥 표정이 슬퍼보이는 건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꽤 신박한 수술 솜씨를 보고 훗날 ‘의사’가 되는 건 아닐까 잠시잠깐 꿈을 꾸기도 했지만, 그녀의 남다른 공상과 관심이 성적과 이어지지는 않았다.

단지 이 모든 것은 그녀의 세심한 관찰력 때문이었다.


그녀의 방문을 열 때마다 콩닥콩닥

사실 그녀의 이야기는 무궁무진하고 여전히 진행중이다.

비루한 성적에 굴하지 않고 나름 심각하게 진로 고민도 하고 있지만

내가 아는 그녀라면 누구보다 잘, 즐겁게, 행복한 삶을 위해 살아갈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안아줘!!

여전히 내 눈에는 아기 쿼카 그녀이고 (물론, 자이언트급)

엉뚱 발랄함에 혈압 오르는 날도 적지 않지만 언제까지나 그녀를 응원하고 사랑할 자신이 있다.


by. 예쁨

그녀의 책상에 붙어 있는 쪽지들 / 카톡 대화


좋은 기운을 가진 사람에게 좋은 일들이 생긴 다지.

부정적인 말과 생각을 하면 안 좋은 일들이 몰려온대.

잘 살고 싶으면 고치면 돼.

좋은 기운을 가지고 싶다면

오늘부터 부정적인 생각과 불평을 끊어봐.


- 처음 살아보는 인생이라서 그래 괜찮아, 오광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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