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 속 주인공은 당근이라는데, 그새 이름표까지 붙여주었다. 당근의 이름은 <숭구리 당당>.
아이는 어려서부터 이름 붙여주기를 좋아했다. 덕분에 우리 집 인형들은 다양한 이름을 가지게 되었고 자동차, 우산 기타 작은 소품들까지 저마다 이름이 생겼다. 그야말로 아이는 작명의 달인이다.
이름을 붙여주고 불러주는 순간 존재의 의미가 부여된다.
하늘에 무수한 별도 이름 모를 들꽃도 그들의 세밀한 특징과 탄생의 역사까지 이름 하나를 짓기 위해 얼마나 많은 애정과 관심이 필요한가. 대명사가 되어 수만 년을 불려진다고 생각하면 신중하지 않을 수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오리온자리>에는 맨 눈으로도 쉽게 볼 수 있는 세 개의 별이 있는데, 이들의 이름은 전설의 사냥꾼 오리온의 벨트를 상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별들의 이름은 아랍어로 허리띠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또한 <비비추>라는 들꽃은새싹이 돋아날 때 비비 말려 올라오는 추(취나물)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브런치에서 사용하는 내 필명 <예쁨>에도 사연은 있다. 단순하게 예쁨 받고 싶어 예쁨으로 지었지만 가족들에게 다소 비난(?)을 받았다. 해명하자면 나의 성씨(姓氏)는 안가이고 결국(안)예쁨이다. 그러니 혹여 나를 알고 있는 구독자께서는 너무 노여워 말기를 바란다.
이렇게 우리 집에 찾아온 새로운 생명체 <숭구리 당당>은 존재의 의미를 부여받았으므로,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