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의 바다에서 푸름을 꿈꾸다.
‘기억났다. 나는 상어가 되고 싶었어.’
일곱 살의 나는 상어가 되고 싶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2007년 여름의 어느 날, 가족과 함께 보던 EBS 다큐 프라임에서 본 상어가 멋있어 보였을 뿐이었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한다. 확실한 것은 일곱 살의 그는 상어가 되고 싶어 했다는 것과, 지금의 그가 그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상어는 다른 어류와 달리 부레가 없다. 99.9%의 경골어류는 부레를 가지고 있어 물속을 자유롭게 오가며 떠있을 수 있지만, 상어는 그렇지 못하다. 상어는 바다의 포식자라는 이름에 걸맞지 못하게 살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여야만 한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해양 생태계의 정점에서 태어났음에도 상어는 익사하지 않기 위해 죽는 순간까지 쉬지 않고 헤엄쳐야 하는 것이다. 일곱 살의 남자아이가 꾸던 순수의 하얀 꿈은 우리가 살아가는 회색의 세상이 되었다. 우리는 도태되지 않기 위해 마치 부레 없는 상어처럼 끊임없이 헤엄쳐야만 한다. 잠시라도 멈추는 순간 가라앉아 버릴 것 같은 불안감 속에 하루하루를 헤엄치며 살아간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사회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 심지어는 가정 내에서까지 끊임없는 과도한 긴장과 노력을 요구한다. 한 순간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차가운 현실에서 잠시라도 멈추면 뒤처지고 도태될 것 같은 압박을 느끼며 매 순간 불안 속에서 헤엄친다.
하지만 우리는 상어가 아니다. 우리는 때때로 멈춰 서서 자신을 돌아보고 쉬어 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긴장과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노력도 때로는 필요하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쉬며 여유를 즐기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더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상어가 되고 싶었던 일곱 살 아이는 이제 스물네 살이 되었다. 아이가 꿈속에서 헤엄치던 푸른 바다는 경쟁과 긴장으로 가득 찬 짙은 감청색으로 물들어 버렸지만, 지금의 그 아이는 잠시 숨 돌릴 수 있음을 알기에 도무지 바다가 두렵지 않다.
스물네 살이 된 그 아이의 꿈은 여유로운 상어이다. 상어처럼 헤엄치며 살아가고 있지만, 발을 멈추고 고단히 걸어온 길을 바라보며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여유로운 상어.
2024.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