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걷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단순히 운동이 싫은 것이 아니라, 취미로 러닝을 시작한 이후로 줄곧 느꼈다. 걷기는 너무 느리고, 굉장히 재미없다. 군 시절 체력 관리를 위해 시작한 러닝이 습관이 되고, 마일리지는 700 킬로미터를 훌쩍 넘겼다. 고속도로를 휘젓던 스포츠카 오너에게 경차를 운전하라 하면 지루하다 할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행복은 영원하지 않은 법이다. 얼마 전, 발목이 아파 방문한 정형외과에서 인대가 늘어났다는 진단을 받고 나의 우당탕 러닝 라이프는 잠시 막을 내렸다. 이젠 꼼짝없이 걸어 다녀야 하게 된 것이다.
‘어째서 나에게 이런 시련이. 이제 살이 뒤룩뒤룩 쪄버릴 거야.’
짧은 한탄은 잠시였다. 뭐 어쩌겠는가? 인대에게 심심한 사과를 건넨 다음 이 기회에 쉬어 가면 되는 것이다. 앞으론 원치 않더라도 바쁘게 달려가야 할 삶인데 잠시 걷는 것도 나쁘지 않다. 걷기 시작하자 뛸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였다. 무심천을 산책하는 귀여운 강아지와 공포의 돈벌레, 저녁 식사 후에 운동하는 가족들, 밝게 빛나는 가게들처럼 지나치던 모든 것들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여느 에세이처럼 ‘때론 걸어라! 주변을 돌아봐라! 네가 걸어온 길을 봐라!’라고 하고 싶진 않다. 나는 여전히 뛰는 게 좋다.
하지만, 걷는 것도 나쁘진 않다 생각했다. ‘소확행’이라는 말처럼 우리 인생에서 아주 작은 행복을 챙기며 나를 사랑하자. 예를 들자면 샤워 후에 마시는 시원한 맥주, 돌바닥에 떨궜지만 깨지지 않은 휴대폰 액정, 오랜만에 편 책에서 찾은 만 원 같은 데서 오는 작은 행복 말이다.
여러분의 숨 가쁜 인생은 인대가 늘어나야만 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끔은 넘어진 척, 힘든 척하면서 여유를 즐기자. 한 마리의 여유로운 상어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