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발굴 중

by 망치상어

이 세상에서 색깔이 사라졌다. 싱그러운 봄의 노란색이, 찌는듯한 여름의 초록색이, 무르익은 가을의 주홍색이, 얼어버린 겨울의 은백색이 이제는 나에게 보이지 않는다.



낭만이 사라진 세상이다. 이제 아무도 빗속에서 춤을 추지 않는다. 나의 프리지어는 더 이상 샛노란 미소로 날 바라보지 않는다. 사라진 별의 자리엔 떠돌던 무관심의 돌덩이가 박혀버렸고, 웃음꽃이 가득하던 거리는 휴대폰만 바라보며 좀비처럼 걸어가는 길로 변해버렸다.



언젠가 베풀었던 이유 없는 호의가 의심의 질문으로 되돌아온 적이 있다. 그저 함께 걷자 했을 뿐인데 세상은 문을 닫고 그 자리에 우뚝 멈춰버렸다. 개인주의가 팽배해진 세상에서 사람들은 그들이 만들어낸 모순의 세상을 보며 손가락질한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색깔을 찾을 수 있다. 새벽의 하얀 달빛이 달맞이꽃의 이파리에 부딪힐 때, 도로 틈에서 초록의 생명을 발견할 때, 먼지 쌓인 책장에서 빛바랜 초등학교 시절 일기장을 발견할 때 우리는 잊고 지내던 심장 떨리는 낭만에 잠겨 미소 지을 수 있다.



낭만은 없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멀리 떠나가는 것도 아니다. 그저 깊은 곳에 묻혀 차가운 흙과 자갈에 덮여갈 뿐이다. 낭만을 잃은 젊은이들 이어, 삽을 들고 허리를 숙이자. 가슴 시리도록 찬란한 우리의 낭만을 깊은 땅속에서 파내자. 우리의 잃어버린 하늘에 푸른빛을 흩뿌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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