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의 느낌을 지울 수 없는 한남동의 매력은 솔직하게 부자들의 그 기운일 수 있겠다.
많은 사람들이 '부자(富者)'를 동경하고, 한 번쯤 일억 천금의 주인공이 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한다. 나 역시 한남동의 한 복권방에서 6개의 숫자를 신중하게 조합해 보고 비장한 표정으로 종이 한 장을 들고 나왔다. 부자가 되고 싶은 열망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부자 = 행복'의 공식 또한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돈은 움켜쥐고 있기보다 가치 있게 소비해야 마땅히 돈을 다루는 사람이 된다고 생각한다. 한남동의 진짜 매력은 문화와 예술 그리고 은은한 아름다움에 있는데 이 모든 것이 돈을 쓰는 가치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돈을 쓰지 말아야 할 곳과 아끼지 말고 써야 하는 곳이 어디인지 아는 사람이 진짜 부자가 아닐까?
명상록 1장에 보면,
<나의 어머니 덕분에 나는 경건한 마음과 베푸는 마음, 나쁜 짓만이 아니라 나쁜 생각도 삼가는 마음과 나아가 부자들의 생활 태도를 멀리하는 검소한 생활방식을 갖게 되었다.>
<나의 외증조부 덕분에 나는 공공의 학교에 다니지 않고 집으로 훌륭한 선생들을 모실 수 있었고, 또 그런 일에는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로마 제국의 16대 황제이자 스토아 철학자로 유명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확신의 황금수저였던 셈인데 명상록을 보면 그가 어떤 집안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자랐는지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그 역시 자식교육에 실패한 대표적인 인물이지만.
by. 예쁨
끊임없는 자기 성찰에도 불구하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망나니 자식에게 나라를 물려주는 안쓰러운 삶을 살았다. 자식을 둔 부모로서 그가 겪었을 고뇌와 힘듦을 생각하면 더없이 측은하다. 시대를 초월하고 사람 사는 모습이 어쩜 이렇게 비슷한지 모르겠다. 삶이 참 거기서 거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남동의 아름다운 경치는 자꾸만 내 마음을 홀린다.
한남동의 매력은 아름다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